제15화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이태현의 아버지?
안여름은 잠시 말을 잃었다.
젊은 시절 호양시의 수많은 여성을 매혹시킨 명문가의 후계자, 이현준.
그녀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그러나 그에게 ‘아버님’이라는 말은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이현준의 목소리에는 세월을 겪은 사람 특유의 깊이와 차분함이 느껴졌다.
그의 말투는 명령조였지만, 거부감을 주지 않는 품위를 지니고 있었다.
“시간 괜찮으면, 오늘 저녁 같이 식사하지.”
안여름은 그가 질문을 던진 것 같았지만,
사실상 거절할 수 없는 요청이라는 걸 직감했다.
“네, 시간 괜찮아요.”
그녀는 예의를 갖추어 대답했다.
“운전 기사를 보내 마중 나가게 할 테니, 저녁에 보자꾸나.”
그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
안여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서둘러 이태현의 별장으로 향했다.
운전기사는 분명히 이태현의 집으로 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태현의 별장 앞.
안여름은 웅장한 별장을 올려다보았다.
반쯤 산속에 위치한 하얀색 별장은 주변에 사람도 거의 없어, 숲 속에 고립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는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분위기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겨울바람이 차가운 기운을 더했다.
안여름은 발이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웠다.
결국 그녀는 별장 문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별장 앞에 멈췄다.
운전석에서 나온 남자는 중후하면서도 온화한 인상을 풍겼다.
그는 안여름을 보더니 순간 놀란 듯했지만, 곧 차분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는 예의를 갖추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모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윤호입니다. 이현준 사장님께서 모시러 보내셨습니다.”
안여름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수고 많으십니다.”
그녀의 과장된 웃음에 강윤호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차문을 열어 주었다.
“사모님, 타시죠.”
안여름은 차에 올랐고, 강윤호는 조용히 운전석으로 돌아가 출발했다.
별장 2층.
커튼 사이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이태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떠나는 차를 바라봤다.
곁에 서 있던 최의준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정말 사모님을 그냥 보내셔도 괜찮습니까?”
이태현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아니면?”
그의 차가운 음성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멍청하고 순진한 여자일 뿐이야. 아버지가 뭘 어쩌겠어?”
최의준은 입을 꾹 다물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사모님… 사실은 바보 연기를 하는 거 아닐까요?”
이태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모두가 속아 넘어간 연기라면,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겠지.”
그는 그렇게 말한 뒤,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레스토랑.
안여름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
강윤호는 그녀를 안으로 안내하며 문 앞에서 손짓했다.
“이현준 사장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여름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강 기사님.”
강윤호는 그녀가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미묘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기품 있는 중년 남자가 식탁에 앉아 메뉴를 보고 있었다.
안여름이 들어서는 소리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안여름은 자신의 촌스러운 외모가 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여름이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