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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서재에서 기다리는 그 사람

안여름은 상상도 못 했다.

그토록 거대한 재력을 가진 명문가의 수장이 이토록 온화한 인물일 줄은.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안여름입니다.”

이번만큼은 그녀의 어색한 반응이 연기가 아니었다.

정말 예상 밖의 상황에 놀란 것이었다.

“편하게 해라. 이제 네가 우리 집안의 일원이니, 나에겐 반쯤 딸이나 다름없지.”

이현준은 자연스럽게 물병을 들어 그녀의 잔에 물을 따랐다.

안씨 집에서는 아버지 안대성에게 늘 무시당했고, 어머니 김소희는 안여울과 안시언만 신경 썼다.

그런 그녀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어른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안여름은 순간 당황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한 감정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안여름은 물잔을 받아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편하게 날 아버지라고 불러도 된다.”

이현준은 그녀를 주의 깊게 살폈다.

‘외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성격은 차분하고 예의 바른 아이군.’

그는 그런 첫인상을 품었다.

잠시 망설이던 안여름은 결국 입을 열었다.

“…아버님.”

이현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혼도 너무 서둘렀고, 제대로 된 결혼식도 못 해서 미안하구나.

원래 오늘 저녁에 너와 태현이가 함께 돌아오길 기대했는데,

그 녀석이 어머니 일로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아서 집에 오기를 꺼리더구나.

앞으로 네가 좀 그 녀석을 잘 달래줬으면 좋겠어.”

이현준은 가족의 전통과 가치를 중시하는 어른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안여름은 그가 언급한 이태현의 어머니에 대한 부분이 신경 쓰였다.

호양시의 유명한 소문에 따르면, 이태현과 그의 어머니는 10여 년 전 납치되었다.

이태현은 구출되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가 사망했다는 설, 살아 있지만 행방불명이라는 설, 심지어 치욕적인 일을 겪었다는 말까지 떠돌고 있었다.

안여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는 아직 남편을 본 적이 없어요.”

마지막 부분은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현준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이내 표정을 정리하고, 화제를 바꾸어 안여름의 일상에 대해 물었다.

안여름은 그가 묻는 대로 차분히 대답했다.

느린 말투와 신중한 태도는 마치 순진하고 소박한 사람이 연상되었다.

만남을 마친 후, 안여름은 강윤호의 차를 타고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다.

집 앞에서 내린 그녀는 문을 열며 이현준이 자신을 떠보려 한 건 아닌지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질문과 반응이 이태현을 떠보기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이태현이 어머니의 사건 때문에 아버지와 거리를 두고 있다면, 그 사이의 갈등은 꽤 깊을지도 몰랐다.

“사모님.”

안여름은 경호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예전에 그녀를 안씨 집에서 데려왔던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경호원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사모님을 뵙자고 하십니다.”

“도련님… 이태현 씨가요?”

경호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련님께서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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