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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나는 가난해

안여름은 잠시 멍해졌다가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이혜성'임을 깨달았다.

“당신, 아직도 안 갔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는 뚝 끊겼다.

안여름은 끊긴 전화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감싸 쥐고 웅크렸다.

왜 모두들 자신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김소희와 안대성은 그녀를 낳았지만, 한 번도 사랑해 준 적이 없었다.

강제로 이태현에게 시집을 보냈지만, 그는 그녀를 싫어해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게다가 '이혜성'은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며 엮이려 했다.

그를 내버려 두었다가는 정말 이태현에게 가서 그녀를 모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여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일어섰다.

이혜성이 장난처럼 던진 협박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자신도 김소희와 안여울을 협박해본 적이 있었지만, 만약 이혜성이 똑같이 나서면, 그녀는 멋대로 희생양이 될 수 있었다.

안여름은 그가 시킨 음식을 사지 않고, 대신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 작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는 이혜성이 눈에 들어왔다.

잘생긴 얼굴에 흐트러짐 없는 자세.

긴 다리를 꼬고 편하게 기대어 있는 모습은, 방금까지 총상을 입었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좁고 허름한 원룸 분위기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몸에 배어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우아함은, 그가 명문가에서 자란 사람이란 걸 여실히 드러냈다.

안여름은 식재료를 내려놓고 신발을 갈아신으려 했다.

그때, 느닷없이 다가온 낯선 기운에 고개를 들어보니, ‘이혜성’이 어느새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그녀가 사 온 식재료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게 내가 시킨 음식이야?”

안여름은 신발을 갈아신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포장된 음식은 너무 비싸서 못 사요. 전 돈 없거든요.”

이태현의 시선이 그녀의 허름하고 낡은 옷차림을 훑었다.

그의 새 신부는 정말이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안여름은 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들고 온 식재료를 챙겨 주방으로 향했다.

한 시간 후.

안여름은 정성껏 만든 음식을 상에 차려 놓았다.

이태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그녀가 준비한 음식을 흘끗 보았다.

깔끔하고 정갈한 요리는 환자의 입맛에 맞춘 듯 담백해 보였다.

안여름은 밥을 그에게 건넨 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곧 이태현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발견했다.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안여름의 손이 멈췄다.

‘내가 뭘 또 잘못했지?’

설마 음식을 잘못 만들어 이 도련님을 화나게 한 걸까?

이태현은 표정을 굳힌 채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걸음걸이는 흔들림 하나 없이 단단했다.

안여름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따라 나가지 않았다.

문 밖.

이태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으려다 빈손임을 깨닫고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느낀 음식의 익숙한 냄새가 그를 과거로 데려갔다.

온화하고 우아했던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던 모습.

하지만 그 기억은 곧 습기 찬 지하실의 어두운 장면으로 바뀌었다.

그는 손을 꽉 쥔 채 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쾅!”

묵직한 소리가 좁은 골목에 울려 퍼졌다.

안여름은 그 소리에 놀라 문을 열고 나왔다.

“무슨 일이에요?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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