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믿든 말든 상관없어
안여름은 안여울의 독설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소리인지 너도 잘 알잖아.”
안여울은 코웃음을 치며 비꼬듯 물었다.
“너, 오빠 좋아했잖아. 아니, 지금도 좋아하지?”
안여름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사람이 심기범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 순간, 안여울이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기범 오빠?”
안여름은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심기범이 어느새 돌아와 서 있었다.
그녀는 당황하며 그의 얼굴을 살폈다.
얼마나 들었을까?
하지만 심기범은 시선을 피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반응에 안여름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분명 들었을 것이다.
안여울은 그런 심기범의 태도에 만족한 듯,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너무 신경 쓰지 마. 여름이는 이미 결혼했으니까, 우리 둘이 함께해도 괜찮잖아.”
안여울의 말투는 마치 안여름이 심기범을 쫓아다니며 들러붙은 것처럼 들렸다.
‘이태현의 사촌’이라는 남자와 엮인 것도 그런 식으로 비꼬았으니,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심기범이 그렇게 오해할까 봐 안여름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심기범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여름아, 너 결혼했어?”
안여울이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그럼. 여름이가 나한테 직접 말했는걸. 아무리 결혼을 한다 해도 좋은 집안에 들어가긴 힘드니까 차라리 자기가 나 대신 부자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나는 말렸는데…”
말을 끝맺지 않은 안여울은 일부러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안여름은 그 의도를 정확히 읽어냈다.
안여울은 자신이 돈에 눈이 멀어 결혼했다는 이미지를 심기범에게 심으려 하고 있었다.
심기범은 안여름을 향해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래도 네가 언니 대신 결혼해 줘서 고마워.”
안여울도 거들었다.
“맞아. 네가 아니었으면 나랑 오빠가 함께할 수 없었을 거야.”
안여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항변했다.
“그런 게 아니야!”
그녀는 절박한 눈빛으로 심기범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만큼은 진실을 믿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심기범은 안여름의 말을 가볍게 흘렸다.
“괜찮아, 여름아. 이해해. 비록 이태현 씨가 몸이… 불편하더라도, 그 집안이라면 널 부족함 없이 돌봐 줄 거야.”
그 순간 안여름의 가슴이 차갑게 식어갔다.
그가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마침 휴대전화가 울렸다.
안여름은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전화를 핑계 삼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먼저 갈게요.”
그녀는 심기범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나 예전에 오빠 좋아했던 거 맞아요. 그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앞으로는 아니야.
그리고 내가 왜 그 집에 시집가게 됐는지는 안여울이 제일 잘 알아요. 믿든 말든 상관없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문을 닫는 순간,
심기범의 목소리가 안여울에게 들렸다.
“너 또 여름이한테 그렇게 말했어? 왜 그래?”
안여울은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왜 자꾸 여름이 편만 들어? 오빠가 몰라서 그래. 윤여름이 얼마나 계산적인지…”
심기범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가 여름이한테 너무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그렇게 몰아세우는 건 아니잖아.”
안여울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오빠는 진짜 몰라서 그래!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걸.”
등 뒤로 들리는 소리에 안여름은 손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눈물이 고였지만, 끝내 흘리지는 않았다.
서둘러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때 또다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 익숙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자에 적힌 음식들, 포장해 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