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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오영미는 결심했다. 달래든 속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윤리안을 거실로 끌어내겠다고.

그녀는 방으로 달려들어와 윤리안의 팔을 붙잡고 세게 잡아끌었다.

"빨리 거실로 가! 공증은 나중에 해도 돼!"

"공증인이 오기 전엔 안 나가요." 윤리안은 손을 뿌리치고 팔짱을 꼈다. 눈빛엔 노골적인 경멸이 서려 있었다.

"공증인부터요."

"일단 가 있어. 공증인은 내가 무조건 부를게." 오영미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달랬다.

"못 믿겠어요."

짧고 단호했다.

오영미의 인내가 순식간에 바닥났다. 습관처럼 손을 뻗어 윤리안의 팔을 세게 꼬집으려 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데 버텨? 당장 나가—"

윤리안은 몸을 반쯤 틀어 그 손을 피했다. 새까만 눈동자가 싸늘하게 그녀를 응시했다.

"조건 두 개, 하나도 빠지면 안 된다고 했죠. 아니면 지금 당장 한씨 집안 사람들한테 가서 제가 가짜 신부라고 말하겠어요."

"네가 감히!"

오영미는 머리가 터질 듯 화가 치밀었다. 한도겸은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고, 윤리안 역시 지금은 함부로 다루기 어려웠다.

분을 이기지 못한 그녀가 다시 손톱을 세워 달려들었다.

"윤리안, 적당히 해! 네가 뭘—"

윤리안은 반걸음 물러서며 또 한 번 피했다.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저, 진짜로 할 수 있어요. 시험해 보실래요?"

오영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윤리안."

이를 악문 채 휴대폰을 꺼내 도승민을 재촉했다. 빨리 튀어 오라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공증인이 도착했고, 두 서류는 정식으로 공증을 마쳤다.

서류를 손에 쥔 윤리안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

오영미가 앞을 가로막았다.

"웨딩드레스부터 입어!"

"입으면 제가 윤하은이 되나요?" 목소리에 짙은 조소가 묻어났다.

"대신 결혼하기로 했잖아. 드레스는 입어야지. 아니면 서류 못 들고 나가."

오영미도 바보는 아니었다. 아무리 대신 결혼이라도 신부가 웨딩드레스조차 입지 않으면 한도겸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리 없었다.

윤리안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입죠."

웨딩드레스는 오영미가 빌려온 것이었다. 겉보기엔 화려했지만, 이미 여러 신부가 입고 갔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탓에 전체적으로 크게 나온 디자인이었다.

윤리안은 드레스를 입은 뒤, 일부러 허리선을 한 치 더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거울을 바라봤다.

한눈에 봐도 몸에 맞지 않는 어색한 실루엣.

이상하다는 걸 모를 수 없는 상태였다.

문을 열고 나섰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그 남자를 보았다.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마치 서 있는 사람들보다 더 높이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그의 시선이 그녀를 향해 스쳤다.

차갑고 맑은 눈빛이 한 번 훑고 지나갔다.

그 한 번에, 윤리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치 그 시선이 피부를 뚫고 영혼 깊숙이까지 들여다본 듯한 느낌이었다.

위험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곧,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울렸다.

"신부인가?"

윤리안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헐렁한 드레스 자락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한도겸의 눈썹이 미세하게 치켜올라가며 손가락이 가볍게 움직였다.

그 순간,

"쿵."

윤세광이 무릎 꿇린 채 바닥에 눌렸다. 한도겸의 사람들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윤리안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드레스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즉각적으로 이상함을 간파하다니.

예상보다 훨씬 빠른 판단이었다.

다음 순간, 한도겸의 담담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진짜 신부는?"

윤세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순식간에 결정을 내렸다.

"대표님, 오해입니다. 이 아이는 제 큰딸 윤리안이고, 신부는 사실 저희 하은이—"

윤하은의 이름이 튀어나오자마자, 오영미가 달려와 윤세광 옆에 무릎을 꿇었다.

"대표님! 저희 하은이는 심장이 약합니다. 몸이 좋지 않아 감히 대표님과 혼인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저희 리안이가... 리안이는 건강하고, 성격도 온순하고, 단정합니다. 외모도 부족함 없고요."

한도겸의 시선이 윤리안에게로 옮겨왔다.

예쁘다는 인상은 들지 않았다. 대신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태도는 분명했다.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두 사람이 마치 부모가 아니라는 듯. 지금 이 순간 목숨을 구걸하듯 애원하는 그들과 자신 사이에 아무런 연관도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윤리안은 입가에 스치던 싸늘한 웃음을 재빨리 감췄다. 그리고 허리를 더 곧게 세웠다.

한도겸은 다시 시선을 거두고 휠체어를 앞으로 두 발짝 굴렸다. 윤세광과 오영미 앞에 멈춰 섰다.

"윤씨 집안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 강이후."

"예." 뒤에 서 있던 검은 정장의 남자가 한 걸음 나섰다.

"처리해."

"알겠습니다."

거실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동시에 몸을 떨었다.

오영미와 윤세광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주저앉았고, 얼굴빛이 잿빛으로 변했다.

끝이었다.

윤씨 집안은 여기서 끝이었다.

휠체어가 문 쪽으로 움직였다.

그때까지 방관자처럼 서 있던 윤리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대표님."

한도겸의 휠체어가 멈췄다.

"아내가 필요하시다면, 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손을 가볍게 들자 수행원이 휠체어를 돌려 그녀를 향하게 했다.

어둡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이 그녀를 응시했다.

윤리안은 숨을 고르고, 손에 힘을 주었다.

이건 도박이었다.

자신의 판단을 건 도박.

전생에서 한도겸은 윤하은과 결혼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죽었다.

윤리안은 한씨 집안 같은 가문이 그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반신 마비,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생.

그런 남자가 굳이 결혼을 선택했다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그에게는 '아내'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필요가, 그녀에게는 기회였다.

"1분."

짧은 한마디였다.

윤리안은 속으로 숨을 내쉬었다.

설득하라는 뜻이었다.

"윤리안, 여자, 스무 살. 나쁜 습관 없습니다. 연애 경력 없습니다. 약혼자가 있었지만 형식뿐이었고, 20분 전에 공식적으로 파기했습니다. 여기 약혼 해지 서류 있습니다."

그녀의 말은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보고를 하듯 빠르지만 또렷했다.

"성격은 독립적이고, 지난 20년간 누구에게도 짐이 된 적 없습니다. 앞으로도 대표님께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다. 고생도 견딜 수 있고, 힘든 일도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 침술과 마사지도 할 줄 압니다."

"결혼 후, 대표님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 있다면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발목 잡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저도 존중받고 싶습니다. 제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주시고, 제가 필요로 할 때는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한도겸의 눈빛에 순간 희미한 흥미가 스쳤다.

헐렁한 웨딩드레스가 마른 몸에 매달려 있었고,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갈 듯 가벼워 보였다.

손질조차 하지 않은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고, 두툼한 앞머리가 눈썹과 눈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볼품없는 외양.

눈에 띄지도 않는 여자.

그런데 감히 그의 존중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요구가 전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윤리안은 손에 땀이 맺힌 채 그를 바라봤다.

과연 그는 동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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