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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결혼, 근데 이 남자가 내 남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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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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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전생에서 그녀는 여동생 대신 시집가는 일을 피했다. 그러나 끝내 이복동생과 약혼자에게 몰려, 심장을 도려내는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다시 눈을 뜬 순간, 윤리안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계약서를 직접 낚아채 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악독한 여동생 대신, 제가 시집갈게요." 상대는 이름만 나와도 분위기가 얼어붙는 남자, 한도겸이었다. 세간에는 이런 소문이 돌았다. 한도겸은 제멋대로에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인물이며, 말 한마디로 윤성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남자라고. 하지만 윤리안이 그의 앞에 섰을 때 상황은 전혀 달랐다. 남자는 오히려 그녀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낮게 웃었다. "리안아, 복수하고 싶어?" "오빠가 도와줄게." 은침 하나로 사람을 살리고, 수술칼을 들면 목숨도 거둘 수 있다. 윤리안의 의술은 마치 치트키를 켠 것처럼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한 걸음씩 치밀하게 판을 짜며 원수들을 하나씩 짓밟아 나갔다. 사람들은 그녀가 한도겸의 총애를 받으며 하늘 위에서 군림하듯 산다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한도겸만은 알고 있었다. 이 여자야말로 자신의 인생에 찾아온 유일한 빛이라는 것을.

전생/환생복수사이다투쟁감정

제1화

"쾅!"

윤리안은 머리채를 거칠게 잡힌 채 벽에 세게 처박혔다.

코와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교도소 벽에 번져 선홍빛 얼룩을 남겼다. 섬뜩할 만큼 선명했다.

그녀는 눈앞에 선 사람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난 절대 서명 안 해. 네들 같은 개 같은 쌍년 쌍놈한테는 심장 안 줘!"

그때, 그녀의 약혼자 백하진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때려."

죄수복을 입은 여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팔을 잡아 비틀고, 다리를 붙잡아 끌어당기며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로 질질 끌고 다녔다. 발길질이 사정없이 이어졌다.

둔탁한 타격음과 비명이 다시 뒤엉켰다.

윤리안은 몸을 웅크려 머리를 감쌌지만,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통증이 전신을 파고들었다.

"우두둑"하는 선명한 골절음이 울렸고, 윤리안은 고통에 몇 차례 몸을 떨다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곧이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한 대야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숨이 막히듯 기침하며 눈을 떴다. 윤하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서명할 거야, 안 할 거야?"

"안… 해."

윤리안은 떨리는 입술로 이를 악물며 겨우 두 글자를 내뱉었다.

의붓여동생은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사랑하던 남자도, 집안에서의 자리도, 손에 쥘 수 있었던 미래도 모조리.

그것도 모자라 살인 누명까지 뒤집어씌워 교도소에 처넣더니, 이제는 이 안의 죄수들까지 매수해 그녀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짓밟고, 처참하게 망가뜨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뻔뻔하게도 심장까지 내놓으라 협박한다.

웃기지 마.

차라리 여기서 죽을지언정, 윤하은 같은 독사에게 심장을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 여자는 평생 심장병에 시달리며 숨이 턱턱 막히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게 그녀가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이자, 피할 수 없는 업보다.

"윤리안, 네가 몰라서 그러는 거 같은데, 네가 죽어도 정해진 시간 안에 심장만 꺼내면 이식은 가능해." 백하진이 차갑게 말했다.

"언니, 왜 이렇게 고집이 세? 서명만 하면 적어도 덜 아프게 죽게 해줄 수 있잖아."

백하진은 다가와 윤리안의 어깨를 짓누르고, 구두로 바닥에 흩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짓밟았다.

"네가 죽어도 제때 꺼내기만 하면 하은이한테 이식할 수 있어. 나까지 손 더럽히게 하지 마."

"난… 안… 해."

그녀의 완강함에 백하진의 눈빛에서 마지막 남은 인내가 사라졌다. 그는 분노에 질린 채 품에서 단도를 꺼내 그녀의 얼굴에 들이댔다.

"서명 안 하면, 네 살가죽을 한 겹씩 벗겨버리겠어."

옆에서 윤하은이 박수를 치며 깔깔 웃었다.

"하진 오빠 최고야. 한 겹씩 벗겨 죽인다니, 생각만 해도 재밌네."

윤리안은 이를 악물고 백하진과 눈을 마주쳤다.

이게 그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혼하려 했던 남자였다.

오랫동안 사랑했고, 가진 것 전부를 쏟아부었던 사람. 그런데 그는 이미 그녀의 의붓여동생과 뒤에서 붙어먹고 있었다. 이제는 윤하은을 살리겠다며 그녀의 심장까지 도려내려 하고 있었고.

피가 섞인 눈물이 통제하지 못한 채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눈을 파버려! 나 저 눈빛 싫어!" 윤하은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하진 오빠, 먼저 눈부터 뽑아버려. 나 저렇게 쳐다보는 거 싫어!"

윤리안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정말로, 그는 내 눈을 파낼 생각일까?

다음 순간, 그의 행동이 마지막 희망을 산산이 부수었다.

단도가 천천히 그녀의 눈동자 앞으로 다가왔고 차가운 쇳기운이 피부를 스쳤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칼끝이 눈에 닿기 직전, 그녀는 힘이 빠진 듯 낮게 말했다.

"나… 서명할게."

눈을 감은 채, 거의 바람 소리 같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서명할게."

백하진은 한참 동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투지가 완전히 꺾였다고 판단하자, 어깨를 누르던 손을 떼고 종이와 펜을 바닥에 던졌다. 팔을 붙잡고 있던 손도 풀어주었다.

그 순간.

윤리안은 갑자기 몸을 앞으로 던져 그의 손에 들린 단도를 낚아채듯 빼앗았다. 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손목을 뒤집어 칼끝을 자신의 가슴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칼날이 심장을 파고들자 붉은 피가 순식간에 쏟아져 죄수복을 적셨다.

윤리안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피 묻은 이를 드러내며, 눈을 부릅뜨고 맞은편의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마치 악귀 같았다.

"죽어도… 절대… 안 줘."

…………

귓가에서 파리처럼 윙윙거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리안아, 한씨 집안은 제도 최고 명문가야. 세상에 한재온한테 시집가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복을 누릴 기회가 어디 흔하겠니."

"지금은 침대에 누워 있다지만, 그래도 한씨 집안의 진짜 주인은 그 사람이야. 시집만 가면 넌 곧 한씨 집안의 안주인이 되는 거야. 원하는 건 뭐든 다 가질 수 있고……"

심장이 욱신거렸다.

윤리안은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짚었다. 단도가 심장을 꿰뚫던 순간, 마치 심장이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아니, 발버둥 친 건 심장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네 동생이 갑자기 쓰러지지만 않았어도 이런 좋은 일이 네 차례로 오겠니?"

"윤하은은 하반신 마비인 남자랑 결혼하기 싫어서 일부러 병원으로 도망간 거 아니에요?"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다.

그 순간, 윤리안은 멍해졌다.

이 대화… 너무 익숙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계모 오영미가 한재온과 대신 결혼하라고 설득하던 바로 그때의 장면이었다.

윤리안은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비좁은 방, 낡은 침대, 오래된 책상. 책상 위에는 배불뚝이 모니터가 얹힌 구식 컴퓨터가 놓여 있었고, 바닥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여기는...

아직 윤씨 집안을 떠나기 전, 아주 오래전 그녀의 방이었다.

오영미가 집에 들어온 뒤, 윤리안은 원래 창고로 쓰이던 이 작은 방으로 밀려났다. 방 안의 물건들은 전부 윤하은이 쓰다 버린 것들이었다.

명색이 윤씨 집안의 장녀였지만, 그녀의 처지는 하인보다도 못했다.

기억 속에서 이 방에 오영미가 들어온 건 단 한 번뿐이었다. 바로 지금. 윤하은 대신 한재온과 결혼하라고 설득하러 왔을 때였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돌아온 건가?

하늘이 그녀의 원통함을 들은 걸까. 한 번 더 기회를 준 걸까.

심장이 갑자기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기묘할 만큼 생생한 박동이었다.

윤리안이 눈을 뜬 것을 보자 오영미는 순식간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리안아, 어떻게 동생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니? 하은이 심장이 약한 거 네가 더 잘 알잖아. 갑자기 발병해서 입원만 하지 않았어도, 네가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겠어?"

윤리안은 아무 말 없이 오영미를 바라보았다. 나이를 먹었어도 번들거릴 만큼 관리된 그 얼굴.

입에서 저절로 말이 흘러나왔다.

"윤하은이 입원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병원에서 지키지도 않고 제 약혼자를 불러다 곁에 붙여놨네요."

"한쪽에선 친딸이랑 백하진 사이를 붙여주면서, 다른 한쪽에선 저를 장애인이나 다름 없는 남자한테 시집보내려 하고요."

"제가 시집가면 한재온은 어차피 위독해서 곧 죽을 거고, 전 며칠 만에 과부가 되겠죠."

"그러면 한씨 집안은 저를 내쫓을 거고, 백씨 집안도 과부를 며느리로 들이려 하지 않겠죠. 제 인생은 그걸로 끝이에요."

전생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오영미는 곧장 욕설을 퍼부으며, 결혼하지 않으면 집에서 내쫓겠다고 협박했다.

"윤리안, 네가 윤씨 집안에서 쫓겨나면 백씨 집안이 과연 백하진을 너랑 결혼시키겠니? 애초에 그 혼사는 두 집안의 이해관계 때문에 맺어진 거야."

"지금 네 앞에 놓인 길은 하나뿐이야. 네 동생 대신 한재온과 결혼하는 것!"

그 다음.

윤리안은 친어머니의 유언장을 꺼냈다.

유언장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 윤씨 집안의 모든 재산은 윤리안의 것이며, 그 누구와도 관련이 없다고. 다시 말해,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버지 윤세광조차 한 푼도 손댈 수 없다는 뜻이었다.

오영미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무언가를 계산하듯, 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

"리안아, 네가 상속을 포기하겠다고만 하면, 내가 그 한재온이랑 결혼하지 않게 도와줄 수도 있어. 어때? 그럴 생각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