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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자선 파티 (1) 화려한 등장

거실에서.

안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미미야.”

“내일 자선 파티가 있는데 갈 거야?”

오늘 헤어질 때 그녀에게 물어보는 걸 깜빡하고 지금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안별은 잠깐 멈칫하다가 과거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한성에서 매년 열리는 자선 이브닝 파티가 내일 있을 예정이다. 대부분 한성의 상류층 사람들이 참석하는 이 행사에, 안별은 그동안 자주 참석하지 않았다. 보통 이런 파티는 거절하곤 했었고, 배려심이 넘쳤던 윤태성은 그녀에게 그런 자리에 함께 가자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그가 그녀를 배려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는 그녀를 고립시키고, 다른 사람과의 접점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일어설 힘이 없게 만들려 했던 것이다.

“갈 거야.” 안별이 대답했다.

“정말?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유미미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그녀는 안별이 파티에 가겠다고 말할 줄 알지 못했기에 의외였던 것이다.

유미미는 다양한 사회적 자리에 참석하는 걸 즐기지만, 그녀가 안별을 잘 알기 때문에 이번에도 굳이 기대하진 않았다.

“내일 같이 드레스 고르러 가자.” 안별이 제안했다.

“너 거짓말 아니지?” 유미미는 아직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예전엔 아무리 설득해도 이런 파티나 연회에 참석하려 하지 않던 안별이었기 때문이다.

“내일 봐.” 안별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딸의 말을 들은 안수철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별아, 너 내일 자선 파티에 참석하려고? 예전엔 그런 자리를 싫어하지 않았어?”

안별은 잠시 고민에 잠기며 전생의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때는 모든 정성을 한 사람에게만 쏟고, 가족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집안이 망하는 지경에 이르게 만든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 순간, 갑자기 결심했다.

"아빠, 앞으로 내가 우리 안씨 집안을 지킬 거예요. 아빠를 도와서 안씨 그룹도 관리할 거고요. 안씨 가문을 앞으로 계속 휘황하게 만들 거예요. 누구도 내 손에서 뺏어갈 수 없게요. 그게 큰 아버지네 가족이라도요!"

안수철은 딸의 말에 잠시 멈칫하며 그녀의 눈빛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예전의 안별은 이런 포부를 가진 적이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윤태성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가업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녀가 윤태성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안씨 그룹을 윤태성에게 맡기려 했었다.

하지만 지금, 딸이 스스로 나서겠다고 말하니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 아빠가 널 믿을게!"

안별은 환하게 웃었다. 이번 생에 그녀는 안씨 가업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다시는 윤태성에게 모든 것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

다음날 오후, 안별과 유미미는 고급 드레스 편집숍에 저녁 파티에 입을 드레스를 고르러 갔다. 각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고른 후, 환복을 하고 파우더룸에 앉아 화장을 받고 있었다.

"너, 정상으로 돌아왔어?" 유미미가 안별에게 물었다.

안별이 잠시 멈칫하며 대답했다.

"뭐가?"

"어제 도주원이랑..." 유미미가 말을 꺼내며 약간 눈치를 살폈다.

"유미미!" 안별의 얼굴이 미세하게 변하면서 그녀를 불렀다.

유미미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대체 그 자식, 어디가 마음에 들었던 거야?!”

그 자식은 당연히 도주원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소지훈이 돌아온다며?”

안별이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입에 브레이크가 달리지 않은 유미미가 필터링 없이 말을 내뱉을까봐 두려웠다.

여기는 고급 드레스 편집숍이라,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상류 사회의 고위층이다. 만약 누군가 이 얘기를 듣기라도 한다면, 그녀의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릴 것이다.

“걔가 돌아오는 게 나랑은 무슨 상관인데.”

유미미는 기분 나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근데 난 왜 그 소식을 못 들었지? 외국에서 잘 있다가 왜 돌아온대?”

“난 또 대학교 졸업하고 돌아오는 줄 알았어.” 안별은 아무렇지 않게 둘러댔다.

“안 돌아왔으면 좋겠어.”

안별은 하고 싶은 말이 입가에서 맴돌다가 결국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두 사람은 다른 화제로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오후 내내 드디어 메이크업과 코디가 끝났다.

화장대 거울 앞에서 일어서는 순간, 안별은 갑자기 유미미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귀청이 떨어질 듯했다!

“안별별!”

유미미는 언제나 격동되거나 흥분할 때면 이렇게 그녀의 이름 뒤에 ‘별’을 덧붙여 부른다.

“너 왜 이렇게 이뻐! 이건 반칙 아니니? 나는 그럼 뭐가 되냐!?”

안별은 유미미가 너무 어이없었다.

“너의 예쁨은 매번 내 감당 범위를 넘어서고 있어!” 유미미가 놀랍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간다.” 안별은 더 이상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사실 유미미도 못생긴 얼굴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고 이국적인 생김새를 가졌다. 다만, 매일 안별과 함께 있어 그녀의 미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였을 뿐.

하지만 안별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의 전형이었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그 자체로 완벽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단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가 엄청나게 예쁜데, 그것들이 합쳐지면 그 예쁨은 더 말도 안 되게 극대화된다.

그래서 한성의 남자들이 모두 안별과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소문은,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니다!

그들이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 이유는 그녀가 얼마나 능력 있고, 훌륭하고,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단지, 그녀가 너무 예뻐서다. 너무 예뻐서, 남자라면 누구든 절대 거절할 수 없는 그런 미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유미미는 가는 내내 안별의 생김새에 대한 ‘공격’을 퍼부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안별은 크게 숨을 한 번 고르며 심호흡을 했다.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긴장이 많이 되었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며 예쁜 다리를 차 밖으로 내디디며, 천천히 땅을 밟았다. 그 순간, 수천 개의 플래시가 터졌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언론 매체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연회에 참석하는 것이 오랜만인 안씨 큰 아가씨가, 이 시각 경국지색의 미모로 걸어오고 있으니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인터뷰를 할 여유도 주지 않고, 유미미와 함께 곧장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그녀의 절세 미모는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에 고스란히 담겼다.

홀 안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안별은 다리 한쪽을 우아하게 드러낸 실버색 실크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라인에 볼륨감 있는 몸매가 드레스에 감싸여 고스란히 드러났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드레스는 성진처럼 반짝였고, 완벽한 얼굴과 새하얀 피부가 더해져 마치 인간 세상에 잘못 찾아온 엘프처럼, 그녀는 아름다웠다.

“별아.”

윤태성이 빠르게 안별의 앞에 다가갔다.

그의 얼굴은 분명 화가 나 있었지만, 그것을 애써 참으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어떻게 온 거야? 너 이런 자리를 싫어하잖아.” 윤태성이 물었다.

“그냥, 계속 온실 속 화초처럼 울타리 안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안별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의 얼굴이 자꾸만 자기를 칼로 찌르던 그 끔찍한 얼굴과 겹쳐 보였다.

안별은 애써 그 감정을 눌러 참았다.

시선을 약간 비틀자, 윤태성 옆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그의 파트너 허윤지가 보였다. 윤태성의 수많은 섹스 파트너 중 하나였다.

"대체 왜 그 둘을 단순한 상사와 부하 사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때 안별은 자신이 너무 늦게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별 아가씨.” 안별이 허윤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자, 허윤지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허 비서님이 능력이 출중하고 일 처리도 깔끔하고 잘하신다고 들었어요. 태성도 자주 저한테 허 비서님에 대해 얘기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안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 회장님께서 과찬해주셨습니다. 제게는 큰 영광입니다.” 허윤지는 우아한 몸짓으로 말하면서도, 그 표정은 어딘가 차갑고 계산적이었다.

하지만 속마음에서는 안별에 대한 경멸이 가득 차 있었다.

윤태성이 칭찬한 것이 사실은 침대에서의 능력에 관한 얘기라는 걸 알게 된다면, 이 가문의 아가씨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외부에서는 안별을 현명하고 예의 바르며 사리에 밝은 상류층의 모범이라 평가하지만, 허윤지에게 안별은 그저 멍청한 여자에 불과했다.

허윤지는 단 한 번도 안별을 진지하게 상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인사치레로 가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존재를 무시하는 듯했다.

“그런데요, 지금처럼 무례하게 제 예비 신랑의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이 허 비서님의 업무에 꼭 필요한 부분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행동인지 궁금하네요?”

그 순간, 허윤지의 얼굴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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