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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 못할지도 몰라

1.0M · 연재 중
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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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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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평점

개요

10년의 결혼생활! 안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한테 시집을 간 줄 알았다. 그런데 결국은 자기 남편의 손에 죽을 줄이야. 부모님의 사망도, 가장 친한 친구의 자살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안돼! 이대로 원통하게 죽을 순 없어! 칼이 그녀의 심장을 가르는 순간, 안별은 환생했다. 그렇게 남편과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때로 돌아가, 의문투성이인 남자 도주원을 만나면서 얽히고설킨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안별은 자기한테 말했다. 화내지 말자. 화내지 말자. 그래봤자, 도주원은 25살밖에 되지 않는 애기다. 그녀의 실제 나이는 32살. 자기보다 한참이나 어린 남자랑 싸우지 말자! 그러나 이내, "도주원!!!"

전생/환생사랑고통스러운사랑모살코미디로맨스물스릴러복수각성라이벌/앙숙소유욕/독점욕/질투애증애잔물달콤한

1화 환생하다

내 이름은 안별.

성별은 여자.

올해로 서른두 살이다.

그리고 나는 환생했다.

10년 전으로, 꽃다운 스물두 살이었던 시절로.

하지만 지금, 나는 죽음을 경험하고 있다.

참…

아프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남자, 좋은 남편으로 불리는 윤태성. 그는 내 남편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차가운 칼을 정확히 내 심장에 찔러 넣고 있다.

“안별, 난 널 사랑해본 적이 없어. 이젠 네 몸뚱아리도 지긋지긋해. 알았어? 수아는 침대에서 너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요염해. 그런데 넌 항상 시체처럼 차갑고 딱딱했어.”

차갑고 딱딱하다니?!

하지만 나는 울며불며 따지지 않았다.

그럴 힘조차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배운 참을성 덕분인지, 나는 칼날이 내 심장을 찢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그 아픔을 꿋꿋이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나를 죽도록 사랑한다면서? 그럼 너의 죽음으로 나와 수아의 행복을 축복해 줘. 그러면 정말 고마워할게!”

차가운 목소리는 내 심장에서 칼과 함께 스르륵 빠져나갔다.

푸직-

나의 선홍색 피가 그의 부드럽고 준수한 얼굴에 튀는 것을 보았다.

피가 튀어 온통 피범벅이 된 잔인한 모습과, 마치 갓 내린 눈처럼 맑고 새하얀 그의 얼굴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아이러니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그의 한쪽 입꼬리가 무심하게 올라갔다.

마치 지금 눈앞에서 죽어가는 상대가, 자신을 위해 10년간 헌신한 아내가 아닌 것처럼.

마지막 숨이 끊어지기까지 나는 눈을 감지 못했다.

나는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만 했다.

눈앞의 이 남자가 지닌 모든 잔혹함과 매정함을.

내 뼛속 깊이 새겨 넣을 수 있을 만큼!

우리는 결혼한 지 10년 된 부부였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왔으며, 집안끼리도 수준이 맞는다고 여겨진 사이였다.

나는 어릴 적부터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나고 영특한 여자아이였다.

22살에 윤태성과 결혼한 후, 나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아내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다.

내 모든 것을 포기하며 그가 성공하고 가문이 세가(世家)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헌신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의 손에 죽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안씨 가문의 멸망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혼수품이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나에겐 깊은 한이 있었다.

뼛속을 도려내는 원한이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그런 나를 불쌍히 여기셨는지,

나는 윤태성과 결혼하지 않은 시절, 갑작스러운 가벼운 접촉사고가 일어났던 그때로,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

안별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는 앞에 있는 차를 들이받은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도주원, A국의 4대 재벌 가문의 우두머리, 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

그를 한 번 보면 그 얼굴에 사로잡힐 만큼 아름답고, 188센티미터의 키와 신이 내린 듯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한성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로 손꼽힌다.

이렇게 모든 걸 타고난 남자가, 하필이면 한성에서 제일 유명한 '패가망신 망나니'로 알려져 있다.

그가 놀아본 여자의 수는 그녀가 평생을 살며 만난 남자보다 많을 것이다.

사치와 호사를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누렸고.

다만 한 가지.

그는 전생에 윤태성이 죽도록 이기고 싶어 했지만, 끝내 이길 수 없었던 남자다!

“안별 아가씨, 설마 나한테 반한 건가?”

다른 사람이 이렇듯 뜨겁게 자기를 주시하고 있다는 걸 느낀 도주원은, 깊은 눈동자로 가볍게 힐끔 쳐다보았다.

여유가 넘치는 저음의 달콤한 목소리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고, 분명 희롱하는 경박한 말이었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니 그 어떤 것보다 감미로울 수가 없었다.

“네.”

번뜩 정신을 차린 그녀가, 갑자기... 인정해버린 걸까?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흥분한 사람은 도주원이 아닌,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유미미였다.

유미미는 마치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안별, 너 이 미친년? 어디 머리라도 다친 거 아니야?!”

그때, 도주원의 눈밑으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방관자의 웃음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너, 저 요물이 누군지나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저 놈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몰라?”

유미미는 안별을 향해 말했지만, 그 말투는 비꼬는 듯했다.

“저놈, 생긴 것만 예쁘장하게 생겨가지고 여자를 가지고 노는 것 외엔 아무 쓸모도 없는 놈이야! 그런데 그런 놈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갑자기 눈이 삐인 거야?!”

그녀의 눈이 먼 건 사실이다! 그래서 윤태성, 그 교활하고 음험한 위선자를 사랑했겠지...

오늘 아침 일찍, 그녀들은 용하다는 절에 기도하기 위해 청진산에 갔다 오고 있었다.

차를 운전하고 산을 내려오던 중, 맞은편에서 급하게 달려오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만났고, 다행히 스포츠카를 운전하던 사람이 빠르게 반응해 급회전을 하며 정면 충돌을 막았다. 그래도 결국에는 부딪쳤다.

쌍방 차량은 경미한 마찰만 있었고,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사고를 계기로, 그녀는 환생하게 된 것이다.

안별은 유미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도주원을 보며 물었다.

“혹시 결혼 앞두고 있는, 임자 있는 여자 뺏는 거, 관심 있어요?

“안별!” 유미미가 또다시 폭발했다.

도주원이 미치게 잘생긴 건 맞지만, 저런 쓰레기 같은 자식 때문에 안별이 결혼까지 포기한다고?

“다음 달 18일이 내 결혼식인데, 와서 뺏을 용기 있어요?”

안별은 한 글자 한 글자, 아주 또박또박 뱉었다.

도주원은 몇 초 동안 안별이 한 말을 소화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진짜 병원 가서 뇌 검사 좀 받아봐야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검은색 정장 바지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긴 두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건넸다.

“비용은 내가 대죠.”

안별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슈퍼 VIP 블랙카드를 보았다.

도씨 셋째 도련님이 씀씀이가 크다는 건 하도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와 인연이 살짝이라도 닿았던 여자들은 죄다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받았다고 한다.

안별은 그 카드를 받았다.

그러자 도주원의 눈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안별은 전통적인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고, 성품이 어질며 학식과 사리에 밝다는 사실은 한성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평소에도 고결한 성품을 유지해 도주원 같은 날라리 도련님들과는 한 번도 얽힌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일편단심으로 윤태성만을 바라보며 그에게 시집가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럼 이건 혼수인 걸로.” 안별이 말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유미미는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도주원은 그저 완벽하게 잘생긴 입술을 살짝 비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시각, 그는 침묵을 지켰고, 그의 표정에서 아무런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건 그가 승낙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살펴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결혼식 날, 그쪽이 오기만 하면 난 그쪽을 따라갈 거예요.” 안별이 말했다.

사실, 이는 과거 도주원이 했던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그녀와 윤태성의 결혼 전날 밤,

너무 흥분되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 그녀에게, 새벽 4시,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내일 내가 결혼식에 당신을 뺏으러 갈 건데, 그러면 나랑 갈 거야?” 갑자기 들려온 그의 질문에 안별은 미간을 찡그렸다.

“누구세요?”

“윤태성 좋은 사람 아니야.” 그가 말했다.

“대체 누구세요?”

“나도 좋은 사람은 아니고.”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다.

안별은 그 전화를 장난전화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한 사람의 말투 같았으니까. 그래서 특별히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 우연히 그 번호가 도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알고 나서는 더 이상 마음에 두지 않았다. 날라리 바람둥이 같은 남자에 대해 그녀는 항상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전에 도주원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환생 후, 안별은 그때 도주원의 말에 의미가 담겨 있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당시, 즉 전생에서 그녀와 윤태성의 결혼식에 도주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했던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거짓말인지 안별은 확신할 수 없었다.

어쨌든.

도주원이 오든 말든, 이번 생에 그녀와 윤태성의 결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진짜로 나타나면, 그저 복수를 더 철저히 할 기회만 생길 뿐이다.

안별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유미미도 빠르게 그녀를 따랐고, 두 사람은 다시 차로 돌아갔다.

그때, 자기 앞으로 지나가는 차를 보던 도주원은 한참 후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한성에서 모든 남자들이 결혼하고 싶어하는 안씨 집안의 큰 아가씨, 안별이라... 이건 꽤 재미있어질 것 같군.

*

차량 안에서 유미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너 방금 제정신 아니었지? 그게 뭐야, 도주원 그 쓰레기한테 결혼식에 와서 뺏으라니 뭐라니?”

“아니, 나 정신 정말 맑아.” 운전하는 안별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심지어 냉혈하고 차가운 기운마저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안별은 윤태성의 잔인한 괴롭힘을 온몸으로 겪고 있었으니까.

“그럼... 윤태성은? 너희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모범 '잉꼬 부부'잖아.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알기나 해? 너 지금 혼전 외도를 하겠다고? 그럼 그 사람은 뭐가 되는 거야?”

유미미는 그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혼전 외도가 뭐가 대수냐고?

안별의 한쪽 입꼬리가 냉철하게 치켜 올라갔다.

그녀는 두 눈으로 윤태성과 다른 여자가 자기 앞에서 나란히 한 침대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목격한 바 있었다.

안별은 입술을 꽉 깨물며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짐승만도 못한 개자식!”

윤태성은...

인간으로서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