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안효진의 권모술수
여민정은 안수만의 기세에 심하게 놀랐다.
혹시 자기 딸이 진짜 맞을까 봐 뛰어가 안별을 온몸으로 감싸 안았다.
안수만의 커다란 손은 그녀의 뺨을 향해 날아들었고, 이때 안별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어 카메라를 안수만을 향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제 몸 털끝 하나 건드리시기라도 하면,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법정에 갈 겁니다.”
안수만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저 지금 동영상 찍고 있어요. 그래도 때리실 건가요?”
안수만은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지만, 결국 손을 내리칠 수 없었다.
“아빠.” 안지호가 빠르게 안수만의 손을 잡아당겼다. “이 계집애 제정신 아니야. 얘랑 화낼 필요 없잖아. 언젠가는 업보를 톡톡히 받을 거야.”
안수만의 손은 내렸지만, 그의 눈빛에서 쏟아지는 독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언젠가 너희 집안 모두가 처참하게 죽을 거다!”
그건 전생이고.
이번 생에는.
그 누구도, 어떤 누구도!
우리 가족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
안별은 엄마 여민정과 손을 잡고 안씨 저택을 떠났다.
안씨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불씨를 심어두고, 유유히 떠나갔다.
“안별 저 계집애는 언제부터 그렇게 따박따박 말을 하기 시작한 거야!” 박정선은 안별의 기고만장한 모습에 화가 난 듯했다.
“너 그 입 다물어!” 문정자는 마침내 속에 쌓였던 불쾌감을 폭발시켰다. 큰 며느리를 향해 호되게 꾸짖었다. “분수도 모르는 것이! 내가 너 같은 걸 그렇게 예뻐했다니!”
이유 없이 혼난 박정선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줄곧 안별을 욕해왔지만, 왜 갑자기 혼나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불쾌하다.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안수만은 박정선을 향해 소리쳤다.
“당신은 왜 하필 그때 끼어들어서 말을 했냐고! 그 보석이 어머니가 얼마나 오랫동안 눈여겨본 물건인 줄 몰라서 그래? 당신 한마디에 안별 그 계집애가 바로 가져갔잖아!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 박정선의 얼굴이 순간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민망하고 창피하고 잘보이려고 했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그녀는 몇 마디에 안별의 꾀임에 걸려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천한 계집.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사실, 안별 언니를 상대하려면 별로 어렵지 않아요.”
안효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나약하고, 위험함이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나긋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거냐?” 문정자는 안효진을 언짢게 힐끔 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안효진의 지위가 안별보다 훨씬 못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오늘 안별 언니가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건, 언니 아버지가 안씨 가업을 물려받았고, 거기다가 윤태성과의 혼약도 아직 남아 있다는 거죠. 혼약이 깨지면, 언니는 저렇게 나대지 못할 거예요.”
“무슨 '1+1=2' 같은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어!?” 박정선은 원래도 화를 참고 있었지만, 안효진이 말을 하자 그 분출구를 찾은 듯했다.
“제 뜻은요. 만약 안별 언니와 윤태성이 잘 되면, 언니는 처참하게 내버려지게 될 거라는 거죠.”
박정선은 잠시 멈칫했다.
옆에 있던 안은서도 고개를 들었다.
안은서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분노가 가득했다.
자기야말로 안씨 집안의 큰 아가씨인데, 왜 안별이란 계집애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지. 모든 걸 안별에게 뺏겼다. A국의 최고의 남자마저 안별의 남자가 되었다.
그걸 안은서는 늘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결혼식은 아직 한 달이나 남았어요. 우리가 안별 언니랑 윤태성의 결혼을 막을 수만 있다면, 안별 언니도 저렇게 기고만장하지 못할 거예요.”
“말이 쉽지. 윤태성이 안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안 보여?” 문정자는 안효진에게 냉담하게 응수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으로 윤태성이 언니를 사랑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겠죠. 그치만...” 안효진은 잠시 말을 멈추며, 뭔가 내뱉기 힘든 말이 있는 듯했다.
“말을 하려면 끝까지 하던가! 천한 여자가 낳은 자식이라는 티를 꼭 그렇게 내야겠어?” 안은서가 목소리를 높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은서!” 안수만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겨냥했다.
안은서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그 표정에서 불쾌함이 묻어났다.
천한 것이 아버지의 환심을 사는 것만 알고!
“제가 말하면 언니가 기분 나빠할까 봐요.” 안효진은 일부러 말을 더듬으며 말을 미뤘다.
“어차피 네가 뭐라고 하든 난 기분이 나쁠 거야. 근데 네가 말을 안 하면 난 더 기분이 나빠! 그러니까 얼른 말해!” 안은서의 인내심이 바닥을 쳤다.
안효진은 잠시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마치 그의 승낙을 받은 듯 결국 입을 열었다.
“그치만 남자랑 여자가 잠자리를 가진다는 건... 어찌보면 쉬운 일이죠.”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안효진에게 쏠렸다.
그 시선에 불편함을 느낀 안효진은 급히 해명하려 했다.
“이건 그냥 제 생각일 뿐이에요. 이 방법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무시해 주세요. 저는 나쁜 뜻은 없었어요. 그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그리고 은서 언니가 안별 언니 때문에 많이 화가 나신 것 같아서... 저는 그냥...”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혼날까 봐 불안한 모습이었다.
“됐어. 너는 왜 맨날 울어? 누가 봤으면 우리가 너를 때린 줄 알겠어.” 박정선은 안효진의 눈물에 짜증을 내며 한탄했다.
그 말에 안효진은 울먹이며 소리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결국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그만해. 안별과 윤태성의 혼사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오늘 너무 화를 내서 머리가 아프다. 수만아, 나 좀 방으로 데려가 줘.” 문정자는 안수만을 부르며 자리를 떴다.
사실 그 상황은 뻔했다. 문정자는 분명 안효진의 말을 듣고 싶어 했고, 그녀의 건의를 받아들일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안효진이 그런 말을 했을 때 이미 혼나야 마땅했을 것이다.
문정자와 안수만이 떠나고, 안은서는 참지 못하고 안효진을 비꼬았다.
“역시 태생의 천함은 어디 가지 않네. 방법이란 게 전부 그런 식이니. 죽은 엄마가 그런 것만 가르쳤니? 너, 그런 짓으로 남자 몇 명이나 꼬셨는지 궁금하다 얘. 몸도 이제 헐었겠다.”
“언니, 저 그런 거 아니에요. 저는 단지 언니를 위해서...” 안효진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억울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안은서는 그저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천한 것.”
박정선과 안지호도 안효진을 곱게 볼 리 없었다.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그렇게 홀에 혼자 남은 안효진은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며 여유를 찾았다. 더 이상 불쌍한 척, 억울한 척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냉기 섞인 웃음이 떠올랐다.
‘내가 제안한 건 반드시 채택될 거야. 내가 한 말은 아무도 무시하지 못할 거야.’ 안효진은 자신감을 드러내며 속으로 확신했다. 사람들 앞에서 아무리 어리석은 척, 불쌍한 척해도 그건 전부 계획의 일환이었다. 안은서가 스스로 무너질 수 있도록 만들고,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 후에는, 마침내 안별의 자리까지 빼앗을 기회를 잡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자신이 안씨 집안의 진정한 큰 아가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안별과 여민정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어느 정도 그 길을 나오고 나서야, 여민정은 겨우 심장의 뛰는 속도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별아, 너 오늘 왜 그렇게 세게 나갔어? 엄마는 정말 깜짝 놀랐단 말이야.”
안별은 부드럽게 여민정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앞으로는 할머니가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게요.”
여민정은 잠시 망설였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근데... 너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거야? 오늘 할머니한테 그렇게 대들고, 할머니 얼굴이 얼마나 파래지셨는지 봤어?”
“그건 할머니가 그동안 너무 지나치게 하셨으니까요. 엄마, 앞으로는 효도한다고 너무 참고 그러지 마요. 할머니 같은 분은 엄마의 존중을 받을만한 분이 아니잖아요.”
여민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희 할머니가 나한테 좀 지나치긴 하셨어도, 결국 너희 아빠의 친 어머니잖아. 나는 너희 아빠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안별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요. 나는 그냥 할머니가 엄마에게 더 이상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막을 거예요. 진짜로… 목숨까지 노리진 않을 거예요.”
안별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하지만 그 전제는 문정자 할머니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거예요. 만약 끝까지 뉘우치지 않는다면... 그땐, 저는 뭐든 걸고라도 그 사람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요.”
여민정은 딸의 말에 잠시 침묵했다. 안별의 눈빛은 결연했으며, 그 어떤 용서도 기대하지 않을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