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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이제는 그 기를 꺾어보려고

안씨 옛 저택 거실.

안별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한 대로라면, 오늘 할머니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저랑 윤태성 결혼 문제 때문이죠?”

그 말에 문정자가 살짝 놀란 듯했다. 안별이 그런 말을 꺼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물론 안별이 전생에 이 일을 겪은 건 아니다. 전생에서는 어제 저녁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오늘 아침의 이 핫뉴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일도 없었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씨 저택 사람들과 윤씨 집안이 그동안 은밀히 결탁해 왔기 때문이다. 윤씨를 통해 그녀의 아버지가 가진 계승권을 빼앗으려는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안별이 윤씨 집안을 난처하게 만들었으니, 당연히 문정자가 나서서 윤씨 대신 안별을 혼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안별이 너무 당당하게 나왔다. 몇 마디로 노인네의 노망이라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저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어젯밤 제가 도주원에게 보석을 받은 건 사실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윤태성의 체면을 깎은 것도 사실이고요.” 말하며 안별은 그 찬란한 사파이어를 꺼냈다.

눈부신 빛깔과 아름다운 광택, 그리고 역사의 계승까지 더해져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이었기에,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문정자도 그 사파이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오히려 안별을 업신여기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말을 네 입으로 하는 게 수치스럽지도 않느냐! 정말 뻔뻔하구나!”

“제가 보석을 거절하지 않고 받은 이유는요. 첫 번째, 우리 안씨 집안은 장사꾼 집안이잖아요. 하늘에서 거저 떨어진 떡을 거절할 장사꾼이 어디 있겠어요? 두 번째는, 할머니께서 보석을 좋아하신다는 걸 제가 알고 있었거든요. 처음 이 보석을 봤을 때부터 할머니께서 좋아하실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약 윤태성이 저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제가 그 보석을 낙찰받았을 거예요. 결국 제가 낙찰한 건 아니지만, 도주원이 양보를 하겠다는데 제가 안 받을 이유가 없었죠.”

문정자는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 보석은 원래 할머니께 드리려고 했던 거란 뜻이에요.”

문정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이 사파이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것을 살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그 보석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니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방금 큰 어머니께서 우리 엄마한테 할머니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냐고 하셨죠? 우리는 준비했어요. 근데 애석하게도...” 안별은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할머니께서 우리가 준비한 선물 따위는 필요 없으시다 하셨죠.”

문정자는 그 순간, 속이 쓰리게 아팠다.

“만약 진짜 진심을 담아서 준비한 거라면...” 그 말을 입 안에서 삼키면서, 문정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안별은 문정자가 말을 번복할 기회를 주려는 생각은 없었다.

문정자는 계속해서 안별과 그 사파이어를 번갈아 보며 속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뭐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우리 어머님이 그렇게 물질적인 분이신 줄 알아?” 박정선이 때 아닌 시점에 끼어들었고, 문정자는 박정선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입 다물라고!'

안별은 문정자의 안색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지금쯤 후회막심이겠지. 자기가 보석을 선물하려고 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

그런데 진짜로 보석을 가져온 걸 보니, 방금 말한 선물하려 했다는 말이 진짜였을 것 같다.

아마 지금쯤 배가 무진장 아플 것이다.

안별은 얼른 박정선의 말에 대꾸했다.

“큰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할머니는 절대 그런 물질적인 분이 아니시죠. 게다가 한 번 뱉은 말씀을 번복하는 일은 더더욱 없으시고요.”

“그럼!” 박정선이 맞장구를 쳤다.

문정자의 얼굴은 마치 무지개처럼, 한 마디에 알록달록해졌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안수만은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급히 아내의 입을 막으려 했다.

“여보! 그만해.”

문정자는 침을 한 번 삼킨 후, 서서히 입을 열었다.

“난 네가 어젯밤 도주원이 준 보석을 왜 받았는지 상관없다. 나한텐 그딴 이유들이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를 경고하는데, 너 절대 윤씨 집안과의 혼사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태성이처럼 좋은 아이는 너가 한번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야! 그러니 멍청한 짓은 하지 않길 바란다.”

“저의 혼사는 할머니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넌 내가 걱정해서 하는 줄 아느냐! 난 네가 윤씨 집안한테 파혼당할까 봐 두렵다. 너 같은 조건으로 태성이가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대체 누가 문정자의 손주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아마 내 전생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타협하는 모습들은 할머니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제가 아니면 안 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윤태성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할머니께서 제 결혼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잊으셨어요? 그때 할아버지께서 저와 윤태성의 혼약을 약속하려고 했을 때 제일 크게 반대하셨던 사람이 할머니였잖아요?” 옛날의 안별이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던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문정자는 그 말에 또 자극을 받았다.

“할머니는 원래 사촌 언니를 윤태성한테 시집보내려고 했잖아요? 심지어 온갖 방법을 써가며 할아버지를 협박하시기도 했고요. 결국 실패했지만. 그런데 지금 할머니께서 이렇게 제 혼사에 관심을 보이면 제가 오해할 수도 있잖아요. 할머니께서 다른 마음을 품고 계신 게 아닌지!”

“안별! 뚫린 입이라고 막말을 하는 거냐! 불효녀 같으니라고! 너, 너...” 문정자는 분노가 치밀었다. 이 순간, 정말 눈앞에 있는 그 미운 존재를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꺼지라는 말을 하실 거면 차라리 그만 하세요.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저도 여기에 남아 있을 생각이 없다고요.” 안별은 문정자가 화를 내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안씨 집안일은 할머니께서 적당히 간섭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연세도 있으시고, 이제는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셔야죠. 자식들도 다 컸는데, 이젠 그만 손을 놓으시고 여유를 즐기세요.”

“뭐야? 너 지금 내가 간섭을 많이 한다고 비꼬는 거야?”

“그건 할머니께서 제일 잘 아시잖아요. 할머니, 몸 건강 챙기세요. 저희는 가볼게요.” 안별은 문정자의 기분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안별은 자기 할머니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평생을 쓴소리 한 번 듣지 않으셨고, 모든 것을 자기 손에 쥐고 장악하려 하셨던 분이었다.

그것 때문에 가족의 목에 감긴 쇠사슬은 점점 더 조여만 갔다.

하지만 이제 안별은 그 쇠사슬을 끊어내고 그 기를 꺾어보려고 한다.

안별이 엄마를 끌고 나가려다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안수만을 향해 말했다.

“큰 아버지, 오늘은 주말도 아닌데 회사에 안 나가셨네요?”

안수만의 얼굴이 변했다.

“사촌 오빠랑 언니도 안 갔어요?” 안별의 눈썹이 가볍게 치켜올라갔다.

“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안수만이 눈을 부릅뜨며 노려보았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그때, 왜 할아버지가 계승자를 고르실 때 큰 아버지가 아닌 저희 아빠를 고르셨는지 알 것 같아서요. 만약 큰 아버지에게 물려주셨다면 아마 진작에 망하지 않았을까요?”

“안별! 너 오늘 제대로 미쳤구나! 너 같은 건 맞아야 정신을 차릴래!?”

그 말과 함께 안수만은 바로 안별에게 다가가 손찌검을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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