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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참석하기 싫으면 꺼져, 여기서 눈꼴사납게 굴지 말고

드디어 동창 모임 날이 돌아왔다.

나는 약속 시간에 맞춰 식당에 도착했지만, 모임은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오빠는 한창 윤이슬에게 새우 껍질을 손질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빠는 새우 알레르기가 있었다. 만지기만 해도 가려워서 약을 발라야만 했다.

어렸을 때 새우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매번 오빠한테 새우 껍질을 까달라고 조르면, 오빠는 가려움을 참으며 하나씩 껍질을 벗겨 입에 넣어주곤 했다. 불만 한마디 없이, 오히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우리 식탁에 더는 새우가 올라오지 않았다.

오빠의 눈에는 오직 나에 대한 혐오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애써 눈물을 참으며 룸 안을 둘러보았다.

순간, 룸 안이 조용해지더니 모두가 나늘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유독 오빠만 고개를 들지 않고 계속 새우를 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보일 듯 말 듯한 표정에서 나에 대한 숨길 수 없는 혐오감이 엿보였다.

나는 가슴을 조이는 통증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사촌 언니, 언니가 안 오는 줄 알았지 뭐예요.”

윤이슬이 일어나 친한 척 다가왔다.

나는 분명 참석한다고 말했고, 시간도 여러 번 확인했는데……

반장은 제 발이 저려서 나랑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사촌 언니, 왜 그래요? 화났어요?”

윤이슬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앉아 있던 오빠는 갑자기 일어나 그녀를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겼다.

차갑고 증오에 찬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각해놓고 무슨 얼굴로 화까지 내?”

그제야 나는 비로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반장과 윤이슬은 단짝이었다. 윤이슬의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던 반장이 일부러 시간을 틀리게 알려준 것이 분명했다.

내가 따지려던 찰나, 윤이슬이 먼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웠다.

“사촌 언니, 오늘은 다들 어렵게 모인 자리잖아요. 화 풀어요. 기분 좋에 모였는데 이러면 안 되죠……”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윤이슬이 울먹이는 모습을 본 오빠는 나를 더 차갑게 대했다.

“참석하기 싫으면 꺼져, 여기서 눈꼴사납게 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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