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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내가 곧 죽을 걸 알면 틀림없이 기뻐하겠지?

나는 어둡고 비좁은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휴대폰에는 부재중 전화와 문자 몇 개가 와 있었다.

두 통은 고등학교 때 반장이 보낸 것이었고, 다른 한 통은 윤이슬이 보낸 것이었다.

윤이슬은 나와 오빠 윤하준의 사촌 여동생이지만, 언제나 오빠를 ‘하준 오빠’라고 부르고 나를 ‘사촌 언니’라고 불렀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둘을 진짜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 생각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지어졌다.

문자 내용을 확인해보니, 모두 같은 일로 연락한 것이었다.

바로 동창 모임 때문이었다.

미처 답장을 보내기 전에 나는 갑자기 위가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

하지만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에 헛구역질만 계속 나왔다. 위산 때문에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지만, 구역질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결국 피를 토해내고서야 간신히 멈췄다. 맥없이 변기 옆에 주저앉은 나는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그해 여름은 내가 평생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때의 일만 생각하면 몸이 먼저 반응했다. 구역질이 나고 몸이 심하게 떨렸다.

한참 동안 숨을 고르고 나서야 나는 겨우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소파까지 힘겹게 걸어온 나는 습관처럼 모임에 나가지 못할 것 같다는 답장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탁자 위에 놓인 진단서에 눈길이 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열여덟 살 때,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그뒤로 오빠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

‘오빠가 윤이슬을 그렇게 이뻐하니, 모임에 분명 같이 나올 거야.’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나는 마지막으로 오빠 얼굴을 보기 위해 모임에 참석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올라오는 구역질을 겨우 참으며 용기 내어 반장에게 모임 시간과 장소를 물었다.

그리고 오빠에게 줄 진단서를 서류봉투에 조심스레 담았다.

‘내가 곧 죽을 걸 알면 틀림없이 기뻐하겠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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