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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논란을 자초하다

천진주의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리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낯선 남자가 자신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아… 아…!"

천진주는 당황스러웠다. 자라면서 오빠 외에는 자신을 이렇게 친밀하게 안아준 남자가 없었다. 이 남자가 첫 번째였다.

오지훈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그는 황급히 손을 뻗어 천진주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아오 닥쳐! 조용히 해! 정말 이상한 여자네. 보통 사람 같으면 넘어지기 직전에 겁에 질려 소리부터 지르는데, 넌 넘어질 땐 조용하더니 이제 와서 소리를 지른다고?"

천진주는 억울한 듯 더듬거리며 말했다.

"너, 너, 너… 네가 먼저 놓으라고!"

오지훈은 잠시 천진주의 표정을 살펴보다가 깨달은 듯 말했다.

"내가 네 허리를 감싸서 소리 지른 건 아니지?"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조소를 띄웠다.

"그래, 그런 것 같네." 오지훈은 천진주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봐, 남자한테 이렇게 안겨본 적 없지?"

천진주의 귀가 붉어진 걸 본 오지훈은 더욱 장난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싼 손에 힘을 주었다.

스윽!

그는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신이 났다. 허리를 안은 것만으로도 얼굴이 빨개지는 여자를 본 건 처음이었다.

오지훈은 천진주의 허리를 더 세게 감싸며 손바닥을 슬쩍 옷 안으로 밀어넣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천에 걸리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더 이상 신사적인 척을 하지 않고 손가락을 그녀의 옷자락 안으로 넣었다. 그 순간, 그의 손바닥에 닿은 천진주의 허리 살이 그를 놀라게 했다.

"뭐 하는 거야!"

천진주는 몸을 떨며 오지훈을 밀어냈다. 오지훈은 놀란 눈으로 천진주를 바라보았다.

"너… 허리…"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천진주의 허리는 상상보다 더 가늘었다. 그는 많은 여자와 만났고, 세계적인 모델이나 스타들과도 연관이 있었지만, 천진주의 허리는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씬했다. 한 손으로 거의 허리의 반을 감싸쥘 수 있을 정도였다.

오지훈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보려고 했던 것은 그녀의 옷 아래 숨겨진 진실이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 고통을 겪고 있었고, 반항하려 하지만 참고 있는 눈빛을 보며 오지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오지훈은 천진주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분노와 겸허,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그 눈 속에 뒤섞여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길래 이렇게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담고 있을까?

천진주는 오지훈을 밀쳐내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부상 탓에 빨리 달릴 수 없었고, 몇 걸음도 떼지 못해 넘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벽을 붙잡고 최대한 오지훈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가장 수치스러운 비밀이 드러난 것 같았다.

천진주는 출소한 후, 조용한 삶을 원했다. 먹고, 잘 곳이 있고, 스스로 자급자족하며 조용히 살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다시 풍파에 휘말리기엔 너무나 취약했다.

오지훈은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벽을 붙잡고 몸을 질질 끌며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천진주는 606호 룸 앞에 다다라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희미한 조명 아래 손님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몇몇 모델들이 함께 앉아 있었다. 방 한가운데, 크리스탈 테이블 앞에는 청순한 외모의 소녀가 서 있었다.

천진주는 그 소녀가 전예린이라는 이름의 새 웨이트리스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천진주와 같은 숙소에서 지내고 있는 S대 학생이었다.

"진주 언니…"

전예린이 갑자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천진주를 불렀다. 천진주는 깜짝 놀라 온몸이 굳어버렸다.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천진주에게 쏠렸다. 천진주는 얼른 말을 꺼냈다.

"저는… 청소하러 온 청소부입니다."

거친 목소리였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천진주는 로열에서 일한 지 석 달이 되었고, 그동안 말을 줄이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녀는 단지 청소부일 뿐이었고, 누군가 그녀의 목소리를 불쾌하게 여기더라도 실질적으로 그녀에게 위해를 가할 사람은 없었다. 이번에도 전예린의 상황에 간섭하지 않고, 그냥 일을 처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천진주는 고개를 숙이고 전예린의 시선을 피하면서 화장실로 걸어갔다. VIP 룸에는 따로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청소 도구영현 잘 보관되어 있었다.

그녀는 한 손에 걸레, 다른 한 손에는 양동이를 들고 나와서 고개를 숙인 채 청소에만 몰두했다. 전예린의 애처로운 눈빛이 이따금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지만, 천진주는 무시했다.

3년간의 감옥 생활은 천진주에게 단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무턱대고 잘난 척하지 말라는 것. 왜냐하면, 누군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그녀의 삶은 죽음보다 더 끔찍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예린은 천진주와는 달랐다. 집안은 가난하지만, 부모님이 계시고, S대에 다니는 대학생이었다. 반면, 천진주는 이제 그저 과거 감옥에 갇혀 있었던 사람일 뿐이었다.

그 어떤 것도 이젠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미풍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연약해졌고, 남을 도울 힘은 더더욱 없었다.

"이 노래 한 곡 부르면 가도 돼." 한 남자가 전예린에게 말했다.

천진주는 말없이 고개를 들어 전예린을 바라보았다. 전예린은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전 안 해요…"

천진주는 그녀를 일깨우려 걸레를 일부러 전예린의 신발에 걸리게 했다. 전예린은 놀라서 방금 하려던 말을 잊고 천진주를 쳐다보았다.

천진주는 사과하듯 고개를 들어 말했다.

"미안해요…"

그 한마디에 방 안의 남자들의 시선이 천진주에게로 쏠렸다. 그 순간 전예린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모델도 아니고, 룸 공주도 아니에요. 그저 차와 물을 서빙하는 웨이트리스일 뿐이잖아요! 노래를 부르라니 말도 안 돼요!"

천진주는 속으로 자기 뺨을 치고 싶을 정도로 후회했다. 어떤 사람은 도울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도울 수 없는 법이다. 전예린이 이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천진주였으면, 로열 VIP 룸에서 손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노래 한 곡 정도는 불렀을 것이다.

지위가 높은 손님들이 어떻게 작은 웨이트리스의 불순종을 용납할 수 있을까?

전예린이 이렇게 거절했으니 손님들이 그녀를 쉽게 보내줄 리 없었다. 그들은 이미 수많은 여자를 겪어봤고, 순박하고 예쁜 전예린에게 노래 한 곡으로 상황을 무마할 기회를 주는 것일 뿐이었다. 그냥 노래를 부르고 나가면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천진주는 자칫 전예린을 도와준 것이 불씨가 된 것 같았고, 남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그녀에게도 향했다.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빨리 치우고 나가야지. 여기서 더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아까 예린이를 도왔는데 손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나까지 곤란해질 거야. 빨리 떠나야 해.’

"어이쿠, 정말 고상하고 정직하네?" 한 남자가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노래를 안 부른다고? 좋아, 그러면 상에 있는 와인 한 병 마시고 나가."

전예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전 술 안 마셔요! 난 술자리에 동석하는 여자가 아니에요!"

"하하, 안 마신다고?" 남자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유감이지만, 이건 거절할 수 없는 일이야. 웨이트리스도, 청소부도 마찬가지야. 로열에 일하러 왔으면 손님의 말을 따라야지."

천진주는 그 말에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저기요, 청소부 아줌마. 맞는 말이잖아요?"

남자는 천진주를 가리키며 조롱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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