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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감옥으로 보내준 남자

959.0K · 완결
기나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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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평점

개요

하지아의 사망 사건은 풀리지 않는 의혹들 많다. 그러나 모든 증거는 천진주가 바로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래서 구태우는 손수 천진주를 감옥으로 보냈다. 3년 후 천진주가 감옥에서 나온 그 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3년의 수감 생활 때문에 천진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옛날에 자신만만했던 천진주는 이제 과묵한 여자가 되었다. 생계를 위해 로열 클럽에 가서 청소부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서 구태우를 다시 만날 줄이야......

애증재벌남오해애잔물악마소유욕/독점욕/질투냉정남상처녀

1화 그녀를 감옥에 보내

"아니라고! 내가 아니라고...제발 날 믿어줘..."

천진주는 차 안의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거센 빗줄기로 차창 너머 차가운 표정을 한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창문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구태우! 내 얘기 좀 들어봐!"

차 문이 갑자기 열렸고, 천진주는 기뻐할 틈도 없이 강한 힘으로 차 안으로 끌려 들어가 그의 몸에 넘어졌다. 그의 하얀 셔츠가 순식간에 젖어버렸다.

"구태우, 지아를 해친 양아치들... 정말 내가 시킨 거 아니야..." 천진주가 말했지만, 그는 길쭉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꽉 쥐었다.

그의 독특한 저음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너는...내가 그렇게 좋아?"

희미한 담배 향이 살짝 감도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뭐라고?" 그의 뜬금없는 질문에 그녀는 당황했다.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왜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남자는 천진주의 턱을 감싸면서 다른 팔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비에 젖어 차가워진 그녀의 뺨에 그의 손끝이 가볍게 닿자, 천진주는 부드럽게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눈동자에 빠져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안 추워?"

그리고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기운을 온몸으로 뿜어내며 물었다.

"천진주, 넌 내가 그렇게 좋아? 지아를 죽일 정도로?"

가슴 밑바닥부터 솟구치는 차가운 기운이 순식간에 팔다리와 뼛속까지 퍼져나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천진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남자의 다정함이 자신에게 주어질 리가 없었다. 결국 그것은 다정함이 아니라 악마의 미소였다.

"결코 지아를 해칠 생각은 없었어..." 그녀는 부디 그가 자신을 믿어주길 바랐다.

"그래... 넌 일부러 지아를 해치려던 게 아니라 단지 양아치들을 매수해서 지아를 강간하라 했을 뿐이겠지." 구태우의 눈빛은 갈수록 날카로워졌고, 천진주가 해명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커다란 손으로 천진주의 옷을 찢어버렸다.

"꺄악!"

비명과 함께 천진주는 차 밖으로 무정하게 내쳐 나와 빗물이 가득한 웅덩이에 엎어졌다. 빗소리 속에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

"천진주...천 아가씨, 지아한테 저지른 것처럼 나도 너한테 똑같이 갚아줄 거야. 홀딱 벗은 기분이...어때?"

천진주가 문득 고개를 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차 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차 안의 남자는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손수건을 꺼내 천천히 손가락을 닦았다.

"천진주, 내가 지금 많이 피곤하니까 이제 그만 꺼져."

"구태우! 내 말 좀 들어봐! 진짜로..."

구태우는 무언가 생각난 듯 천진주의 말을 끊었다.

"그렇군, 천 아가씨 말을 한번 들어볼 필요는 있겠어." 남자는 눈꺼풀을 들어 천진주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귀하신 천 아가씨가 하룻밤만 우리 구씨 저택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면 혹시 모르지? 내가 기분이 좋아져서 천 아가씨에게 10분 정도 말할 기회를 줄 수도."

차 문이 쾅 닫혔다. 차 밖으로 내던진 손수건이 비에 푹 젖은 채로 천진주 앞에 떨어졌다.

천진주는 고개를 숙이며 비에 젖은 손수건을 주워 손바닥에 꽉 쥐었다.

차량은 구씨 저택으로 들어갔고, 구씨 저택의 철문은 그녀 앞에서 굳게 닫혔다.

빗속에서 한참을 서 있던 천진주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녀는 문득 고개를 들고 구씨 저택 대문 앞으로 걸어가 입술을 깨물며 무릎을 꿇었다.

그를 향한 속죄가 아닌, 하지아가 자신의 친구였다는 이유만으로, 비록 자신이 죽인 건 아니었으나, 자신으로 인해 친구영현 죽었는데 그녀라고 죄책감이 없을까... 그녀는 자신의 친구 지아를 위해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결백을 그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녀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지만, 중요한 부분은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두 손으로 몸을 감싸며 비에 젖은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허리는 곧게 펴져 있었다.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의 눈빛은 꺾이지 않았고, 강남구 천진주라는 이름이 가진 자존심과 강인함이 그 모습을 통해 드러났다.

그녀는 자신이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 명확히 해명할 기회를 얻기 위해 스스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결백을 행동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까?

정말로 그녀의 진실이 그에게 닿을 수 있을까?

비는 점점 더 거세게 내렸고, 밤새도록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천진주는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여전히 구씨 저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차갑게 쏟아지는 빗줄기는 그녀의 몸을 적셨고, 머리칼과 치마 자락이 무겁게 늘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꼿꼿하게 비바람을 견뎠다.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자 저택 안이 드디어 소란스러워졌다. 은발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늙은 집사가 검은 장우산을 들고 저택의 안뜰로 걸어 나왔다.

철문이 서서히 열리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천진주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몸은 한없이 피곤해보였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천 아가씨, 태우 도련님께서 돌아가시라 하셨습니다." 늙은 집사의 목소리는 차갑고단호했다. 저택의 완벽하게 정돈된 정원, 그리고 그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은 비 오는 날씨와는 대조적이었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천진주에게 말없이 옷을 던져주었다.

천진주는 밤새 내린 빗물에 붉게 불은 손을 억지로 움직이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옷을걸쳤다. 온몸이 비에 젖고 추위에 떨려 입술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쉰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늙은 집사는 눈을 들어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기계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태우 도련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당신의 존재가 이 저택을 더럽힌다고 하셨습니다. 방해하지 말고 당장 나가라는 명령입니다.”

그동안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견디던 천진주에게서 마지막 남은 기운조차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그녀는 그간 숨겨왔던 상처받은 마음이 드러난 듯,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떨었다. 눈가에 맺힌 물방울이 비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었고,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저 차가운 비만이 그녀의 얼굴을 적실 뿐이었다.

늙은 집사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진주가 다시 눈을 떠 그를 응시하자 잠시 눈길을 피했다.

“하 집사님.” 천진주가 나직하게 말했다.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저는 결코 그 양아치들을 매수한 적도없고, 지아의 결백을 망친 적은 더더욱 없어요. 그러니 당신의 미움도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녀는 말할 때마다 피곤한 몸이 버거워 보였지만, 한 마디 한 마디는 또렷하고 굳건했다. 그럼에도 늙은 집사의 표정은 냉담하게 변하며 회색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줄곧 기계같이 말하던 그가 격앙된 채로 말했다.

“지아는 내 딸이야!” 그가 쏘아붙였다. “그 애는 어릴 적부터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였어. 술집이나 클럽 같은 곳에는 한 번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아이였는데, 그런 지아가 깡패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그렇게 참담하게 모욕당하고 죽임을 당하다니....”

“아니에요!”

“천 양, 지아가 죽고 내가 직접 휴대폰을 확인해 봤어요, 사건 전에 지아가 천 양한테 전화를 걸었었고, ‘다크’에 도착했는데 넌 어디냐는 메시지를 남겼더군요, 그런데도 넌 아직도 변명할 생각을 하는 거야!? 바로 네가! 네가 내 딸을 죽인 거야!!”

“천 양이 태우 도련님한테 집착한 사실은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도련님은 내 딸 지아를 좋아했고, 도련님은 옆에서 걸리적거리던 당신의 집착이 싫었고! 그러니 분명히 당신은 지아를 질투했겠지... 그래서 그런 짓을 했겠지!!”

천진주는 집사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아는 하 집사의 딸이었고, 동시에 구태우의 일생의 사랑이었다. 반면, 천진주 자신은 그저 구태우를 짝사랑했던 여자가 아니었던가? 이제 하지아는 죽었고 천진주는 더이상 소설 속 ‘조연’이 아닌 남자주인공에게 방해만 되는 ‘악역’이 되어 버렸다.

"천 아가씨,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하 집사는 마지막 경고처럼 말했다.

"그리고, 태우 도련님께서 한 마디 남기셨습니다."

천진주는 그 말을 듣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도련님께서는... ‘왜 죽은 사람이 네가 아니었을까?’라 하셨습니다.”

그 말은 천진주의 가슴을 꿰뚫었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더 이상 몸을 지탱할 힘마저 잃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천진주는 손발이 마비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차갑고 단단한 땅 위에서 그녀는 가느다랗게 웃었다.

“정말... 왜 내가 아니었을까?”

뒤돌아 선 집사는 차갑고 잔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는 천진주의 악독함을 증오했다.

그 남자가 할 수 있을 법한 말이었다.

"지아야, 지아야, 네가 죽고 나니, 나는 이렇게 천하의 죄인이 되어버렸구나.” 그녀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한편, 구씨 저택 2층.

넓은 어깨에 검은 도포를 걸친 구태우는 통유리창 앞에서 비에 젖은 천진주의 뒷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와인잔을 손에 들고 있었고, 눈은 무심하게 그녀를 따라갔다. 그 순간 하 집사가 다가와 말했다.

“도련님, 말씀하신 대로 천진주 양에게 전달했습니다.”

구태우는 천진주에게 쏠린 시선을 거두며 냉정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천씨 집안에 전해. 천진주를 살리길 원한다면 그 집안이 사라질 거고, 원치 않으면 앞으로 천씨 가문에서 그녀의 존재를 지우라고.”

“네.”

“그리고, S대에도 연락해. 천진주에 관한 모든 기록은 없애도록 해. 제일고등학교에도 학교폭력 문제로 퇴학당했다고 기록하라고 해.”

"네."

구태우는 마지막으로 와인잔을 들고 창밖의 천진주를 잠시 더 바라본 후,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감옥에 보내.”

“네?”

“사람을 죽였으니 죗값을 치러야지.” 구태우는 냉혹하게 말했다.

“3년이면 충분하겠지. 하 집사는 내 처벌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닙니다...감사합니다, 도련님!" 하 집사는 눈물을 흘리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흑.. 감사합니다, 도련님! 천 씨 집안은 제가 건드릴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어요... 감...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구태우는 천진주의 뒷모습을 통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다가, 서서히 시선을 거두며 와인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는 눈빛이 흐릿해지면서 와인잔을 꽉 쥐고, 차갑게 중얼거렸다.

“하 집사, 내가 천진주를 이렇게 만든 건 지아가 네 딸이라서가 아니야. 내가 지아를사랑했기 때문이지.”

그의 목소리에는 고요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

천진주는 지친 몸을 이끌고 천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저택의 문턱을 밟기도 전에, 평생 천씨를 모셨던 늙은 집사가 구태우의 명령을 전했다.

“진주 아가씨,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습니다.”

천진주는 무언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듯, 순순히 천씨 저택의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쫓겨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모조차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구태우가 그렇게 무서울까?’

천진주는 마치 모든것이 단절된 듯,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쓸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는 정말 모든 게 끝났네...”

천진주는 잠시 멍하니 섰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리자, 경찰 제복을 입은 두 남자가 그녀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천진주, 당신을 하지아 양에 대한 강간 교사죄 및 우발적 살인죄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말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천진주는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경찰의 차가운 수갑이 손목에 채워졌을 때, 그녀는 마치 현실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기분에 사로잡혔다.

구태우가 천천히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은 차가웠고,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천진주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천진주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그에게 외쳤다.

“태우 씨! 나는 정말로 지아를 죽이지 않았어요! 난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고요!”

하지만 구태우는 천진주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미 늦었어. 넌 그저 지아를 질투한 거야. 그리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그의 기억 속 천진주는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거침없는 여성이었다. 수차례 그에게 고백했지만 매번 거절당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자존심이 강한 여자였다.

구태우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윽, 아파...” 천진주는 아픔에 찡그리며 움츠렸지만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손아귀의 힘은 철퇴처럼 그녀의 턱을 압박했고, 고통스러워하는 천진주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구태우의 눈빛은 무정했고, 동정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며 비웃듯 말했다.

“이 예쁜 얼굴에 악이 숨어 있었다니, 누가 알았겠어?”손에 더 힘을 주며 턱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난 정말 지아를 해치지 않았어!" 천진주는 간신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증거도 없이 날 그냥 감옥에 보낼 수는 없어!"

구태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증거?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잔인함이 뒤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