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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강희진의 마음속에도 한 가지 추측이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이 작은 여자 아이, 말을 못 하는 건 아닐까?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그녀는 더욱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말했다.

“이모한테 손 줄래?”

말과 함께 손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소녀는 수줍은 듯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강희진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은 순간,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망설이던 아이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녀의 손끝은 작고 부드러웠으며, 몸에서는 은은한 우유 향이 났다.

그 순간 강희진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문득… 자신이 잃었던 아이가 떠올랐다.

그 아이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이 아이만큼 자랐겠지…

그런 생각에, 그녀의 눈빛엔 안타까움과 아련한 그리움이 서렸다.

한편 소녀는,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이모에게는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정말 예뻤다. 너무나 따뜻하고, 믿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민주가 감탄하며 말했다.

“와, 이 꼬마 진짜 예쁘게 생겼다. 우리 하람이랑 하진이 못지않게!”

강희진은 아이의 상태를 간단히 살펴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족이랑 떨어진 것 같아. 경찰서에 데려가서 보호자 연락처를 알아보는 게 좋겠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서 있던 소녀가 갑자기 그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강희진은 놀란 눈으로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경찰서라는 말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소녀의 작고 불안한 손, 불쌍한 눈빛… 그 모든 것이 강희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경찰서엔 안 가도 돼.”

강희진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부드럽게 물었다.

“그럼… 아빠나 엄마 전화번호는 알고 있니? 내가 대신 연락해서 데리러 오시게 해줄 수 있어.”

그러자 소녀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예쁜 눈동자에 어둠이 드리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아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강희진은 결국 마음을 다잡고 아이를 경찰서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 순간 소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작고 작은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여, 안에서 펜과 작은 메모지를 꺼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숫자를 적기 시작했다.

숫자 끝에는 ‘아빠’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소녀는 완성된 메모지를 강희진에게 건넸다.

강희진은 천천히 손을 들어 메모지를 받아들었다.

그 위에 적힌 번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그 번호를 휴대폰에 눌렀다.

"정말… 벙어리인가 봐."

하람이와 하진이가 작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그 말에 강희진은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두 아들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동생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두 꼬마는 깜짝 놀라, 금세 자세를 바로잡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소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소녀는 그 모습을 보더니 본능적으로 강희진 쪽으로 한 발짝 다가와, 작은 손으로 그녀의 치맛자락을 꼭 잡았다.

강희진은 그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한 채, 손에 들고 있는 번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씨 저택.

이도현은 굳은 얼굴로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오며 묻는다.

"하늘이 돌아왔어?"

관리인은 다급한 얼굴로 달려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직 아가씨는 못 찾았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주인 주위로 감도는 서늘한 기운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이도현의 얇은 입술은 차가운 선을 그렸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설마…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런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치자, 이도현의 눈빛엔 거친 불안과 분노가 뒤엉켜 들끓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을 부수고 싶은 듯한 위협적인 기운이 피어올랐다.

바로 그때, 화려한 화장을 한 여자가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목소리에는 짙은 걱정이 묻어 있었다.

"도현 씨! 하늘이가 없어졌다는 말 들었어요? 정말이에요? 찾았어요?"

들어온 이는 바로 박예린이었다.

한때, 이도현이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

하지만 지금의 이도현은 단 한마디도 화를 내지 않았음에도 그 분위기만으로도 위압감이 넘쳤다.

"마침 잘 왔네."

그는 냉정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후에 하늘이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묻고 싶어.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왜 가출했을까?"

그 말에 박예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한 듯 되물었다.

"도현 씨,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제가 하늘이한테 뭔가 했다고 의심하시는 건가요?"

그녀의 표정은 순간 상처받은 듯 일그러졌다.

"맹세해요, 그런 일 없었어요. 도현 씨, 저를 믿으셔야죠. 이 몇 년 동안 제가 하늘이를 얼마나 정성껏 챙겼는지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저는 정말로 그 아이를 제 자식처럼 생각했어요. 그런 제가 어떻게 하늘이를 가출하게 만들 수 있겠어요?"

말을 마치며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눈가가 붉어지고, 표정은 더욱더 순진무구해 보였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오늘 오후, 그녀는 하늘이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자신이 이도현과 결혼하면, 더 예쁘고 귀여운 남동생, 여동생을 낳을 거라고.

그때가 되면, 이도현은 더 이상 널 좋아하지 않게 될 거라고.

그리고 그 벙어리는 말을 못 하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거라고, 그녀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단 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건…

그 아이가 정말로 집을 나갈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뭐, 잘됐지.

밖에서 사라지기만 하면 돼. 아니, 그냥 죽어버리면 더 좋겠어.

안 보이면, 마음도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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