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해명시 전체가 떠들썩했던 그 스캔들. 명문가 이씨 집안의 며느리였던 강희진. 3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결국 이혼이라는 굴레를 쓴 채 도망나오다시피 집을 나왔고,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수군거렸다. "버림받은 명문가 며느리."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니까 운이 다했지 뭐." 그렇게 모두가 조롱하던 여자가 6년 후, 쌍둥이 아들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미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천재 명의, 의학계의 신화 그 자체였다. 변한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자 앞다퉈 그녀 앞에 무릎 꿇었다. "강희진 씨, 아이들에게 아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혹시 제가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요? 동의만 해주신다면, 저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친자식처럼 사랑하겠습니다." "강 선생님, 처음 뵌 그 순간부터 당신의 아름다움과 재능에 완전히 사로잡혔습니다. 가진 모든 걸 내어드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당신만 허락해 주신다면… 그리고 그 이도현 씨? 그 사람이 당신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건 그저 그의 눈이 먼 것뿐입니다. 저는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그녀를 향해 뜨겁게 쏠리던 그때, 한 작은 여자아이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엄마, 아빠가 빨래판 위에 무릎 꿇고 사흘 밤낮을 있었어요. 엄마 화 좀 풀렸냐고 물어보래요. 화 풀렸으면 얼른 가서 재혼하자고 했어요."
제1화 결국 잘못된 사랑
"도현 씨,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더 이상 아무 상관없는 사이가 될 거예요."
강희진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 아래 깔린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가 입을 맞췄다. 마치 불나방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광기 어린 행동이었다.
"강희진, 감히…!"
이도현은 이를 악물며 정교하게 조각된 얼굴 위로 분노를 드러냈다. 이 대담한 여자가 감히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다니!
다음 날,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강희진은 잠에서 깼다. 몸의 불편함을 애써 무시한 채, 서랍에서 미리 준비해두었던 이혼 합의서를 꺼내 침대 옆 탁자 위에 조용히 올려두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깊이 바라봤다.
"이도현,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게요. 이제부터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요.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그녀는 이도현을 7년 동안 사랑해왔다. 하지만 이도현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것도 그녀가 시집온 그날부터.
당시 이도현의 아버지 이덕준 회장은 중병을 앓고 있었고, 가문에는 복을 불러올 사람이 필요했다. 그녀의 사주가 꼭 맞는다는 이유로 선택되었다. 돈에만 눈이 먼 그녀의 아버지와 계모는 말 한마디 없이 그녀를 예쁜 포장지처럼 싸서 시집보냈다.
그때 그녀는 너무 기뻐서 미칠 지경이었고, 신혼 첫날밤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이도현은 혐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강희진, 내가 원하는 신부는 박예린이지, 너 따위가 아니라는 걸 명심해. 오직 그녀만이 내 아내가 될 자격이 있어. 당신한텐 자격 없어."
강희진은 그래도 언젠가는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건, 결국 끝까지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며칠 전, 자신의 생일이었던 날. 그녀는 이도현이 병원에서 박예린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모든 걸 깨달았다. 그 남자의 마음은 평생을 바쳐도 데울 수 없는, 다른 사람을 향해 있는 마음이었다.
그녀는 완전히 포기했다.
...
이도현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였다.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강희진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당당한 이씨 그룹의 회장이었고, 언제나 냉철하고 빈틈없는 사람으로 통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누구도 그를 속이지 못했다. 그런데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인생의 첫 번째 실수가, 바로 그 여자의 손에서 비롯된 것이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방 안을 둘러봤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서류가 눈에 띄었다.
"이게 뭐야?"
이도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다섯 글자—‘이혼 합의서’.
그의 눈동자가 수축되고,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먼저 그런 식으로 관계를 만들더니, 이제는 이혼을 요구한다고? 수작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었다.
이도현은 강희진이 정말로 자신과 이혼할 거라고는 전혀 믿지 않았다. 그는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곧장 관리인에게 물었다.
"강희진 봤어?"
집사는 깜짝 놀라면서 곧장 대답했다.
"도련님, 사모님은 날이 밝기도 전에 짐을 챙겨서 나가셨습니다."
그 순간, 이도현은 완전히 멍해졌다.
…
6년 후, Y국 VR 의학센터.
강희진은 연구실에서 막 나오는 참이었다. 그때 비서 린다가 다가와 말했다.
"강 박사님, 김 교수님께서 찾으세요. 사무실로 오시라고 하셨어요."
밤을 새워 연구하느라 눈이 감길 지경이던 강희진은 이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슨 일인지 말씀은 안 하셨어? 설마… 우리 집 두 꼬마 악마들이 또 연구 성과를 엉망으로 만든 건 아니겠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린다는 살짝 동정 어린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녀의 상사는 일처리가 언제나 깔끔하고 능력도 뛰어났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의 최고 권위자인 김청훈 교수의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었고, 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꾸중을 들을 만한 일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집에 있는 말썽쟁이 두 아이들이 저지른 일!
린다는 자연스럽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번에도 선생님, 사흘 연속 연구실에만 계셨잖아요. 하람이랑 하진이가 선생님 건강 걱정돼서 매일 김 교수님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우더라고요. 김 교수님 머리카락이 또 몇 가닥 하얘지신 것 같아요."
강희진은 그 말을 듣고 머리가 지끈거리면서도 웃음이 났다.
6년 전, 그녀는 이씨 집안을 떠나 해외로 나갔다. 원래는 오로지 학업에만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뜻밖에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참 고민하다 병원까지 갔지만, 결국 포기하지 못했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아이는 세쌍둥이였다. 두 아들과 딸 하나. 하지만 출산 도중 딸은 산소 부족으로 세상을 떠났고, 두 아들만 살아남았다. 지금은 하람이와 하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그녀 곁에서 자라고 있다.
남다른 지능을 가진 두 아들을 생각하면 늘 행복했지만… 그 아이들 때문에 김 교수님께 또 혼날 걸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힘이 쭉 빠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