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갑자기 나타난 작은 벙어리
강희진의 심장이 갑자기 조여들듯 멎을 뻔했다.
그때, 화장실에 다녀온 두 꼬마가 귀엽게 다가와 말했다.
“엄마, 쉬야 다 했어요!”
강희진은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고, 한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다 했어? 그럼 빨리 가자. 이모가 너무 오래 기다리시겠다."
서둘러 아이들을 이끌며 자리를 뜨려는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한편, 이도현은 통화 중에 어디선가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시야 가장자리, 스치듯 보인 여성의 뒷모습—익숙했다. 너무나 익숙했다.
강희진!!!
정말 그녀일까? 그녀가 돌아온 걸까?
이도현은 생각할 틈도 없이 긴 다리로 곧장 그쪽을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자취를 감춘 뒤였다.
그의 눈빛은 금세 어두워지고, 얼굴에는 분노가 짙게 드리워졌다.
그 여자는, 당시 그렇게 냉정하게 떠났었다. 심지어… 아이까지 아무렇지 않게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감히 다시 돌아온다고?
한편, 두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공항을 빠져나가면서도, 엄마가 세 걸음마다 한 번씩 자꾸 뒤를 돌아보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때 누군가 다가오며 반가운 목소리로 불렀다.
“희진아! 하람아! 하진아!”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강희진의 긴장됐던 표정이 풀리며 미소가 번졌다.
“민주야, 오랜만이야!”
서민주는 대학 시절 가장 친한 친구이자, 지금은 자신이 운영 중인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였다.
서민주는 반가운 마음에 빠르게 달려와 세 모자를 와락 안아주며, 친근한 웃음을 터뜨렸다.
“드디어 왔구나! 진짜 보고 싶었어!”
강희진도 웃으며 따뜻하게 대답했다.
“나도 그랬어.”
서민주는 강희진을 꼭 안아준 뒤, 몸을 숙여 두 아이를 차례로 안았다.
“얘들아, 이모 보고 싶었어?”
하람이와 하진이는 귀엽고 환한 웃음으로 동시에 외쳤다.
“당연하죠! 꿈에서도 이모 보고 싶었어요! 이모는 여전히 예뻐요!”
“어휴, 말도 참 잘 하기도 하지~”
서민주는 두 아이의 말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하지만 강희진은 여전히 마음 한켠이 불안했다. 공항 입구 쪽을 자연스럽게 살펴보다가 태연한 척 친구를 재촉했다.
“여기 오래 있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집에 가서 얘기하자.”
그 무렵, 공항 입구에 이도현의 키 큰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외 일정 전부 취소해.”
그는 곁에 있던 비서 노현우에게 차갑게 지시했다.
노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이미 수색 범위를 넓혀서 아가씨를 찾고 있습니다. 아직 어려서 멀리 가진 못했을 거예요.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씨 집안의 작은 아가씨는 회장님의 보물이었고, 그녀를 찾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었다. 해외 일정 같은 건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이도현은 어두운 눈빛을 한 채 아무 말 없이 길가에 대기 중인 마이바흐를 향해 걸어갔다.
이내 차는 요란한 먼지를 일으키며 떠났다.
...
한 시간 후, 서민주의 차는 시내에 있는 ‘디팰리스 타운’이라는 고급 빌라 단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이틀 전 강희진이 서민주에게 부탁해 알아봐 달라고 한 곳이었다.
“환경 괜찮네. 마음에 들어.”
강희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옆에 앉은 친구에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효율적일 줄은 몰랐어.”
서민주는 태연하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내 집이 바로 옆이야. 이 집 주인이 경화시로 이사 가면서 세놓기로 했는데, 마침 내가 찾게 된 거지.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매일 놀러 올 수 있겠네?”
강희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식사 시간이 되어, 서민주는 세 사람을 데리고 외식하러 나갔다.
식당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어두운 구석에서 갑자기 한 어린 소녀가 튀어나왔다.
순간 거의 부딪힐 뻔했지만, 서민주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가까스로 멈췄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희진도 놀라서 급히 뒷좌석에 있던 두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하람이와 하진이는 별일 없어 보였다. 안심한 그녀는 서둘러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차 앞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멍한 표정으로 땅에 주저앉아 있었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강희진은 순간 마음이 약해져, 조심스럽게 소녀 옆에 쪼그려 앉았다.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꼬마야, 다친 데 없니?”
그 아이는 하얀 피부에 맑은 눈동자, 오뚝한 코를 가진 아주 예쁜 소녀였다. 분홍색 공주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엔 두 개의 귀여운 머리끈을 하고 있었다. 품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형을 꼭 안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어느 집 귀한 공주처럼 보였다.
작은 소녀는 천천히 정신을 차린 듯, 수줍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강희진은 그 아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동작을 멈추고, 반쯤 올렸던 손을 공중에 둔 채 조심스럽게 웃어 보였다.
“무서워하지 마. 그냥 네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거야.”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네 부모님은 어디 계셔? 왜 혼자 있는 거야?”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인형만 꼭 끌어안은 채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강희진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 사이 서민주와 하람, 하진도 차에서 내렸다. 말을 하지 않는 여자아이를 보고, 두 아이는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 여자애, 진짜 귀엽게 생겼는데… 말을 안 해. 혹시 말 못 하는 거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