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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이마리는 가판대에 놓인 채소가 신선해 보여 가격을 물었다.

그때 채소를 팔던 아주머니가 이마리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마리야, 이 사람은 누구니?"

이마리는 이 시장에 자주 들러서, 상인들과 얼굴을 트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녀는 살짝 미소지으며 설명했다.

"아주머니, 이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방금 막 혼인신고 하고 왔어요. 아무래도 양복 입어서 좀 고급스러워 보이긴 하죠? 요즘은 영업하시는 분들도 다 양복 입고 다니잖아요. 근데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이마리는 뒤를 돌아보다가 고연우의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깊은 눈빛이 뚫어질 듯 자신을 바라보자, 이마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정말 잘생긴 사람이었다. 게다가 양복까지 입고 있으니, 어디 귀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본 고연우는 눈가에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이마리가 채소를 집어 들자, 고연우가 조용히 다가와 길고 단정한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에 이마리는 얼굴이 더 붉어졌고, 볼에서부터 열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한 채,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26년을 살면서 그녀는 한 번도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 접촉해 본 적이 없었다.

그 강지석조차도.

…강지석.

그 이름이 문득 머릿속을 스치자, 이마리는 자신이 더 이상 그 이름에 슬퍼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휴대폰에는 아직도 강지석이 보낸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말투는 늘 그렇듯, 오만하고 건조했다.

마치 그녀에게 한 마디 더 건네는 것조차 자신이 감사해야 할 ‘시혜’인 양 느껴질 정도로.

‘이마리, 도망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생각해?’

도망.

강지석의 눈에 비친 이마리는, 한 달 넘게 집을 떠나 있어도 그저 현실을 회피하는 사람일 뿐, 대수롭지도 않은 존재였다.

그의 마음엔 오직 이나리만 있었다. 그녀에게 따뜻해질 일은, 애초에 없었다.

만약 이나리가 단 하루라도 집을 나갔다면, 가족들은 발칵 뒤집혔을 것이고, 은화성 전체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으러 다녔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텐데.

이나리의 눈물 한 방울이면, 이마리는 순식간에 죽어 마땅한 죄인이 되곤 했다.

가슴 한구석엔 여전히 미세한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그녀의 하루를 휘저을 만큼의 영향력은 없었다.

강지석의 문자 외에도 다른 이들의 맹공이 이어졌다.

전화, 문자—전부 99+

거의 대부분이 부모님과 큰오빠 이윤태로부터 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리는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

"이마리, 네가 그렇게 나가고 싶으면 나가. 대신 다시는 이 집에 돌아오지 마라!"

이윤태는 마지막으로 차가운 말을 던지고는,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다.

아마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말이야말로 이마리에게 가장 잔인하고 가장 ‘잘 먹히는’ 협박이라는 걸.

예전의 이마리는 눈이 붉어지도록 울다가도, 이윤태가 그 말만 꺼내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고,

이나리와 더는 다투지 않았으며,

자존심을 접고 먼저 사과까지 하며, 이나리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

그녀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은 언제나 통했다.

왜냐하면 이윤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마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을, 그리고 강지석이라는 남자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무슨 일이 있어도 이마리는 절대 그 집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강지석도 쉽게 놓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집으로 돌아간다고?’

이마리는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크고 듬직한 키, 여유로운 애티튜드. 그리고 지금은 법적으로 그녀의 남편.

심장이 다시 한 번 두근거렸다.

이번에는 정말로, 다시는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녀의 진짜 ‘집’은 더 이상 이씨 가문이 아니었다.

이마리는 휴대폰을 꺼내 수신된 모든 메시지를 조용히 삭제했다.

그리고 강지석의 번호를 차단했다.

이제는 굳이 말로 할 필요도 없는 일들이 있다.

그녀는 과거와 작별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설마 이곳에서 강지석을 다시 마주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입술을 살짝 깨문 이마리는, 세상이 참 좁다고 느꼈다.

그 시각, 강지석은 시장 입구에 서 있는 이마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나리를 안고 그녀를 다정하게 달래느라,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나리와 이마리는 겉모습은 거의 똑같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이마리의 당당한 기운에 비해, 이나리는 한결 더 여리고 부드러웠다.

"지석 오빠, 언니가 분명히 날 미워하고 있을 거야. 어떡하지? 내가 대체 어떻게 해야 언니가 날 용서해 줄까?"

"하지만 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마리를 위로할 수 있을지..."

말을 마친 이나리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지석 오빠, 언니는 아직도 내가 오빠를 빼앗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그냥, 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을 뿐이야."

강지석은 그녀를 꼭 안은 채,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리야,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마리보고 너한테 사과하게 할게."

몇 년 사이, 이마리와 이나리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매번 이마리가 분노를 터뜨렸고, 결국엔 눈물을 글썽이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곤 했다.

강지석은 이번에도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의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다.

한 달 전, 그는 이마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이마리는 끝내 답장을 보내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항상 도도했던 그가 먼저 전화를 걸어, 왜 답장을 안 하느냐고 따질 수는 없었다.

그러다 친구가, 어쩌면 그녀가 그 문자를 못 봤을 수도 있다고 말해줬을 때에야,

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는 이마리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그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좋아, 이번엔 그냥 두자.

이마리를 잠시 방치하는 것도 그녀에 대한 일종의 벌이었다. 이번 기회에, 그녀가 정확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똑똑히 알려줄 생각이었다.

나리의 건강은 좋지 않았고, 이번 폐렴은 특히 고통스러웠다.

이나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돼, 언니가 날 용서해 주길 바라."

이마리는 멀리서 얽혀 있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강지석이 이나리를 매우 아끼고 있다는 걸,

사실 그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이씨 가문에 머물기 위해, 강지석과 그 가족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결국 자신이 스스로 함정에 빠진 셈이었다.

오직 떠나는 것만이 진정한 해방이었다.

그녀가 없으면, 강지석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필요 없이 이나리와 아무 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족들도 마침내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을 테고, 더 이상 누구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이마리는 한 달 전의 야외 바비큐 모임을 떠올렸다.

당당하던 강지석이 친구들 앞에서 자신과 이나리를 비교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나무 뒤에 있다가, 그 대화를 듣게 되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순간이었다.

강지석은 이렇게 말했다.

"이마리는 시골에서 자랐잖아. 나리는 이씨 가문의 공주님이야. 어떻게 이마리 같은 촌뜨기가 나리랑 비교가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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