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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차단했다

이마리는 전화를 끊고서야 비로소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강지석과 이윤태 때문에 생겨난 상처와 분노도 이상하리만치 거의 사라진 듯했다.

그들은 정말로, 마음 깊은 곳에서까지 이마리가 이나리를 물에 밀어 넣었다고 믿고 있었고,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 눈에 이마리의 인격은 그저 그런 저열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이나리는 거짓말을 했다지만, 진짜 문제는 강지석과 이윤태였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이마리를 믿어주려 했다면, 이나리에게 그렇게 휘둘리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나리가 아니었어도, 언젠가 또 다른 여자가 나타났을 테니까.

그런 남자와 그런 오빠, 이마리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안내 데스크에 있던 장효림이 깜짝 놀랄 만큼 잘생긴 남자가 들어오는 걸 봤다. 장효림의 눈에 짙은 놀라움이 스쳤다.

그 시각, 이마리는 카라멜 마키아토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음― 꽤 달았다.

안내 데스크 쪽에서도 그녀를 금세 알아봤다. 남자가 이마리를 데리러 온 걸 보고, 장효림은 놀라 입을 벌리고 말았다.

"이 부장님, 옆에 계신 분은 누구세요?"

이마리는 담담하게 웃으며 남자를 소개했다.

"효림 씨, 여긴 제 남편이에요."

그 말을 들은 고연우는 눈가에 웃음기를 살짝 더하며 이마리를 바라봤다.

장효림은 입을 틀어막고,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속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부장님이 결혼했다고? 그런데 남편이 저렇게 잘생겼다고?

"효림 씨? 무슨 일이야?"

다른 여직원이 묻자, 장효림은 입이 근질거렸지만, 동시에 이 일은 강 사장의 체면과도 관련된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괜히 떠들었다가 일자리라도 잃을까 봐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강지석을 볼 때마다 은근히 동정심이 생겼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주식시장 좀 봤는데, 온통 파란색이라 머리가 아파서..."

다른 여직원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장효림에게 이마리의 사직에 대해 물어보았다. 누군가는 이번에 이마리가 사장님을 상대로 큰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고 내기까지 했단다.

장효림은 말끝을 흐리며, 위층을 올려다봤다. 살짝 동정심이 묻어나는 눈빛이었다. 누가 이 부장님이 조용히 결혼을 했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사장님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아까 고연우를 본 또 다른 여직원이 다가왔다.

"방금 그 잘생긴 남자 왔을 때, 왜 나도 불러서 같이 보게 안 했어? 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던데?"

장효림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럴 리가?"

'이 부장님이 남편 분은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하셨는데...'

조인아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잘 몰라서 그래. 그 남자 옷이랑 신발 봤지? 로고는 없지만, 전부 고급 맞춤이었어. 내가 부자들이랑 일 좀 안 해봤으면 못 알아봤을걸."

"..."

이제 장효림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부장님의 남편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어쩐지, 부장님 손에 낀 큼직한 캐럿의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에 띄더니. 부장님은 그게 가짜라고 했고, 자신은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었다.

마침 그때 김미연이 사무실로 들어오다가, 장효림과 조인아가 이마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고는 곁눈질을 줬다.

"근무 시간에 무슨 가십이에요? 내가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두 분 월급 깎아도 이견 없으시겠죠?"

말을 툭 내뱉고, 김미연은 거만한 태도로 걸어갔다.

장효림은 눈을 굴리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뭐가 저렇게 잘난 척이래? 겨우 비서 주제에! 지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네."

조인아는 씁쓸하게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쟤, 그냥 비서는 아니야. 사장님하고는 거의 '여자친구' 수준으로 가까워. 그래서 늘 이 부장님한테도 시비 걸고 괴롭히려고 하는 정도야. 우리는 괜히 휘말리지 않게 조심하는 게 나아."

"뭘 그렇게 잘난 척이래. 사장님 믿고 백 좀 얻었다고 호가호위하면서 날뛰는 거잖아? 보기엔 그냥 이 부장님이 부러워서 저러는 거지."

장효림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장님도 진짜 역겨워. 여자관계가 도대체 몇 명이야."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부장님이 이제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편을 만났다는 거다. 바람둥이 남자랑 천박한 여자, 낄끼리 잘 어울리지.

조인아는 작게 웃으며 말을 줄였다.

"됐어, 이제 그만해."

사실 조인아는 회사에서 사장 강지석과 비서 김미연의 관계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사장님이 이마리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조인아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어쩌면 강지석은 가끔 김미연을 이용해 이마리를 자극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김미연은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자기가 사장님의 마음속에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제야 장효림도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은근히 말이 많은 듯해도, 정작 중요한 일은 절대 쉽게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 부장님의 결혼 사실도 끝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한편 김미연도 알고 있었다. 여직원들이 사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조롱하고 있는지.

자신은 그냥 비서일 뿐이지만, 매일같이 사소한 권력을 휘두르고, 이마리를 질투하고 경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미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청순하고 연약한 이나리, 그리고 화려하고 매력적인 이마리― 그들 사이에서 자신이 가장 '미친년' 같은 존재가 되어야만 강지석의 관심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마리가 약혼녀라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매일같이 강지석 뒤를 졸졸 따라다녀도, 그는 한 번도 이마리를 제대로 바라봐준 적이 없었다. 뻔뻔하고, 여자라면 가져야 할 자존심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라면, 자신 같은 여비서도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었다.

그 생각에 김미연은 속으로 은근한 기쁨을 느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이마리에게 복수할 것이다. 어차피 사장님은 그 일에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이마리는 강지석의 일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묵묵히 견딜 테고, 이상한 행동을 해봤자 사장님 앞에선 오래 버티지도 못할 것이다.

김미연은 다시 한 번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우아한 걸음으로 사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한편, 이윤태는 이나리를 데리고 강지석의 회사에 도착했지만, 막상 사장실에 갈 생각이 사라졌다.

원래는 강지석에게, 이번 달로 예정된 마리와의 결혼식 준비가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참이었다. 신랑과 신부 양측 모두 움직일 생각조차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윤태는 화가 치밀었다.

억울하다고? 이마리가?

이마리 자기가 스스로 잘못해놓고, 대체 뭘 억울해할 자격이 있다는 거지?

기분이 점점 더 나빠진 그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어, 이마리에게 문자를 보내 따져 묻기로 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막 문자를 보내려는 순간 화면에 "전송 실패"라는 네 글자가 떴다.

이마리가… 그를 차단한 것이었다.

믿기지 않아 몇 번이나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여전히 전송 실패.

이윤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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