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강지석 그 개새끼, 이제 네 아내가 사라졌네
그녀가 그의 전화를 차단했다. 평생 처음으로, 이윤태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이나리를 데리고 있을 여유도 없이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한 그는 이마리를 가장 잘 아는 집사를 통해, 화진시에서 이마리에게는 진아름이라는 단짝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여진은 아들이 진아름을 찾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옆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진아름이라는 여자 절대 좋은 사람 아니야. 나리한테 괜히 적대감이 심해서, 예전에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도 나리를 울릴 정도로 괴롭혔어. 마리가 그런 애랑 매일 어울리니까 성격이 저렇게 된 거지."
"망할 이마리, 돌아오기만 해봐라. 내가 반드시 마리한테 진아름 같은 악독한 여자랑은 관계 끊으라고 할 거야. 안 그러면, 평생 우리 집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지석이랑 결혼도 못 해! 난 더 이상 그런 아이를 딸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 윤태 네가 지금 당장 전화해서 그렇게 말해!"
하지만 이윤태는 어머니가 옆에서 쏟아내는 말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그는 곧장 집사에게 진아름의 연락처를 받아, 우선 상황을 파악해보기로 했다.
이마리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자신의 전화를 차단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동안 이마리가 아무리 심하게 행동해도, 그의 전화를 막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건 무슨 의미였을까. 갑작스럽게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엄마, 제발 말 좀 줄여주세요."
소여진은 아들에게 그렇게 말 듣고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입술을 삐죽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마침내, 이윤태는 진아름과의 통화에 성공했다.
***
"마리야, 너 괜찮아?"
카페로 급히 달려온 진아름은 이마리의 손을 덥석 잡고,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이씨 가문 사람들과 접촉할 때마다 이마리가 상처받는 걸 알기에, 진아름은 그녀의 상태가 너무 걱정되었다.
"난 괜찮아."
이마리는 무언가를 다 깨달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 사람들이 너한테 전화했어?"
진아름은 소파에 털썩 앉으며, 가방을 휙 의자 위로 올려놓았다.
"응. 이번엔 네 큰오빠, 이윤태가 전화했어. 네 소식 물어보더라."
"그 사람, 그때 이나리 편들면서 나한테 무슨 말 했는지 기억이나 할까? 따질 거면 먼저 자기부터 돌아봐야지."
"원래 사람 일은 겪어봐야 정신 차린다잖아. 불 보듯 뻔한 일도 꼭 당해봐야 알더라니까."
"진짜 역겨워."
이마리도 조금 의외였다. 이윤태가 자신의 유일한 친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최근 한 달간의 상황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물어볼 줄이야. 아마도 오늘 아침, 자신이 처음으로 그의 연락을 무시했기 때문에, 꽤나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마리의 눈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열했다. 예전엔 그녀가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애써 그들의 환심을 사려 할 때는 없는 사람 취급을 하더니, 이제 와서 자신이 무시하자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이제 다 지나갔다.
진아름이 말했다.
"근데 걱정 마. 내가 다 욕해줬어!"
이마리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나, 그 사람들한테 아직 내가 결혼한 건 말 안 했어."
진아름은 순간 멍해졌다가, 곧 눈빛에 깨달음이 번졌다. 그리고 이내 남의 불행을 즐기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제 진짜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네."
강지석 그 개새끼, 매일같이 마리 앞에서 잘난 척하더니. 이제 어떠냐? 네 아내가 사라졌네.
그녀는 진심으로, 강지석이 이마리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렇게 말한 진아름은 다시 이마리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리야, 정말 괜찮아? 사실… 우는 게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보단 나을 때도 있어."
이마리의 눈가에는 한층 따뜻한 기운이 번졌다.
"걱정 마. 나 정말 괜찮아."
그녀는 오늘 아침의 일을 떠올렸다.
차가운 빗속, 고연우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처럼, 신처럼 그녀 앞에 나타나, 손에 달콤한 카라멜 마키아또를 들고 있었다.
그 순간, 이마리는 그렇게 작은 일을 기꺼이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보이지 않게 자신을 응원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낯선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진아름은 그런 미묘한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웃으며 말했다.
"괜찮다니 다행이다."
"근데 난 아직 네 남편을 못 봤잖아!"
이마리는 그 말에 살짝 부끄러워졌다. 얼굴에도 드물게 감정이 스쳤다.
"다음에, 시간은 많으니까. 기회가 있을 거야."
진아름은 이마리의 얼굴에서 이렇게 분명한 감정 변화를 본 것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이마리가 말하는 '고 선생님'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들은 함께 커피를 마신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이 되자, 이마리와 고연우는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토마토 계란 볶음, 가지 콩 볶음, 감바스, 그리고 생선 및 해물 요리까지.
고연우는 와인 잔 두 개를 꺼내고, 레드 와인 한 병을 열었다.
완성된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지자,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이마리는 두 번째로 이런 따뜻한 시간을 경험하고 있었다.
집에서 누군가와 함께 요리를 하고, 나란히 앉아 식사를 나누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시간.
강지석과 약혼한 사이였지만, 그와는 단둘이 조용히 이런 시간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늘 혼자였다.
간혹 강지석이 그녀 곁에 있을 때조차, 항상 이나리가 함께였다.
이나리가 있는 자리에서는 모든 시선과 관심이 그녀에게만 쏠렸다.
이마리는 늘 그림자처럼 뒤에 있었고, 아무도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 과거를 떠올리며, 이마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떨구고 쓴웃음을 지었다.
고연우는 흰 쌀밥 한 그릇을 그녀에게 건네며 물었다.
"사표는, 썼어?"
"네."
이마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미 온라인으로 절차는 진행했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었다.
고연우는 조용히 물었다.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마리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거긴… 강지석의 회사예요."
고연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를 피하고 있군."
왜인지 모르게, 이마리는 그가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연우의 눈매는 깊고 단단했으며, 마치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볼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엔 분노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런 감정 없이도 강한 위엄이 느껴졌다.
그 순간, 이마리는 문득 고연우가 생사와 권력을 쥔 상류층 가문의 후계자들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건 단지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일 뿐이었다.
이마리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를 피하기 위해서라기보단, 오해를 피하기 위한 거예요."
고연우는 천천히 말했다.
"그런 오해는… 피하지 않아도 돼."
이마리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회사는 사실, 제가 그와 함께 만든 곳이에요. 지금까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다고 말하면… 그건 분명 거짓말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