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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들을 무시했다

비록 그 당시 강지석의 말투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가 그렇게 말한 건, 이마리 쪽에 먼저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윤태는 생각했다.

강지석 역시 회사 내 소문을 들었고, 크게 분노해 회사 전체에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엄명했다.

그러나 그의 반응은 오히려 일반 직원들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마리는 이미 그를 붙잡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그는 여전히 불행해 보이는 걸까?

늘 차갑기만 하고 다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던 그의 약혼녀 아닌가?

"이마리?"

이윤태는 멀리서 그녀를 보고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한 달 넘게 얼굴을 못 봤던 그녀는 지금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생기가 넘치고, 분위기와 눈빛은 전과는 전혀 달랐다.

너무 달라서, 그는 한순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이윤태는 마음을 가다듬고, 큰오빠답게 단단한 말투로 말했다.

"이마리,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소란을 피웠으면 이제 됐잖아. 가족들하고 더 이상 싸우지 말고, 빨리 집에 돌아와. 너랑 지석이 결혼할 날도 얼마 안 남았잖아. 계속 이렇게 사이가 틀어지면, 너한테 뭐가 좋겠니?"

그는 이마리가 강지석과의 결혼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식을 구실 삼아 그녀를 압박하고 싶었던 것이다.

말을 마친 뒤, 이윤태의 강했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지난번 나리가 물에 빠졌을 때, 우리가 너한테 좀 심하게 대한 건 사실이야.

그렇다고 진짜로 너를 미워한 건 아니야. 엄마도 단지 체면 때문에 먼저 사과하지 못한 것뿐이야.

우리 다 한 가족인데, 그 정도는 넘어가자. 어? 그리고 나리가 그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고 했어. 너무 오래 끌고 가봐야 서로 힘들잖아."

그 순간—

이나리는 새롭게 빛나는 이마리의 모습을 보고, 눈빛 아래로 서린 질투와 독기를 숨기지 못했다.

속으로는 끓어오를 듯한 질투와 미움이 가득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이윤태의 팔을 가볍게 감고 부드럽게 웃으며 이마리를 바라봤다.

그 미소는 오직 이마리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건 명백한 도발이었다.

‘보라고, 큰오빠가 인정하는 여동생은 나라고. 네가 아니라. 넌 한 번도 아니었어.’

이마리는 오늘이 회사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이윤태와 이나리를 여기서 마주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윤태의 말은 한 마디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고, 이나리의 웃는 얼굴을 마주하자 그녀는 단지 불쾌함만이 가득했다.

‘어쩌다 이 남매를 여기서 또 마주치게 된 걸까.’

이윤태는 이마리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스쳐보기만 하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내심 놀랐다.

그녀는 곧장 다른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그를 마치 처음 보는 낯선 사람 대하듯 행동했다.

그 순간, 이마리의 차가운 눈빛이 이윤태의 가슴을 콕 찔렀다.

이윤태는 순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이마리에게 무시당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마리야...!"

하지만 이마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에게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남매에게 등을 돌린 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뒷모습은 고고하면서도 냉담했다.

곧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이마리는 이윤태가 당혹스러워하는 걸 몰랐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그녀가 단순히 다투거나 화가 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무시는 이나리에게 큰 모욕이었다.

"언니,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아까 우리를 일부러 못 본 척한 것 같았어. 꼭... 가족이 아니라 전혀 인연도 없는 낯선 사람처럼."

이나리는 표정을 슬프게 바꾸고는, 눈빛도 어두워졌다.

"지금 언니 모습... 정말 걱정돼 오빠."

이윤태는 괜히 짜증이 났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불쾌했다.

그는 이마리가 왜 자신을 외면했는지 알 수 없었다. 예전 같으면 며칠 서로 감정이 상해도, 결국 이마리가 먼저 다가와 화해하곤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그녀는 그를 아예 남처럼 대했다.

이윤태는 마음속 불안감을 애써 눌러가며 고개를 돌려 이나리를 달랬다.

"그냥 내버려 두자. 저 성격이면 언젠가는 큰코 다칠 거야."

"게다가, 마리랑 지석이 결혼식이 이번 달이잖아."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마리가 아무리 자존심이 강해도, 강지석과의 결혼식을 앞두고는 결국 타협할 거라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마리는 갑작스레 가슴이 조여 오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누군가가 심장을 움켜쥐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문 채 휘청이며 걸어 나왔다. 조금 전까지 강지석과 이윤태 앞에서 보였던 냉정하고 단단한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남은 건 초라함과 연약함뿐이었다.

아마도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데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강한 척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여자였고, 아팠고, 힘들었으며, 때로는 약해질 때도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늘 혼자였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이를 악물고 견뎌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누구에게도 기대선 안 된다는 걸, 오직 자신만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마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가끔 이나리가 정말 부러웠다.

"지이잉—"

휴대폰이 울렸고, 이마리는 낯선 번호를 보고 전화를 받았다.

"우리 부인, 아직 회사에 있어?"

낯익지 않은 저음의 자성적인 남자 목소리를 듣고서야, 둔해진 머리가 뒤늦게 반응했다. 전화를 건 이는 그녀가 급히 결혼한, 합법적인 자신의 남편 고연우였다.

이마리가 잠시 말이 없자, 고연우는 낮게 웃었다.

"왜 그래? 겨우 몇 시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남편 목소리도 못 알아듣겠어, 여보?"

그의 부드럽고도 유혹적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이마리의 창백했던 얼굴엔 서서히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남편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한 것도 모자라, 그의 전화번호조차 저장해두지 않았고, 메신저조차 교환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에요. 방금 사직서를 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중이라... 잠깐 정신이 없었어요."

"지금 건물 아래에 있어?"

이마리는 "네"라고 대답하며, 구석에 놓인 소파를 찾아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지금 그녀는 몸도 마음도 극도로 지쳐 있었고, 자칫하면 바로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지금 차로 당신 데리러 갈게."

이마리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러자 고연우가 다시 한 번 낮게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우리 부인은 얼마든지 날 거절할 수 있어. 그건 당신 권리니까. 하지만 나는 당신의 거절은 거절한다."

그 말을 들은 이마리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알겠어요. 저 로비 소파에 앉아 있어요."

고연우의 목소리는 어딘가 게으른 듯했다.

"아이스 카라멜 마키아또 마실래? 여자들은 달달한 거 좋아한다며."

이마리는 평소 달달한 걸 잘 마시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네, 시럽 많이 넣어서요."

그 대답에 고연우의 입가엔 다시금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알았어, 곧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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