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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음 날 아침, 나는 식탁 위 크리스털 화병에 백합을 꽂았다. 달콤하고 진한 향이 공기 가득 퍼졌다. 숨을 막히게 할 만큼 기묘하게 아름다운 냄새.

삶이 무너져도, 적어도 꽃만큼은 내 손 안에서 완벽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나는 줄기 하나를 아주 정확히 맞춘 뒤에야 손을 뗐다.

서유정이 실크 로브 차림으로 방에 들어왔다. 흑단 같은 머리칼이 비단처럼 흘러내렸고, 승리에 취해 반짝이는 눈빛에는 두려움 없는 어리석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녀는 하녀들과 직원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거리까지 일부러 걸어가 멈춘 뒤, 연극하듯 배에 손을 얹었다.

"정말 기쁜 소식이 있어요."

종소리처럼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

"어제 김 박사님이 확인해주셨어요. 저… 임신했대요. 그것도 쌍둥이."

식탁 여기저기서 숨이 튀어나왔고, 포크가 접시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집사까지 굳어버렸다.

나는 잔잔하게 웃으며 직접 커피를 따랐다.

"쌍둥이라니." 부드럽게 되뇌었다. "참… 효율적이네."

서유정은 내 차분함을 굴복으로 착각한 채, 우아한 척하며 허리를 곧게 세웠다.

"어떤 여자들은 말이에요," 그녀는 노골적으로 나를 바라보며 독을 흘렸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될 운명을 타고나죠."

그 말은 오래된 흉터를 다시 갈라놓았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

이 집안에서 수년간 속삭이듯 들었던 모욕.

수치심이 다시 차오르는 순간, 얼굴이 굳어질 뻔했다.

그러나 나는 주머니 속 작은 녹음기의 버튼을 누른 채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붉은 불빛이 심장처럼 점멸하며 그녀의 모든 독을 기록했다.

그들의 방심은 곧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다.

그날 저녁, 황정미가 주재한 정찬 자리가 열렸다. 대리석 만찬홀에서 샹들리에가 휘황하게 빛났고, 와인은 보석처럼 반짝였으며, 하인들은 완벽하게 짜인 동작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서유정은 내 자리였던 곳에 앉아 있었다. 우현석의 바로 옆에.

식사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서유정은 과하게 우아한 손짓으로 잔을 들었다. 팔목의 팔찌가 크리스털 잔에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그리고 너무 '정확한 우연'처럼 보이는 동작으로 손을 기울였다.

버건디 와인이 흰 식탁보 위에 쏟아지며 번져갔고, 그 튄 방울이 내 아이보리 실크 드레스를 더럽혔다.

"어머나!" 서유정이 완벽한 연기력으로 놀란 척 외쳤다.

"내가 참 서툴렀네. 이예나 씨, 자세는 좀 곧게 하고 앉아야죠!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데."

식탁 한쪽에서 얄팍한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황정미는 은근한 만족감을 숨기지 못했고, 우현석은 나를 단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나는 얼룩을 천으로 살짝 눌러 닦아내며, 속내 한 점 섞이지 않은 미소를 서유정에게 올렸다.

"괜찮아요."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대체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잠시 숨을 길게 늘어뜨려 침묵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도록 만들었다.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순간적으로 공기가 얼어붙었다.

서유정의 비웃음이 아주 조금,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흔들렸다.

나는 그 미세한 균열을 천천히 음미했다.

이틀 뒤, 우현석은 외곽에 있는 개인 클럽으로 나를 데려갔다.

시가 냄새와 위스키 향이 진하게 깃들어 있었고, 패널로 둘러싸인 방 안에는 권력을 가진 남자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나는 얌전히 샴페인을 홀짝이며, 충실한 아내처럼 조용히 그들의 주식 이야기와 스캔들 농담을 듣고 있었다.

스카치 세 잔쯤 비운 뒤, 우현석은 친구 차준호에게 몸을 기울였다.

부주의하고, 오만하고, 내가 코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아니면 무시한 채 입을 열었다.

"낡은 모델은 바꾸는 게 맞지."

그는 비웃으며 말했다.

"이예나는 믿고 쓸 만하지만, 서유정? 그 애는 페라리야. 게다가 후계자도 줄 거고. 진짜 후계자."

차준호가 크게 웃었다.

"쌍둥이라며? 대단하네."

우현석은 잔을 높이 들었다.

기고만장한 기쁨이 말 한마디마다 줄줄 흘렀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지. 이예나는 자기 자리를 알아. 그래서 지금까지 버틴 거고."

나는 웃음을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손은 자연스럽게 클러치 위에 얹혀 있었고, 그 안에서 녹음기는 아주 낮은 진동으로 모든 대화를 삼키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눈물 삼키며 참고 있는 굴욕의 아내라고 생각했다.

완벽하게 모욕당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여자라고.

그러나 그들이 보지 못한 진실은 따로 있었다.

내가 쓰고 있던 가면은 나약함이 아니었다.

그건 갑옷이었다.

그리고 곧 나는 그 갑옷을 칼처럼 휘둘러 그들의 심장을 겨누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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