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그걸 진짜로 믿었어요? 웃기네
"회장님, 아무래도 뭔가 오해가... 아마... 누군가 박연진 씨를 사칭해서... 괘, 괜찮습니다! 제가 철저히 조사해 보겠습니다."
강한성은 배후가 누군지 몰랐지만,
'진짜 딸 VS 가짜 딸' 이슈를 터뜨린 게 누군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말했다간 자기 인생이 끝장날 테니까!
박영호는 무언가 짐작 가는 게 있는지 박하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박하은은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가련한지, 당장이라도 품에 안고 감싸주고 싶을 정도였다.
박영호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이 하은이와 관련 있을 리가 없어.'
'하은이가 저렇게 착하고, 순진하고, 천진난만한데... 어떻게 그런 악독한 계략을 꾸몄겠어!'
전화가 끊기고.
분위기가 '기묘하게' 가라앉았다.
박영호와 백민정, 그리고 박진우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이유는...
그들은 방금 박연진을 억울하게 몰아세웠다.
곰곰이 따져보니, 사실 강한성의 말에는 허점이 많았다.
그들은 작은 증거 하나를 찾자마자 박연진이 박씨 가문에게 진짜 딸로서의 신분을 인정받기 위해 일부러 소문을 퍼뜨렸다고 몰아붙였다.
결국 뼛속까지 박연진을 불신하고, 박하은을 너무 편애했기 때문이었다.
박하은이 슬퍼하는 모습만 보고, 순간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언니, 정말 미안해요. 아빠랑 다들...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잠시 이성을 잃고 언니를... 다 제 탓이에요. 제가 이 집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때 박하은이 먼저 나서서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그녀는 퉁퉁 부은 눈으로 눈물을 머금은 채 박연진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으려 했다.
"하은아, 너 뭐 하는 거야!"
가장 가까이 있던 박진우가 재빨리 박하은을 붙잡았다.
하지만 박하은은 작정했다는 듯이 무릎을 꿇었다. "오빠, 말리지 마. 이건 다 내 잘못이야. 언니가 우리 용서 안 해주면... 나 안 일어나!"
털썩. 박하은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은아, 지금 뭐 하는 거니? 얼른 일어나!"
박영호와 백민정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가 박하은을 부축해 일으켰다.
동시에 박하은의 '효심' 깊은 행동에 감동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순간 박하은을 향한 일말의 의심마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 이렇게 착하고... 가족을 생각하는 하은이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계략을 꾸몄겠어?'
'분명 다른 놈의 짓일 거야!'
"박연진, 이번 일은 우리가 널 오해했다. 걱정 마라. 내가 꼭 배후를 찾아내서 책임을 묻겠다!"
"감히 우리 박씨 집안사람을 모함해?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박영호가 분노에 차 이를 갈았다.
이런 이간질은 박영호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가정의 화목. 박영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였다!
"저한테 책임을 물어 주신다고요?"
박연진은 마치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이라도 들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는 점점 커져, 배를 잡고 웃다가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
박영호의 미간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뭐가 웃기지?"
박연진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회장님, 방금 당신 태도에서는 저한테 책임을 물어주시겠다는 의지가 눈곱만큼도 안 보였는데요."
"오히려, 회장님, 눈이 침침해지신 건 아니고요? 그 상태로 배후를 어떻게 찾으시게요?"
드디어... 이런 말을 할 용기가 생겼다.
짐승은 풀려났다. 이런 가족, 박연진은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았다!
"박연진!"
박영호가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방금 박연진을 오해했던 것만 아니었어도,
당장 박연진의 뺨을 후려쳤을 것이다.
"언니, 화난 거 알아요. 아빠랑 엄마, 오빠들 원망하지 마세요. 차라리 절 원망해요."
"제가 무릎 꿇는 걸로도 화가 안 풀린다면, 제가 이 집을 나갈게요. 멀리 사라질게요."
"박씨 가문 딸 자리를 언니한테 돌려주면... 더는 아빠랑 싸우지 않을 거죠...?"
박하은이 다가와, 가련한 표정으로 '피해자인 척' 말했다.
"그래, 좋아."
박하은: "뭐…!!!"
'박연진 미쳤나 봐. 진짜 좋다고?'
하지만 박하은은 이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건 박영호 일행의 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박하은은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며 코를 훌쩍였다. 물기 어린 눈에서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흐느꼈다. "아... 알았어요, 언니. 저 당장 나갈게요! 저만 사라지면, 우리 가족이 다시 화목해질 수 있다면, 전 괜찮아요!"
말을 마친 박하은은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박연진! 네가 감히 하은이한테 그런 말을 해!"
박연진이 진짜로 박하은을 내쫓으려 하자, 박진우가 발끈했다.
"이것 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넌 하은이를 내쫓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거야! 그래야 아무도 네 총애를 안 뺏어가니까! 박씨 가문 딸 자리가 오롯이 네 것이 되니까!"
"하지만 내가 있는 한, 어림도 없어! 하은이도 박씨 가문 딸이고, 내 동생이야!"
박영호가 손을 내저었다. "네가 억울한 건 알겠다! 하지만 하은이는 잘못 없어! 방에 들어가서 반성해! 방금 네가 얼마나 뻔뻔하고 역겨웠는지!"
"필요 없습니다, 회장님."
박연진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박연진이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박영호 일행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박연진은 단출한 캐리어 하나와 평범한 백팩 하나만 들고 있었다.
박영호 일행을 차갑게 한번 훑어본 그녀는, 그대로 빌라 밖을 향해 걸어갔다.
"잠깐!"
박영호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박연진, 너 진심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