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20년 동안 버려졌던 진짜 금수저 딸, 결국 양녀를 위한 디딤돌이었을 뿐이었다. 전생의 박영진은 그 우스운 '가족애'를 믿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양동생에게 양보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아끼던 그 동생에게 '사고'로 위장된 죽음을 당했을 때조차── 친부모와 오빠들은 입을 모아 그녀를 욕하기만 했고, 장례식장엔 그림자도 비추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박영진은 차갑게 웃었다. "다 꺼져. 이제부터, 난 너희들 필요없어!" ... 천재 해커 × 캠퍼스 여신 × 바둑 고수 × 미술 천재 수년간 숨겨 왔던 정체들이 하나씩 드러날수록, 전 세계가 그녀에게 열광하기 시작한다. 뒤늦게 진실을 안 부모는 오열하며 후회하고, 일곱 명의 오빠들까지 무릎을 꿇고 매달렸다. 아무도 없는 곳,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남자가 그녀를 끌어안고 속삭인다. "영진아… 넌 내 인생 그 자체야."
제1화 그녀는 쓰레기처럼 화재 현장에 버려졌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박연진은 바닥에 쓰러져 거칠게 기침을 토해냈다. 자욱한 연기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약에 당한 모양이다. 온몸이 마비된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언제?!
"언니, 꼴이 말이 아니네."
방독면을 쓴 박하은이 다가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새하얀 원피스에는 먼지 하나 묻어 있지 않았다.
"박하은... 네 짓이야?!"
박연진은 눈앞의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서류상으로만 '동생'인 여자였다!
"테스트야, 언니. 이 꼴을 보면 아빠랑 엄마, 오빠들이 과연 언니를 믿을까, 아니면 나를 믿을까?"
박하은은 방독면을 벗어던지더니 웃는 얼굴로 박연진의 얼굴에 그것을 씌웠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 '사악' 하고 자신의 팔을 그었다.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칼을 바닥에 던지고 장갑을 벗어 힘없이 쓰러진 박연진의 손에 억지로 끼웠다.
박연진은 이미 약에 당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그저 박하은이 자기 팔을 감싸 쥐고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소리치는 것을 멀뚱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살려주세요! 아빠, 엄마, 오빠들! 저 좀 살려주세요! 연진 언니가 미쳤어요!"
"하은아!"
문이 거칠게 열리고.
박연진은 자신과 피를 나눈 친부모와 일곱 오빠들이 모두 박하은의 곁으로 몰려가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아빠, 엄마, 오빠... 하은이 너무 아파... 너무 아파. 언니가 미쳤나 봐. 갑자기 불을 지르고 나랑 같이 죽겠다고... 칼로 내 팔도 그었어. 내가 박씨 가문 딸 자격이 없다고..."
박하은의 팔에서 흐르는 피, 잔뜩 겁에 질린 토끼 같은 눈망울, 그리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방독면을 쓴 채 바닥에 쓰러져 있고, 곁에는 피 묻은 칼과 장갑을 낀 박연진.
박영호는 격분해서 박연진의 배를 걷어찼다. "이 박영호가 어떻게 너같이 악독한 년을 딸이라고 낳았지!"
그 발길질에 박연진의 창자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더 컸다.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박연진의 배는, 과거 박영호 대신 총을 맞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박영호는 한 상업 행사에 박연진과 박하은을 데리고 갔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친놈이 나타나 박영호에게 자살 테러를 감행하며 총을 꺼내 들었다.
박연진이 몸을 날려 그 총알을 막아냈다.
하지만 박영호는 박하은을 잡아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의 구두가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피를 밟고 지나갔다.
박연진이 경찰에 의해 중환자실로 옮겨져 겨우 목숨을 건졌다.
박씨 가문 식구들은 며칠이 지나서야 박연진이라는 딸을 떠올렸다.
박영호는 죄책감을 느끼긴 했지만.
딱 한마디뿐이었다.
"하은이는 네 동생이고, 입양된 아이야."
"널 되찾고 나서 하은이가 박씨 집안에서 자기 자리가 없어질까 봐 늘 두려워해."
"네가 언니니까 좀 더 이해해 줘."
그 꼴을 보아하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박하은이 박씨 가문의 진짜 딸인 줄 알 정도였다.
우습다...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기억이 스쳐 지나가고, 불길이 그녀의 하얀 뺨을 핥았다.
박연진은 두 눈을 감았다. 눈꼬리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이생에서는 이만하면 됐겠지.
박씨 가문에 빚진 목숨도, 혈육의 정에 대한 집착도, 박연진은 이미 다 갚았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그날 밤, 서현시 긴급 뉴스가 보도되었다.
교외의 한 폐창고에서 갑작스러운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대원이 불에 탄 시신 한 구를 수습했다.
하지만 시신을 병원으로 옮겨 부검을 진행하려던 중,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다음 날, 박씨 그룹 공식 성명이 발표되었다.
되찾은 친딸 박연진과 완전히 연을 끊었다.
앞으로 박씨 가문이 인정하는 유일한 딸은, 오직 박하은 하나뿐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