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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가 돌아왔다

미국 월스트리트

땅값이 하늘을 찌르는 이곳, 초고층 빌딩들이 숲처럼 늘어서 있다.

햇살이 유리창을 타고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

누군가가 아파트 현관문을 밀고 들어왔다.

두 팔 가득 서류를 안고 들어오던 그는,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렸다.

그러자 한 여자의 요염한 실루엣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목욕가운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긴 다리는 은근한 유혹을 풍겼다.

“왔어?”

그녀는 그를 힐끗 바라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어 넘겼다.

그리고 나른하게 소파에 몸을 기대며, 우아한 손길로 와인잔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붉은 손톱과 와인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요물 같은 여자.

그리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방금 샤워를 마친 그녀의 얼굴에는 옅은 홍조가 남아 있었고, 헐겁게 묶인 목욕가운 사이로 드러난 곡선은 한층 더 치명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요물아, 이건 네가 서명해야 할 서류들이야.”

남자는 냉큼 서류 뭉치를 그녀 앞에 던졌다.

“급할 것 없어.”

여자는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듯,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심드렁한 태도로 응대했다.

그녀는 와인잔을 우아하게 들어올려 한 모금 마셨다.

요염한 손끝이 화면을 터치하자, 영상이 재생되었다.

화면 속, 낯익은 잘생긴 얼굴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어느 한 여기자가 한 남성을 인터뷰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성 대표님, 안색이 무척 좋아 보이시네요. 무슨 혹시 좋은 소식이라도 있으신가요?”

남자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신사적인 태도로 답했다.

“네, 다음 달 15일, 남민희 씨와 약혼식을 할 예정입니다. 그때 기자님들이 참석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두 분은 이미 업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로 손꼽히고 계시잖아요...”

여기자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하윤아는 조용히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입안에 퍼지는 씁쓸한 맛이 더 깊어졌다.

“윤아야, 괜찮아?”

옆에 있던 사람이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비록 이미 포기하기로 결심했지만, 그 사람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 한쪽을 아프게 하는 존재였다.

하윤아는 와인을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양석아, 내가 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 가서 준비해 줘, 오늘 밤 귀국할 거야.”

“알았어.”

소양석은 그녀에게 있어서 어떤 일도 협의할 수 있지만, 유독 이 일만큼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난 3년 동안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해 온 것이, 바로 오늘을 위해서였으니까.

“석 달 전에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어. 이번에 귀국하는 거 하씨 집안에 알려?”

그는 신중하게 물었다.

“알려서 뭐 하게? 또 암살당하라고? 쯧... 이번에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돌아갈 거야.”

“알겠어.”

하윤아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드리워진 매혹적인 표정을 거두고 정색하게 말했다.

“양석아, 회사를 좀 부탁할게. 이건 내가 지난 3년 동안 일궈낸 모든 것이야. 누구에게 맡겨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오직 너만 믿어...”

그녀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소양석도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걱정 말고 다녀와. 여긴 내가 있으니까.”

“고마워.”

하윤아는 가볍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날 밤, 그녀는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이곳,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뜨겁고 메말라 있었다.

하윤아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돌아왔어.”

공항 VIP 통로에는 이미 한 사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님, 저는 박준일이라고 합니다. 대표님을 마중하러 왔습니다.”

하윤아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가죠.”

3년 전과 비교하면,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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