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노민철은 혈연도 아닌 의붓딸 소정은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그녀가 소씨 집안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태도가 조금 누그러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와 비교하면, 그의 저울은 언제나 내 쪽으로 더 기울어 있었다.
"그 아이가 어디 갔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 네가 도망치듯 식장을 나갈 때는 생각 안 했어? 이제 와서 무슨 연기를 하겠다는 거냐?"
"아버지,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오빠, 나도 같이 갈게."
그의 뒷모습은 어딘가 초조해 보였다.
나는 그걸 보며 그저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 와서 깨닫는 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경찰서.
노영찬은 들어서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황 팀장이 차분히 설명했다.
"오늘 아침, 강물 위에 웨딩드레스 한 벌이 떠 있는 걸 조깅하던 시민이 보고 신고했습니다. 처음엔 시신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인양 후 확인해보니, 선생님 아내분의 웨딩드레스였습니다."
소정은이 말을 끊었다.
"웨딩드레스 말고는 다른 건 없었나요?"
"없습니다."
황 팀장의 시선이 잠시 소정은에게 머물렀다.
소정은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언니가 오빠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물에 던진 건 아닐까요? 경찰 아저씨, 저희 언니 원래 이런 장난 자주 쳐요. 저희는 이런 일에 시간 낭비할 여유 없거든요."
가볍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황 팀장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저는 소혜나의 친동생이에요. 우리 언니는 어릴 때부터 이런 방면으로 머리가 빨랐어요. 다섯 살이던 저를 속여 밖으로 데려나가 물에 빠뜨려 죽이려 했고요. 어렵게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계속 저를 모함했어요. 동정심 끌어내는 데는 선수거든요."
그녀의 모함을 들으며 나는 미친 듯이 외쳤다.
아니라고. 나는 그런 적 없다고.
이 말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 눈에 소정은은 언제나 피해자였고, 내 해명은 전부 변명으로만 들렸다.
황 팀장도 결국 그녀의 말에 휘둘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웨딩드레스에서 미량의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감식 결과, 소혜나 씨의 DNA와 일치했습니다. 그리고 드레스에는 두 군데 구멍이 있었는데, 예리한 흉기에 찔렸을 때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면 복부와 등 쪽이 각각 한 차례씩 찔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따라서 소혜나 씨가 이미 살해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노영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일회용 컵을 쥔 손이 떨리며 뜨거운 물이 책상 위로 쏟아졌다.
나는 그를 비웃듯 바라보았다.
노영찬.
내가 그날 밤, 네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
나는 살려달라고 했고, 도와달라고 했다.
왜 오지 않았던 거야?
지금 와서 그런 표정은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거지.
"말도 안 돼요!"
소정은이 단호하게 부정했다.
"언니가 살해됐다면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돈 때문이라면? 저 웨딩드레스만 해도 수십억 원이에요. 진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요. 범인이 왜 그냥 두겠어요?"
"강간 목적이었다면 더더욱 피 묻은 드레스를 없앴겠죠. 그런데 왜 그대로 강에 버리나요? 게다가 사람을 죽이고 나서 굳이 드레스를 벗겨 시신만 없앤다? 말이 안 되잖아요."
"맞습니다."
노영찬의 눈이 번쩍 뜨였다.
"현장에서 다른 단서는 없었습니까? 휴대폰이나 신발, 개인 소지품, 흉기, 추가 혈흔 같은 것들 말입니다."
"현재로선 없습니다."
소정은은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제 생각엔 언니가 일부러 드레스를 벗어 칼로 구멍을 내고, 자기 피를 조금 묻혀서 강에 던진 거예요. 일부러 사람들 관심 끌려고요."
"그 계집애는 정말 제멋대로야. 평소엔 애교 부리며 관심 좀 끄는 걸로 끝내더니, 이제는 경찰서까지 소동을 벌이네."
말을 뱉은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어머니 김정란이었다. 소씨 집안도 경찰의 연락을 받고 조사를 받으러 왔고, 막 도착하자마자 그 대화를 들은 것이다.
소씨 가족이 나타나자, 부모부터 두 오빠까지 입을 맞춘 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황 팀장이 말을 끊었다.
"조금 진정하시죠."
"진정하라고요? 경관님도 나이 보니 가정 꾸릴 만큼은 되셨을 텐데요.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딸이 은혜도 모르고 제 친동생을 해치려 한 사람이라면, 과연 침착할 수 있겠어요?"
큰오빠 소정원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
"경관님, 저희는 바쁩니다. 오늘 온 건 이런 일로 괜히 불려 다니지 않게 해달라고 말씀드리러 온 겁니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오랫동안 나를 아껴주던 부모와 오빠들, 얼굴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까.
도대체 내가 무슨 천인공노할 짓을 했기에, 그들이 나를 이토록 혐오하게 된 걸까.
경찰들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한 사람이 물었다.
"가족이잖습니까. 지금 실종 상태입니다. 자살일 수도, 범죄 피해일 수도 있습니다. 걱정은 되지 않으십니까?"
어머니는 코웃음을 쳤다.
"내 딸을 내가 몰라요? 그렇게 자기를 아끼는 애가 자살을 해요? 게다가 지금은 노씨 집안 며느리예요. 누가 감히 해를 가합니까? 괜히 인력 낭비하지 마세요. 그 계집애 지금 어디 숨어서 웃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전 회의가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소씨 가족은 형식적인 절차만 밟고 서둘러 나갔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아이 참, 네일도 다 못 했는데 이런 일로 불러서 시간만 날렸네."
"엄마, 어디서 한 거예요? 너무 예뻐요."
소정은이 다가가며 말했다.
"이따 너도 데려가 줄게. 피부관리도 같이 받고 오자. 네 언니 그 망할 녀석이 너처럼 말 잘 들었으면 내가 이렇게 주름이 늘진 않았지."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노영찬만 남았다.
황 팀장이 물었다.
"노 선생님, 소혜나 씨가 실종되기 전에 연락한 적이 있습니까? 어제 결혼식장에서 자리를 떠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면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혹시 알고 계신 단서가 있다면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노영찬의 표정이 굳었다. 마치 자신이 사람을 몰아세운 장본인이라는 듯한 뉘앙스가 거슬린 듯했다.
그는 갑자기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황 팀장님, 아직 시신도 없고 범행 현장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벌써 죽었다고 단정하십니까?"
"그분은 선생님의 아내입니다."
노영찬은 노골적인 짜증을 드러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시신부터 찾으십시오. 그때 가서 정식으로 수사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