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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 말이 떨어지자, 연회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 역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 애가 잃어버린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노영찬이 그녀를 두고 불평을 늘어놓을 때마다 오히려 내가 나서서 달래주기까지 했었다.

소정은이 노영찬의 계모와 함께 힘들게 자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언젠가 우리가 한 가족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 애는 결국 나를 올케라고 부르게 될 사람이었다.

나는 한 번도 그녀를 업신여긴 적이 없었다. 오히려 여러 번 대신 나서서 곤란한 상황을 막아줬다.

언니로서든, 올케로서든, 나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박하게 대한 적이 없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왜.

왜 나에게 이런 짓을 한 걸까.

그녀의 말은 망치처럼 내 머리를 내리쳤다. 정신이 아득해졌고, 빠져나갈 길조차 보이지 않았다.

소정은은 연신 애원했다.

"언니, 나 이제 말 잘 들을게. 아무것도 안 뺏을게. 그러니까 또 나 해치지 마. 나도 아빠 엄마, 오빠 보고 싶어. 집에 돌아가게 해주면 안 돼?"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모의 얼굴에 떠올랐던 기쁨은 순식간에 분노로 뒤바뀌었다.

아버지 소태원의 손이 번쩍 올라갔고, 뺨을 세게 맞았다.

"어린 게 벌써부터 이렇게 악독할 줄은 몰랐다. 그때 정은이는 겨우 다섯 살이었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아버지가 나를 때린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주변에서는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았고 온갖 말이 오갔다.

나는 정신없이 고개를 저으며 해명했다.

"아니에요. 그때 분명히 정은이가 불꽃놀이 보러 가자고 졸랐어요. 물에 있는 물고기 건지겠다고 하다가 빠진 거예요. 제가 밀지 않았어요. 저는 정말…"

"정은이는 네 친동생이잖아. 왜 우리를 속이려고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 정은아, 내 불쌍한 딸.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니."

어머니 김정란은 소정은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그래.

친동생이다.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러는 걸까.

내 약혼식이었어야 할 자리는 졸지에 막장 가족 상봉극으로 변해버렸고, 나는 악독한 언니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 이름은 이제 떼어낼 수도 없게 되었다.

화장은 눈물에 번져 엉망이 되었고, 목은 쉬어버릴 만큼 설명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평소 인자하던 노민철이 노영찬을 한 번 흘끗 보더니, 나를 데리고 가서 화장을 고치라고 눈짓했다.

그의 눈빛에서 분명한 경멸을 보았다.

나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되는 듯 노영찬의 손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나를 품에 안았다. 손가락으로 등을 부드럽게 두드리며 속삭였다.

"나는 널 믿어. 내가 어떻게 널 안 믿겠어.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성격도 좋은 우리 혜나인데."

한때 그렇게 단단하게 내 편이 되어주던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나는 침대 위의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음속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죽고 나니 아무리 슬퍼도 눈에는 눈물이 고이지 않았다. 텅 빈 눈구멍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미 심장도 없는데, 가슴 한가운데로 찬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나는 떠나보려 했다.

하지만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꼼짝없이 두 사람이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소정은은 내 새 옷을 입고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

애교 섞인 얼굴로 아이브로우 펜슬을 들고 노영찬을 바라보며, 눈썹을 그려달라 졸랐다.

마치 두 사람이야말로 부부인 것 같았다.

노영찬은 벽에 걸린 나와 자신의 웨딩사진을 힐끗 보고는 손동작을 멈췄다.

"그만해, 정은아. 우리 어젯밤 이후로는 예전 관계로 돌아가기로 했잖아."

"응, 알아. 나 절대 언니랑 오빠 사이 방해 안 할게."

소정은은 고개를 숙인 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노영찬은 웨딩사진을 바라보았다.

신혼 침대 위에는 아직도 그와 소정은이 뒤엉킨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란히 놓인 풍경이 너무도 노골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았다.

만약 그가 지금 경찰에 위치 추적을 의뢰했다면, 아마 내 시체를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고, 얼굴을 굳힌 채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그가 코웃음을 쳤다.

"소혜나, 내가 너무 오냐오냐 해줬나 보네."

소정은이 옆에서 달콤하게 맞장구쳤다.

"언니가 원래 밀당 제일 잘하잖아. 오빠, 걱정 마. 벌써 노씨 옛 저택에 가서 일부러 전화 안 받으면서 오빠 애태우는 걸지도 몰라."

노영찬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

"오늘은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날이야.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혜나가 없을 리가 없지. 도대체 무슨 수를 쓰려는 건지 두고 봐야겠어."

내 시어머니 백지선은 원래 노민철과 사이에서 딸을 하나 두었지만, 일찍 세상을 떠나버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인연으로 소정은을 입양했다.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그녀는 모든 모성을 소정은에게 쏟아부었다.

노민철의 전처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째 되던 해, 그는 결국 백지선을 집안으로 들였다. 그렇게 그녀는 노씨 집안의 안주인이 되었다.

소정은 때문인지, 백지선은 처음부터 나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처음엔 그저 차가웠을 뿐이었다. 그러나 소정은이 친가와 재회한 뒤, 그녀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무렵 백지선은 노민철에게 줄곧 노영찬과 소정은을 결혼시키자고 말했고, 나를 곤란하게 만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때마다 노민철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아버지께 부탁해 노씨 집안의 자금난을 해결해준 일, 그리고 내가 노영찬을 구해낸 일을 이유로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노민철은 우리 결혼을 합리화할 이유를 수없이 늘어놓았다.

단 하나, 노영찬이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만 빼고.

그때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노영찬의 마음이 떠났다는 사실을.

오직 나만 눈치채지 못했지만...

백지선을 보자마자 소정은은 얌전히 불렀다.

"아빠, 엄마."

노민철의 시선이 노영찬에게 꽂히며 순식간에 분노로 변했다.

"이놈 자식, 그래도 집에 돌아올 줄은 아는구나. 네가 우리 집안 체면을 다 구겨놨다!"

어제 결혼식에서, 나와 노영찬은 막 반지를 교환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소정은에게서 전화가 왔고, 심장이 심하게 아프다는 말에 노영찬은 망설임도 없이 뛰쳐나갔다.

나는 순식간에 도시 전체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소정은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아빠, 다 제 잘못이에요. 그때 심장이 너무 아파서 발작인 줄 알고 오빠한테 전화했어요.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화내실 거면 저한테 화내세요. 오빠는 아무 잘못 없어요."

백지선은 얼른 소정은을 끌어안았다.

"정은이 심장 두근거림이 생긴 게 다 그때 걔 언니가 물속으로 밀어서 그런 거잖아요. 게다가 사돈 쪽에서도 별말 없는데 뭐가 그렇게 화가 나요? 정은아, 어서 일어나. 바닥 차가워."

이런 장면은 지난 2년 동안 수없이 반복되었다.

소정은과 내가 부딪칠 때마다, 노민철은 크게 꾸짖는 척만 하고 결국은 흐지부지 넘겼다.

결국 이득은 언제나 소정은 차지였고, 내 몫은 삼키기도 힘든 씁쓸함뿐이었다.

노영찬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익숙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자 입을 열었다.

"아버지, 혜나는요?"

노민철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네가 무슨 낯으로 그 애를 입에 올려? 어제 네가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가서 온갖 비난을 다 받게 했잖아. 그 애는 손님들 달래고, 드레스 갈아입고 오겠다며 나갔는데 그 뒤로 돌아오질 않았다. 그 애는 우리 집 체면을 지켜줬지만, 넌 그 애의 자존심을 짓밟았어!"

노영찬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돌아오지 않았다니요? 어젯밤에 저한테 위치도 보냈어요."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손가락 끝이 희게 질려 있었다.

"…오늘 경찰한테 전화가 오긴 했어요. 연강에서 소혜나의 웨딩드레스가 발견됐다고…"

허.

나는 웃었다.

이제야, 내가 죽었다는 걸 눈치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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