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윤지민과의 만남
강은채는 차를 몰고 유치원에 도착했다. 뜻밖에 강지유가 윤재욱의 아들과 함께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엄마!”
지유는 기쁘게 외치며 은채의 품에 안겼고, 옆에 있던 윤지민은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민아, 안녕.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
은채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지유의 손을 놓고 지민을 안아주었다.
“저도 기뻐요.”
윤지민도 강은채를 안으며 살짝 어색해 보였다.
“엄마, 지민 오빠가 같은 반이라서 나를 많이 챙겨줘요.”
지유는 옆에서 설명하며 은채보다 더 흥분한 모습이었다.
“오, 이런 우연이 있네. 지민아, 챙겨줘서 고마워.”
지민은 차가운 아버지와는 달리 따뜻한 아이였다.
“아줌마,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당연히 제가 지유를 챙겨야죠.”
지민은 어른스럽게 대답하며 처음으로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걸 느꼈다. 방금 받은 아줌마의 포옹은 정말 따뜻하고 행복했다.
“귀여운 녀석,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다니, 아줌마가 기분이 참 좋네.”
은채는 지민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속으로 쓸쓸한 감정이 스쳤다.
“지민 도련님, 이제 집에 가야 합니다.”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은채가 돌아서 남자를 본 뒤, 다시 지민을 보았을 때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
“아줌마, 저 이제 집에 가야 해요. 안녕히 가세요. 지유야 안녕.”
“그래, 알겠어. 빨리 가렴. 내일 보자.”
“지민 오빠, 안녕.”
지민은 남자와 함께 떠났고, 그 연약한 뒷모습과 갑자기 어두워진 눈빛을 보며 강은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엄마, 나도 오빠 만들어줘요. 오빠가 있으면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잖아요.”
차 안에서 지유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은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느꼈다.
“지민 오빠가 보호해 주면 되잖아.”
그때 그 아이를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쯤 지민이만큼 컸을까?
다음 날 아침, 은채는 지유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일부러 좀 더 기다렸지만, 윤지민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가 더 일찍 왔을 것이다.
오늘은 출근 두 번째 날로,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출시될 스마트폰이 이미 초기 형태를 갖추었고, 현재 회의에서는 각 모델의 소프트웨어와 칩 구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은 윤재욱이 없어서 은채는 한결 편안했다. 아무도 그녀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그녀도 누구와 맞설 필요가 없었다.
“여러분이 제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스마트폰의 구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프로세서, 메모리, 카메라, 심지어 센서와 화면까지 자세한 설명을 달아두었습니다. 또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의견서를 작성했으니, 김 팀장님께서 윤 대표님께 보고해 주시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제가 다시 수정하겠습니다.”
회의 내내 대부분의 설명을 은채가 주도했고, 그녀의 능력에 모두가 감탄했다.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대표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김 팀장은 은채를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능력이 뛰어났다.
“김 팀장님, 저의 의견을 잘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사양뿐만 아니라 성능도 뛰어나야 하며, 가격대는 반드시 저렴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충족한다면 우리의 첫 번째 스마트폰이 분명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은채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강조하며 김 팀장이 윤 대표에게 전하도록 했다. 그녀는 윤재욱의 차가운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강 부장님.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이 스마트폰은 디자인 부서에서 방금 보내온 고급 기종입니다. 외관 디자인 도안을 확인해 보시고, 가능하다면 비용을 좀 더 낮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 팀장이 건넨 자료를 받아본 은채는 도안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이 스마트폰은 다른 제조사에서 이미 출시된 모델입니다. 우리가 생산하게 되면 모방이 됩니다. 만약 우리의 독창성이 없다면 소비자들에게 기억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스마트폰은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사양이 충분히 뛰어나지 않다면 생산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은채는 이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가격 외에는 특별한 장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양이 충분히 강력하면 비용이 반드시 높아질 것입니다. 만약 다른 브랜드의 유사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면, 우리는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김 팀장이 의견을 내놓았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디자인 부서에서 충분히 고민해보도록 하고, 이는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최종 결정은 윤 대표님이 내리시겠죠.”
그녀의 말이 끝난 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김 팀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 스마트폰의 사양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은채는 여전히 이 제품에 만족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업무 범위는 기계 내부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한정되어 있었고, 회사에서 어떤 제품을 출시할지는 그녀의 권한 밖이었다.
몇 분 후, 은채는 파일을 작성해 두 가지 사양표를 제공했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그들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강 부장님, 아까 이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는 게 낫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김 팀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제가 사양표를 제공했지만, 여전히 제 의견은 같습니다. 윤 대표님께 보고하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서류와 컴퓨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회의가 끝난 후, 대표 사무실의 영상 화면은 강은채에게 고정되었다. 재욱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의 내내 그녀의 진지함과 자신감 있는 업무 태도를 지켜본 그는, 은채의 전문성과 능력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재욱은 은채의 업무 경험이 나이에 상관없이 탁월하다고 판단했다.
“윤 대표님, MT 부서 인원 교체를 계속 추진할까요?”
배 비서가 물었다.
“좀 더 지켜봅시다.”
이 여자는 아직 가치가 있다. 인재를 놓쳐서는 안 된다.
“디자인 부서에 새로운 고급 기종을 다시 설계하라고 전해주세요.”
그는 강은채가 제공한 의견을 떠올리며 화가 났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이 디자인이 모방임을 알아차렸다면, 고액의 연봉을 받는 전문 디자이너들은 몰랐던 것인가?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배 비서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 팀장이 와서 업무를 보고했다.
재욱은 회의 전 과정을 지켜보았기에 김 팀장의 상세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는 은채가 제시한 사양표를 진지하게 검토하며 점점 얼굴이 누그러졌다.
“수정할 필요 없습니다. 고급 기종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이 사양에 따라 생산을 시작하세요.”
은채가 제시한 사양에서 재욱은 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
“김 팀장님, 오늘 저녁 부서 직원들과 강 부장님 환영 파티를 진행하세요.”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윤 대표님, 고급 기종에 대해서는...?”
김 팀장은 재욱이 고급 기종에 대한 의견을 주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먼저 김 팀장님의 의견을 말해 보세요.”
윤재욱이 차갑게 답했다.
“강 부장님이 의견을 검토했고, 제시한 두 가지 사양도 살펴보았습니다. 강 부장님의 분석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일단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하더라도 낮은 사양으로 하고 고급 기종은 출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 팀장이 의견을 제시했다.
“강 디자이너와 다시 논의해 보겠습니다. 이 기종이 아니더라도 고급 기종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입지가 떨어질 것입니다.”
재욱은 브랜드의 입지를 중요시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