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비행기에서의 우연한 만남
4년 후
비행기가 구름 위를 날고 있었지만, 일등석에 앉아 있던 남자아이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빠!”
남자아이는 옆에 이미 잠든 남자를 조심스레 불렀다.
“아빠!”
남자가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손으로 가볍게 남자를 밀었다.
“응.”
남자가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따스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빠, 나 화장실 가고 싶어요.”
남자아이는 약간 겁에 질린 채 말했다.
윤재욱은 남자아이 반대편에 앉은 여자를 보았다. 그녀도 자는 것을 보고는,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남자아이가 혼자서도 잘할 것 같아서, 화장실에서 혼자 일을 보게 하고 윤재욱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코노미석 첫 줄, 창가 쪽 자리에 앉은 4~5세 정도의 여자아이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끝없이 펼쳐진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저 구름 너무 예뻐.”
어린 소녀의 피부는 하얗고 연약하여 부서질 것 같았으며, 작고 계란처럼 둥근 얼굴에는 별처럼 맑고 깨끗한 한 쌍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콧대가 높고 입이 작으며, 웃을 때의 양 볼에 보조개가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여자아이는 가지런한 앞머리에 뒤에는 작은 포니테일이 묶여 있었고, 흰색 순면 원피스를 입고 있어 깔끔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응, 예쁘네.”
강은채가 여자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장관이었다.
“엄마, 우리가 땅에서 본 구름은 다 움직이는데 왜 여기 구름은 움직이질 않는 거야?”
여자아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호기심에 물었다.
“안 움직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못 보는 거야. 구름은 늘 바람과 함께 떠다니고 있어.” 강은채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화장실 밖에 서 있는 윤재욱의 귀에 들렸다.
이 목소리……
윤재욱은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엄마, 나도 바람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바람 어딨어? 집 가서 낮잠 자는 거야?”
어린 여자아이의 얼굴은 천진하고 순수했다.
“맞아, 우리 지유가 제일 똑똑하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힘들어서 집에 가서 쉬고 있어.”
강은채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의 세계는 정말 순수했다.
“엄마, 저기 어떤 오빠가 우릴 보고 있어.”
강지유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화장실 입구에 서 있는 두 남자를 가리켰다.
강은채는 강지유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니 마침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그 남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매우 차가운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옆에 있는 남자아이는 매우 귀여웠다. 남자아이는 크고 빛나는 눈을 가졌고 약간 위축되어 있었지만, 높은 코와 검고 짙은 일자 눈썹, 곱슬곱슬한 속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베이지색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그의 검은 머리카락은 가리지 못했다.
강은채는 아이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고, 둘은 정말 똑같았다. 강은채는 남자아이에게 따스한 미소를 보내며 다정하게 손을 흔들었다.
“아빠, 저기 가서 저 여자애랑 놀아도 되나요?”
남자아이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비행기가 아직 비행 중이니, 자리로 돌아가자.”
남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가려 했다.
“아빠, 엄마 지금 자고 있어요. 제가 돌아가면 시끄러워서 깰 거예요. 저 여기서 쟤랑 놀다가 엄마 일어나면 바로 돌아갈게요.”
아이는 부탁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저씨, 오빠랑 놀게 해줘요.”
강지유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워 거절할 수 없었다.
“……”
윤재욱은 침묵하며 거절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작은 소녀에게 생각할 힘을 빼앗겼다.
“선생님, 아이를 여기서 잠시 놀게 해 주세요.”
강은채는 남자아이를 보고 측은하여 대신 부탁하였다.
윤재욱은 엄숙한 표정이었으나,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난처하게 할 수 없어 잠시 타협하기로 했다.
“여기 있어, 좀 이따가 데리러 올게.”
“아빠 감사합니다!”
남자아이는 매우 기뻐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 채로 달려갔지만, 윤재욱은 무덤덤하게 한 번 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오빠 안녕, 나는 강지유라고 해. 가족들은 그냥 지유라고 불러.”
남자아이는 중간에 앉아, 강지유와 반갑게 인사를 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강은채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저는 지민이라고 불러 주시면 돼요.”
“지민아, 안녕. 지민이는 참 착하구나.”
강은채는 눈앞의 남자아이를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았다. 진 청바지를 입고 캔버스화를 신었으며,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모두 명품이었다. 강은채의 시선은 마지막으로 남자아이의 왼쪽 팔뚝에 멈췄지만, 남자아이는 긴 소매 외투를 입고 있어서 그녀는 조금 실망했다.
두 아이는 마음이 잘 맞아 그들만 아는 세계에 대해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에 앉은 강은채는 계속 남자아이를 쳐다보았고, 오랫동안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남자아이는 결국 아빠로 보이는 남자에 의해 다시 끌려갔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마주치지 못했다.
비행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했다. 4년 만에 다시 이 도시의 공기를 맡자, 강은채는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고, 가슴이 여전히 아려왔다. 그녀가 돌아왔다. 4년 만에 그녀를 낳고 키운 도시로 마침내 돌아왔다.
공항 고속도로에서 강은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곳, 바로 이곳이다. 이곳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자리다.
“수연아, 일단 묘지로 가자. 4년이나 지났어, 부모님을 뵈러 가야 돼.”
“응, 네가 꼭 정리하러 갈 줄 알았어. 꽃은 내가 준비해 놓았어.”
서수연은 강은채의 친구이자 절친, 대학 동창이다. 강은채가 떠난 지 4년이 지났고, 그들은 4년 만에 처음 만났다.
“수연아, 몇 년 동안 나 대신 무덤 정리해줘서 고마워.”
“고맙긴 뭘, 또 고맙다고 하면 너 그냥 도로에서 내려줄 거야.”
서수연이 농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 제발 나 도로에 두고 가지 마.”
강지유는 약간 겁먹은 듯 서수연에게 잘 보이려 했다. 눈앞의 이 예쁜 이모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가면 얼마나 무서울까 싶었다.
“아이고, 우리 공주님이 겁을 먹었네. 걱정 마, 이모가 어떻게 너를 두고 가니.”
서수연은 운전하며 활짝 웃었고, 그녀도 이런 착한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
“엄마, 이모가 우리 안 버릴 거래! 이모가 또 나랑 장난쳤어.”
강지유가 안심하고 웃었다.
“응, 이모가 장난치네. 이모는 엄마랑 제일 친한 친구인데, 엄마를 어떻게 버려? 지유야, 엄마가 너 데리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보러 가는 거야.”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강은채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만약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만약 그들이 강지유와 함께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지.
“엄마,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가 나 좋아할까?”
강지유가 또 걱정하며 물었다.
“그럴 거야. 그분들은 너를 반드시 좋아할 거야.”
부모님 묘비 앞에 선 강은채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4년 전의 모든 것이 물밀듯 밀려왔다. 눈물을 흘리며 묘비 앞에 꽃을 놓고 주저앉은 강은채는 묘비에 있는 엄마 아빠의 사진을 보며 울먹였다.
“아버지, 어머니, 저 왔어요. 고모랑 은혜도 다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강은채에게 너무나도 많은 부담을 주었다.
“엄마, 울지 마.”
작고 따스한 손으로 강은채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강지유는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었다.
“엄마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그랬어. 지유야, 사진에 두 사람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야, 인사해.”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는 지유입니다.”
강지유는 인사도 하고 예의 바르게 절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