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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그녀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었다.

집에 돌아와 저녁 준비를 마치고, 막 식탁에 차리자마자 윤재욱이 도착했다.

들어오면서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강은채는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드세요, 아이들 앞에서 기분을 드러내지 말고요.”

강은채는 조심스럽게 말했고, 다행히 재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끝까지 밥을 먹었다.

아이들에게 당부한 후, 강은채는 윤재욱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문을 닫고 나서 은채는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무슨 말이든 목소리를 낮춰요, 애들이 들으면 걱정하니까요.”

은채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 옆에 앉았고, 재욱은 잠시 침묵했다.

“송세희가 당신들 사이에 대해서...”

재욱이 말문을 열자, 은채는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윤재욱에게서 자신을 헐뜯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사기꾼이라거나, 시훈 씨와 함께 있는 건 그 사람 돈을 빼앗으려는 거라고 했겠죠. 또 자신이 의를 위해 제 비밀을 폭로했다고 했을 거고, 모든 게 저를 위한 거라고 했겠죠.”

“제가 당신에게 접근한 건 복수 때문이고, 당신에게 접근해서 더 많은 돈을 갈취하려는 거라고 했겠죠. 그리고 사람을 똑바로 보라고 했겠죠.”

강은채는 송세희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고, 그녀가 한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맞아.”

윤재욱이 긍정하며 대답했다.

“그럼 당신은 무엇을 알고 싶은가요?”

윤재욱이 아무 이유 없이 여기 온 것은 아닐 터였다. 그가 반드시 무언가를 묻기 위해 왔을 것으로 생각하며, 강은채는 그를 살짝 재촉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진실과 거짓이야.”

윤재욱도 숨기지 않았다. 이 일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듯했다.

“사실이에요, 그녀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에요.”

강은채는 시원하게 대답했지만, 말투는 침착했고 마음은 시큰둥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해명하고 싶었고, 자신이 헛소문의 피해자임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윤재욱은 여전히 그녀를 사기꾼으로 여기리라는 것을. 윤재욱의 본모습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윤재욱의 눈빛은 싸늘해졌고,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서 있었다. 강은채는 그의 눈 속에서 자신을 향한 불신을 읽고, 가슴이 아릿해졌다.

“진실을 알고도 냉담한 표정을 짓는 건, 후회의 표현이죠.”

강은채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전 옥상에서 제가 한 말들은 다 무효예요. 저는 당신에게 의지하지도 않을 거고, 당신 가정을 망가뜨리지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민이를 데리고 돌아가세요. 앞으로 아이 잘 돌봐주시고, 다시는 저를 찾아오지 말아 주세요.”

강은채는 윤재욱이 송세희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를 대신해 그 문제를 해결해 준 셈이었다.

은채가 말을 마치고 재욱의 옆을 지나 화장실로 향하려는데, 예전과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된 것일까? 윤재욱은 긴 팔로 강은채를 와락 끌어안았다.

“낮에 했던 말은 진심이야. 당신이 설령 사기꾼이라 해도, 나는 당신을 정복할 거니까.”

그는 사실 그녀를 밀어내야 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관계를 정리하고, 아이를 데리고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 어쩌면 정말로 정복욕이 발동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이렇게 고집 센 여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속을지언정 한 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었다.

윤재욱은 강은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강은채, 당신이 말한 대로 해. 복수하고 싶다면서? 내가 기회를 만들어 줄게.”

“대표님, 일단 저부터 놔주세요.”

강은채는 윤재욱의 알 수 없는 눈빛을 올려다보았고,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는 얼른 시선을 피하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오전에 한 말들은 너무 화가 나서 한 거예요. 송세희가 저를 뭐라고 욕하든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린아이를 그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요.”

“제 신분과 지위는 당신과 맞지 않아요. 제가 만약 사기꾼이라는 게 밝혀지면 당신의 사회적 지위에 누가 될 거예요. 그리고 저는 사기꾼 뒤에 '제삼자'라는 꼬리표까지 달릴 겁니다.”

“대표님, 이제 돌아가 주세요.”

윤재욱은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말할게. 나는 아내가 없어. 내가 오전에 진지하게 말한 걸 농담으로 들은 건가?”

윤재욱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강은채를 설득하려는 듯 보였다. 강은채는 그의 차분한 눈빛에 잠시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윤재욱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강은채를 믿은 적이 없었다. 업무적으로나 인격적으로 그녀를 낮게 평가했고, 그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정복욕 때문이었다. 그의 욕망이 충족되면, 강은채는 그저 버려진 광대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

“대표님, 죄송해요. 설령 아내가 없다 하셔도 저는 승낙할 수 없어요.”

강은채는 결국 단호히 거절했고, 윤재욱을 밀어 두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었다.

윤재욱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이든, 그녀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야 했다.

그녀는 예전부터 어떤 남자에게도 희망을 주지 않았다. 이시훈처럼 착하고 따뜻한 남자도 결국 그녀를 배신했으니, 이 세상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할 남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윤재욱 같은 사람은 연못처럼 깊이를 알 수 없었고, 그의 검은 눈동자는 항상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는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그런 그와는 평범한 삶을 원하는 강은채가 어울리지 않았다.

강은채는 윤재욱을 거절한 후 약간의 상실감을 느꼈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단호했다. 그런 강은채의 눈빛은 윤재욱을 화나게 했다.

“강은채, 아무도 날 거절할 수 없어. 나를 거절하면 좋은 결말이 없을 거야. 내가 당신에게 많은 기회를 준 건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기 때문이야. 좋아, 이제 당신에게 거절의 대가를 알게 해줄께.”

윤재욱의 눈이 커지며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강은채 씨, 당신은 지금 해고됐습니다. 회사에서 제공된 모든 물품은 내일 회사에 반납하도록 하세요!”

윤재욱은 고함을 치며 몸을 돌려 단호히 떠났다.

강은채는 그가 떠나자,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한숨은 마음을 더욱 졸여 왔다.

그녀는 윤재욱이 드디어 자신을 놓아준 것에 기뻐해야 할 텐데, 이상하게도 입가에 번진 미소는 씁쓸하기만 했다.

그의 단호한 뒷모습과 차가운 목소리, 그리고 경멸 가득한 분노의 눈빛이 강은채의 마음을 오랫동안 무겁게 만들었다.

윤재욱은 떠날 때 윤지민을 데리고 가지 않았고, 두 아이는 그가 떠날 때의 분노에 겁을 먹고 거실 소파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은채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방에서 나와, 아이들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고 서둘러 두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왜들 그렇게 기운이 없니? 나도 이렇게 웃고 있잖아, 너희들은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니?”

“아줌마, 죄송해요. 아빠가 또 아줌마께 화를 내셨네요.”

윤지민은 낮은 목소리로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했다. 그의 작은 얼굴엔 죄책감이 가득했다.

“괜찮아, 지민아. 걱정하지 마. 이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야. 사람은 기분이 나쁠 때 화를 내서 마음을 풀기도 하거든.”

강은채는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설명했다.

“아줌마, 만약 아줌마가 아빠 회사에 더 이상 출근 못 하시면 저 이제 아줌마 못 보는 거예요?”

윤지민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아줌마를 볼 수 없게 된다면 그의 세상은 다시 어두워질 것 같았다.

강은채는 그의 말에 잠시 숨을 멈추고, 허탈감을 느꼈다.

“아니야, 지민아. 아줌마는 널 계속 볼 수 있어. 네가 아줌마를 보고 싶으면 내가 유치원으로 널 보러 갈게.”

강은채는 말을 이었다.

“어른들의 일은 너희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른들의 세계는 복잡해서, 너희가 크고 나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지금은 그저 열심히 놀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즐기면 돼. 너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쁨이거든.”

강은채는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른들의 일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그녀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또한 자기 일이 아이들을 걱정시키는 것 역시 원치 않았다.

하지만 두 아이는 사랑이 부족해서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강은채의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위로하며, 그들의 순수한 동심이 점점 무거워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주머니, 저는 아빠가 행복한 걸 봐야 저도 행복해요.”

윤지민은 눈을 들어 강은채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고 맑은 눈동자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아빠, 기분 나쁜 거 아니야. 내일 아빠 볼 때는 괜찮을 거야. 지민이는 너무 걱정하지 마.”

윤재욱은 차갑고 엄격했지만, 윤지민은 그에게 매우 의지하고 있었다. 윤재욱은 윤지민의 전부였다.

두 아이를 위로한 후, 강은채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내일이면 이 집을 돌려주어야 했기 때문에, 윤재욱이 일부러 일을 미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서둘렀다.

다음 날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강은채는 이미 호텔을 찾아 짐을 옮겨 놓았다. 그리고 돌아와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낸 후, 이시훈에게 연락했다.

“은채야, 늦어서 미안해.”

이시훈은 차에서 내리며 강은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여전히 멋지고 빛이 났다.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차 고쳐줘서 고마워.”

강은채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감사뿐이었고, 이전의 일은 이시훈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그녀 역시 그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별거 아니야, 은채야……”

“시훈아, 차 열쇠는 차에 있어. 나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강은채는 이시훈에게 더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서둘러 회사로 출근한 후 차와 집을 모두 돌려주었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차를 타고 떠났다.

멀어지는 강은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시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만약 4년 전 그가 좀 더 이성적이었다면, 지금의 모든 것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강은채에게 빚진 것을 이번 생에서 갚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의 보상, 혹은 그녀가 모르게 최대한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강은채가 느낄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테니까. 사랑에 대해 그는 말을 꺼낼 자격이 없었다.

강은채는 윤 씨 빌딩에 도착하자마자 배원영을 찾았다.

“여기 방 열쇠랑 차 키요. 윤 사장님께 전달해 주세요.”

배원영은 놀라서 강은채를 쳐다보았다.

“강 대표님, 이게 무슨 뜻이죠? 저는 어떠한 지시도 받지 않았어요.”

“윤 사장님께 드리면 아실 거예요.”

강은채는 미소를 지으며 배원영에게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그녀는 두 대의 버튼을 동시에 눌렀고, 왼쪽 엘리베이터가 조금 더 일찍 도착하는 것을 보고 그 앞으로 섰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예상치 못하게 몇몇 비서들과 윤재욱이 타고 있었다.

강은채는 순간 놀랐다. 늘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는데, 오늘은 그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린 강은채는 윤재욱이 어두운 얼굴로 눈썹을 치켜올리는 것을 보고, 가슴이 순간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윤 대표님.”

강은채는 담담하게 인사한 뒤, 마침 오른쪽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서둘러 그 안으로 들어가 1층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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