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옥상에서의 언쟁
강은채의 협박은 효과가 있었다. 그녀는 송세희가 직원들 앞에서 소란을 피우지 못할 것이라고 내기 했고, 결국 그녀가 이겼다. 이는 송세희가 윤재욱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날 주차장에서 송세희도 참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옥상으로 올라왔다. 강은채는 못마땅한 기색이었지만, 송세희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강은채, 수작 부리지 마!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내 남편 침대에 올라갈 뿐 아니라, 내 애까지 집으로 데려가? 뭐, 내 자리가 탐나는 거야?”
송세희는 증오가 섞인 목소리와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강은채를 쏘아붙였다.
“난 그럴 생각 전혀 없어. 네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감히 너랑 경쟁하겠어? 난 이미 너에게 진 패자라서 덤빌 수도 없어. 송세희 네가 이시훈을 빼앗아 갔을 때, 넌 제대로 소중히 여기지 않았잖아. 이번엔 윤재욱을 잘 붙잡길 바랄게.”
강은채는 위협도, 화도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어찌 되었든 윤재욱과 얽힌 것에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어느 여자에게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이다.
“가식 떨지 마! 저번에 봤을 때는 내 남편을 빼앗겠다고 큰소리치며 도발하더니, 오늘은 또 이런 태도로 구는데 누가 널 믿겠어? 강은채, 너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거짓된 사람이 너라는 사실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구나. 정말 추잡스럽고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
송세희는 분노에 찬 욕을 퍼부으며, 윤재욱과 아들이 강은채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봤을 때 치밀었던 화를 떠올렸다. 그러나 더 가증스러운 것은 여기서 이시훈까지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이시훈은 한때 그녀를 죽일 듯이 증오했지만, 막상 만나자 친구가 되었다. 그들이 친구로 남게 된다면 그녀의 일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송세희는 아무리 생각해도 왜 모든 남자가 강은채에게 면역력이 없는지, 왜 모두 그녀에게 이끌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은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송세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이러한 욕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잘 알 거야. 내가 뻔뻔하다면, 그건 너 같은 인간 앞에서만 그런 거지. 내가 네 남편을 빼앗겠다고 했지만, 네가 이렇게 화낼 필요 없어. 어쨌든 네가 먼저 이시훈을 빼앗았잖아. 네가 나한테 이런 모범을 보였으니, 내가 네 걸 한 번 빼앗아 가면 그제야 공평한 거 아니겠어?”
강은채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녀가 차분할수록 송세희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시훈 얘기 꺼내지 마! 네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다른 사람보다 네가 더 잘 알 텐데. 내가 빼앗은 게 아니라, 이시훈이 더는 네게 속기 싫어서 나를 선택한 거야. 강은채, 너 스스로를 세탁하지 마. 네가 어떤 사람인지 이시훈이 가장 잘 아니까!”
송세희는 일말의 부끄럼 없이 소리쳤다.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자신이 말한 것이야말로 사실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렇게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이 뻔뻔하게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불공평하다고 여겼다.
강은채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송세희가 제정신이 아닌 건지, 아니면 IQ가 낮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굳이 이렇게 사실을 왜곡할 필요가 있는 건가?
“봐봐, 네 표정 좀 봐. 온통 경멸뿐이잖아. 강은채, 너는 내가 너를 처음 만난 날부터 네 이런 만사에 무관심한 태도가 싫었다는 걸 알고 있니?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넌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정말 역겹고 혐오스럽다.”
송세희는 이미 강은채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강은채를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강은채는 아무리 화를 내도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 송세희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송세희는 한숨을 쉬고 다시 큰 소리로 싸움을 이어갔다.
“강은채, 너 내가 경고하는데, 이시훈, 내 남편, 내 아들, 그 누구에게도 접근하지 마! 이번에는 경고로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내가 너를 서울에서 없애버릴 거야.”
송세희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강은채를 노려보며, 입으로는 차가운 말들을 내뱉었지만, 눈에는 불길이 일렁였다. 마치 강은채가 영원히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송세희, 그렇게 화낼 필요 없어. 난 그저 일하러 돌아왔을 뿐이야. 네 아들이나 네 남편을 만난 건 전부 우연이었어. 나는 너를 망치고 싶지도 않고, 더 이상 너랑 엮이고 싶지도 않아. 돌아오고부터 지금까지 너만 나를 찾아왔고, 시비를 건 것도 전부 너야. 네 일이나 잘해, 난 너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으니까.”
강은채는 덤덤하게 말했다. 송세희의 말은 듣기 어려웠지만, 그녀는 참기로 결심했다.
하루 종일 윤재욱과 송세희 부부에게 시달린 강은채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녀는 복수하러 돌아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을 편히 먹고 일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그녀는 만약 이 순간 송세희와 말다툼을 벌인다면, 이후에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 일만으로도 이미 지친 그녀는 굳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귀찮은 송세희, 윤재욱, 그리고 이시훈과 멀리 떨어지면, 그녀의 삶은 다시 평범해질 것이었다.
강은채는 잠시 멈춘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난 네 자리를 탐낼 생각 없어. 하지만 네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아들에게 잘해줘. 그렇지 않으면 진짜 네 자리는 사라질지도 몰라.”
은채는 다른 일들과 송세희의 멸시와 모욕은 참아낼 수 있었지만, 윤지민에 대한 학대만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강은채가 경고 하고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갑자기 송세희가 흥분하며 그녀의 뒤에서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뻔뻔한 년, 방금 뭐라고 했어? 우리 애가 너랑 무슨 상관인데?”
송세희의 질문에는 분명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강은채의 말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의미였고, 그녀의 말은 경고가 아닌 협박에 가까웠다.
강은채는 똑똑히 가르쳐야겠다 고 느꼈다.
강은채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피하지 않고 빠르게 몸을 돌려 송세희를 단호하게 밀어 넘어뜨렸다.
“너 미쳤어? 어떻게 이렇게 막 나갈 수가 있지? 송세희, 네가 이렇게 못되게 변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네 이런 모습이 재욱 씨랑 지민이의 체면을 얼마나 깎아 먹고 있는지 알기나 해? 이시훈이 눈이 멀었나? 어쩌다 너랑 엮인 건지.”
은채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머리채를 잡히고도 계속 참을 수 있었다면, 그건 강은채가 아니었을 것이다.
“강은채, 네가 감히 나를 때리려고? 이 천하의 거지 같은 년이, 남편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해?”
송세희는 정신이 분열될 정도로 분노했다. 그녀의 현재 신분과 다른 사람 앞에서 밀쳐져 넘어진 것을 고려했을 때, 그건 엄청난 치욕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상황을 절대 넘길 수 없었다.
그녀는 갑자기 일어나 강은채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때 천둥같이 울리는 한마디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손 내려.”
재욱의 목소리는 만년설처럼 차가웠고, 그의 음침하고 차가운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는 송세희를 잡아먹을 듯이 뚫어지게 쳐다봤다.
윤재욱의 등장에 송세희는 깜짝 놀랐다. 이 일은 항상 그에게 비밀로 해왔는데, 어쩌다 그에게 들킨 것인지.
눈에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가득했지만, 송세희는 스스로 억누르려 애를 썼다.
“당신이 여긴 어떻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윤재욱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자신이 강은채에게 중요한 것을 깜빡했다는 걸 깨닫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려 했으나, 마침 비서가 중요한 업무 보고를 하러 왔다. 그는 일을 신속히 처리한 후 권혁수로부터 송세희가 회사에 와서 강은채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권혁수가 알려준 대로 옥상으로 향했다.
그곳에 한참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들의 관계는 강은채가 말한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그들이 얽혀 있는 이유는 단순히 자신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저...저는 쟤를 찾으러 온 거에요. 쟤가 뻔뻔하게도 집과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유혹했잖아요. 당신만 유혹하는 것도 모자라 내 아들까지 세뇌하고 있었다고요!”
송세희는 윤재욱의 눈에서 불길이 이는 것을 보고, 더는 사실을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시훈 일은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 없었기에, 그저 강은채를 내세워 핵심적인 문제를 회피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계속해서 강은채를 비난했다.
“강은채가 당신을 꾄 거에요! 그 딸도 어려서부터 배워서 우리 아들까지 꼬드긴 거라고...”
송세희는 윤재욱이 자신의 말을 막지 않는 것을 보고, 점점 더 흥분했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은채가 그녀의 뺨을 후려쳤고, 그 순간 송세희는 멍해졌다.
은채의 손바닥은 아플 정도로 떨렸고, 그녀의 눈빛 또한 싸늘해졌다. 자신을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그녀의 어린 딸을 엮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송세희, 나 참을 만큼 참았어. 이 따귀는 네가 함부로 말한 대가이며, 네가 나한테 신세진 거야.”
강은채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재욱을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떠나려 했으나, 뜻밖에도 재욱이 그녀를 막았다.
“거기 서. 사람을 때리고 그냥 가려고?”
재욱의 목소리는 아까와 달리 화도 위협도 없었고, 조금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여보, 저 여자가 나를 때렸어요. 그것도 당신 앞에서 말이에요. 어찌 되었든 전 윤씨 가문의 며느리인데, 이런 천박한 여자한테 맞으면, 당신 체면이 얼마나 구겨지겠어요?”
송세희는 마치 자신이 모든 일의 피해자인 양, 울먹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재욱이 강은채에게 질문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 이는 윤재욱이 강은채 대신 자신을 선택했다는 뜻으로, 강은채의 뺨을 때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윤재욱이 자신을 대신해 나섰기 때문에, 그녀는 체면을 세우고 더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강은채는 송세희를 철저히 무시한 채,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윤재욱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그 무식한 아내 대신 저를 때리시려고요?”
“은채 씨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람을 때리는 건데?”
강은채가 윤재욱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도발했기에, 이번엔 재욱이 화를 냈다.
“못 들으셨어요? 방금 저 여자가 제 딸을 모욕했어요. 이게 때릴 정도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은채는 재욱의 기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
윤재욱이 대답하기도 전에, 세희는 다시 무모하게 도발을 이어갔다.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엄마가 천박하면 딸도 제대로 클 수 있겠어? 그 딸도 똑같이 천박할 테고, 나중에 커서 꼬시는 실력은 너를 능가하겠지.”
송세희는 드디어 강은채를 자극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는 강은채를 화나게 만들고 싶었고, 원한 것도 바로 그런 반응이었다.
강은채는 분노와 수치심에 치를 떨며,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손을 뻗어 송세희에게 다가갔지만, 때리기 직전에 멈춰 섰다.
때리는 것이 가장 좋은 처벌은 아니다……강은채는 분노를 억누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윤재욱을 바라보았다.
“방금 사무실에서 한 그 말, 아직 유효하죠?”
윤재욱은 미간을 찌푸렸다. 강은채가 무엇을 말하는지, 또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면 이 고집 센 여자는 절대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유효해요.”
윤재욱은 속으로 이미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럼 제가 하나 물어 볼게요. 저 여자가 정말 당신 아내가 맞나요?”
강은채는 송세희를 가리키며 물었다.
“명의상으로는 맞습니다.”
윤재욱의 대답은 강은채를 약간 의아하게 만들었다.
“명의상으로 어찌 됐든, 내가 알고 싶은 건 법적으로 인정된 아내냐는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