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우리 아빠 되어줄 수 있어
자유를 되찾은 강은채는 숨을 깊이 쉬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튀어나올까 봐 두려웠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강은채는 질문하면서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을 누르고 있었다.
그녀의 분노한 얼굴, 불을 뿜는 두 눈빛은 모두 윤재욱의 마음을 흔들었다.
“누구도 감히 나를 때린 적이 없어. 강은채 넌 또 하나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어.”
뺨을 한 대 맞은 윤재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분노로 바꾸었다. 오직 이렇게 해야만 그는 계속 그녀를 징벌할 수 있었다.
말이 끝나자, 윤재욱은 강은채의 붉은 입술에 한 번 더 키스했다. 이번에는 교훈을 얻어 더 조심스러워졌다.
강은채의 두 손이 굵은 나무에 눌려 있어 윤재욱을 밀어내기가 어려웠다.
재욱의 키스는 패기가 넘쳤고 탐욕스럽고 열렬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은 여자인데, 왜 이렇게 키스가 서툴까?
강은채는 이 남자의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애쓰며 온 힘을 다하여 저항했다. 그녀는 손과 나무줄기의 마찰로 아픔을 느꼈지만 윤재욱이 그녀에게 준 굴욕은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손을 잡았지만, 그 이상의 발전 없이 헤어졌다. 대리모를 할 때 남녀의 관계가 간단했지만, 그것은 거래일 뿐이었다. 키스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키스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키스는 수치스러워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윤재욱은 둘의 산소가 심각하게 부족할 때야 강은채를 놓아주었다. 뜻밖에 그녀의 눈에 초점이 없었다.
내 키스가 그렇게 엉망이었나? 그의 키스는 많은 여자들이 꿈에 바라던 것이었지만 그녀는 의외로 꺼렸다.
윤재욱은 냉기가 갑자기 솟아오르고 눈 밑이 어두워졌다.
“명심해. 앞으로 나한테 덤빌 생각하지 말고. 간다는 말 취소하는 게 좋을 거야.”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지자, 윤재욱은 강은채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당신의 회사와 협의를 체결했어. 나는 너를 해고할 수 있지만 너는 나를 바꿀 수 없어.”
“무뢰한! 왜 이렇게 날 괴롭히는 거예요? 전 집도 있고 남자도 있어요!”
강은채는 손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이혼했고 남자도 없어. 이것이 내게 접근하는 이유야.”
강재욱이 계속해서 말했다.
“나를 조사했어?”
강은채는 남자가 있다고 말한 것은 함부로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윤재욱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셈이지.”
윤재욱은 솔직히 얘기했다.
“좋아요. 내가 이혼했고 남자가 없어도 당신은 있잖아요. 아내가 있으면서 아내가 두렵지도 않아요? 나한테 이러다가 당신 아내한테 내가 뭐가 되겠냐고요?”
강은채는 무뢰한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다른 사람의 뒷조사를 해놓고도 그는 당당하게 있었다.
“나는 아내가 없어.”
윤재욱이 불쑥 말했다.
“누구를 속이는 거예요? 아내가 없다면 지민이는?”
강은채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사회적으로 이렇게 성공한 남자에게 아내가 없을 수 없었다.
“당신, 수작 부리지 마요. 내가 그렇게 만사에 치밀하게 계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본데, 지금 확실하게 얘기해 줄게요. 절대 당신을 유혹하거나 꼬리치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남자가 없어도, 당신은 아니라고요.”
“그리고 저 여기서 일 년만 일하고, 일 년 뒤엔 떠날 거니까 회사에서 공적으로 만나고 기분 좋게 헤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아무리 해명해도 윤재욱이 듣지 않는 이상 그녀도 더 이상 그와 입씨름할 필요가 없었다.
강은채는 말을 마치고 윤재욱을 노려보더니 자리를 떴다.
“잠깐.”
“아파...”
윤재욱은 손을 뻗어 강은채의 손을 잡았지만 정확하게 강은채의 다친 곳을 건드렸다.
윤재욱은 손을 놓지 않고 눈을 내리깔고 바라보았다.
강은채의 손에는 뚜렷한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윤재욱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거 놔요.”
강은채는 힘껏 뿌리치고 떠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방금 그 키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독특한 향기가 그녀를 많이 닮았다. 아마도 이것이 갑자기 그녀에게 키스한 이유였다.
두 아이는 즐겁게 놀았지만, 강은채의 마음은 썩 좋지 않았다.
원래는 윤재욱과 아이들과 두 사람 사이의 오해에 관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았다.
비록 윤재욱에 의해 기분이 엉망이 되었지만 지민이가 그녀에게 달려올 때 그녀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아줌마. 저랑 놀아줘요. 지유가 피곤해서 좀 쉰 대요.”
지민은 강은채의 팔을 흔들며 빌었다.
“그래. 아줌마가 같이 놀아 줄게.”
강은채는 지민의 손을 잡고 신나게 놀러 갔다.
지유는 조금 겁이 났지만, 윤재욱에게 다가갔다. 비록 이전에 그와 접촉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 그의 안색이 좋지 않아서 조금 두려웠다.
무서웠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용기를 내어 재욱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
“이리 와.”
윤재욱의 찌푸린 눈썹은 지유의 앳된 목소리로 펴졌다.
“아저씨. 우리 엄마랑 뽀뽀한 거 봤어요.”
아이들의 세상은 솔직하여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생각한 것을 바로 말했다.
“음...”
윤재욱은 의외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나무가 충분히 크고 굵어서 그들을 가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이에게 보였다니.
“아저씨. 우리 아빠 되어줄 수 있어요?”
지유는 목마른 눈빛으로 윤재욱의 대답을 기다렸다.
윤재욱은 멍해지더니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그는 줄곧 강은채가 자기에게 접근한 것은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의심했다. 지금은 아이까지 이용하고 있었다. 욕심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지유야. 너는 아빠가 있는데 왜 아저씨 보고 아빠가 되라고 해?”
윤재욱의 목소리는 좀 차가웠고 지유는 그 목소리에 움츠러들고 싶었다.
“아저씨...지유는 아빠가 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들이 마중하고 배웅하지만, 지유만 아빠가 없어요.”
겁을 먹었지만, 지유는 기어이 말했다.
“아저씨. 전 아저씨를 너무 좋아해요. 지민 오빠랑도 인연이 많아요. 지민 오빠하고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어요. 그리고 아저씨가 엄마한테 뽀뽀한 거 봤어요. TV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만이 뽀뽀할 수 있다고 했어요. 아저씨가 엄마를 사랑해서 뽀뽀하는 거 아니에요?”
아이가 TV에서 배운 것을 현실에 적용한 것이 대견스러웠다.
“같은 해 같은 날?”
윤재욱은 인연이 정말 깊다고 생각했다.
“아저씨. 우리 아빠 되어줄 수 있어요?”
지유는 다시 물었다.
“지유야. 아저씨가 엄마한테 키스한 건 사고였어. 아저씨에게는 아저씨의 가정이 있고 지민 오빠도 엄마가 있어. 아저씨는 지유의 아빠가 될 수 없어.”
윤재욱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이들을 어른들의 속세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지유는 실망했고 눈시울은 붉어졌지만, 엄마처럼 고집스럽게 참았다.
“알았어요. 아저씨는 지유랑 엄마를 싫어해서 지유는 아빠가 돌아오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요.”
지유는 거절을 당하자 억울하고 초조해했지만, 엄마한테 들킬까 봐 억지로 참았다.
그러나 윤재욱은 지유의 이런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지유야...”
윤재욱은 그런 지유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의 자식도 아닌데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