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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엄마가 싫다

윤지민은 말할수록 기분이 나빠졌고 고개를 더 숙였다.

지켜보던 강은채는 마음이 아파서 웅크리고 앉아 윤지민을 품에 안았다.

"…."

위로의 말을 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윤지민의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싫어요.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아이가 무심히 던진 한마디가 강은채의 마음을 찔렀고 자신이 떠나보낸 그 아이를 떠올리게 했다.

친엄마와의 관계도 이러한데 새엄마라고 더 나을까?

더 힘든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를 생각하니 강은채의 마음은 마치 바늘에 찔린 듯 아픔이 몰려왔다.

"지민아, 엄마와 아빠는 널 사랑해. 다만 일이 너무 바빠서 너랑 대화할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야, 지금은 거리감이 있다고 느끼겠지만 아마 네가 크고 나면 이해될 거야."

강은채는 아이를 달래려 했다. 어떻게 해서든 어린 마음에 그늘이 지게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바쁘지 않아요. 엄마는 매일 집에 있어요. 엄마의 유일한 일은 아빠를 돌보는 거예요."

윤지민은 말하다가도 억울한 마음에 울먹였다.

강은채에게 안기니 따뜻함에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반대로 엄마 아빠 앞에서는 철들어야 하고, 얌전해야 하며, 어른처럼 나약한 면을 보여줘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눈물 한 방울 흘리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지민아…."

강은채는 윤지민을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아이의 억눌린 마음을 발견하고는 말투를 바꾸었다.

"지민이는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아이들은 억울하면 울어도 되는 거야, 마음에 담아두지 말렴."

강은채의 한마디에 윤지민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고 강은채에게 꼭 껴안겼다.

옆에 있던 강지유도 울음을 터뜨렸다.

"지민 도련님, 이제 집에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집사가 늦게 들어오자 마침 윤지민이 억울해하면서 슬프게 우는 장면을 보았다.

"울지마 지민아. 집사님이 데리러 왔네."

강은채는 얼른 지민이를 달랬다.

윤지민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강은채의 마음은 오랫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억울함이 많지만, 윤지민은 하소연할 데가 없었는지 그저 가슴속에 담아두고 혼자서 감당해 온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다섯 살짜리 아이가 책임질 일도 아니었다.

"엄마, 오빠 너무 불쌍해. 집안 형편도 우리보다 훨씬 낫고 엄마, 아빠도 있지만 나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지유가 여전히 윤지민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지민 오빠는 마음이 좀 억눌린 거 같지?"

강은채가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부모가 있지만 여전히 아이에게서 있을 법한 어리광도 볼 수 없었다.

"엄마, 우리 지민 오빠 불러서 같이 놀자. 셋이 즐겁게 노는 거야."

지유의 제안에 강은채는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윤재욱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저녁 식사 후 강은채는 윤재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대표님, 제가 지유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려고 하는데요. 지민이를 초대하고 싶어요."

"…."

윤재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검은 눈동자는 음침하게 생각에 잠겼다.

"대표님, 듣고 계세요? 다른 뜻은 없고요. 그냥 제가 지민이를 데리고 있을 거니까 동행자는 필요 없어요. 저녁 식사 때 아이를 다시 데려다줄."

강은채는 윤재욱이 분명 전화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윤재욱은 그녀가 또 그를 유혹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오해하고 있을까 봐 그녀는 먼저 입을 열어 설명했다.

"시간과 장소를 알려줘. 내일 아침에 연락할게."

재욱은 나지막하게 말을 끝내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이 잘난 체하는 남자같으니라고."

강은채는 손에 든 전화를 보며 혼잣말하다가 장소와 시간을 문자로 윤재욱에게 보냈다.

이튿날 아침.

강은채는 일찍이 짐을 챙겨 지유를 데리고 서울에서 가장 큰 놀이공원으로 갔다.

공원 대문 입구에 서서 윤지민을 기다리고 있는데 제시간에 올지 안 올지는 강은채도 잘 모르고 있었다.

어제 윤재욱과 통화하기는 했는데 아직 답장이 안 왔기 때문이다.

강지유와 강은채는 계속 그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었다.

공원은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아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지민이 한 사람을 찾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강은채가 한참 동안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윤재욱의 비서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권 비서님."

"은채 아가씨, 윤 대표님께서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요. 대표님과 도련님은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강은채는 의외였지만 권혁수를 따라 관광버스를 타고 공원 안으로 향했다.

권혁수가 데리고 온 곳은 어린이 전용 놀이터였지만 그들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줌마!"

강은채를 보자 윤지민은 작은 새처럼 두 팔을 벌리고 강은채에게 달려왔다.

"지민아, 지민이 오늘 기분이 너무 좋은가 봐."

강은채는 열정적으로 아이를 마중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아이를 좀 더 잘 대해주면 다른 사람도 자신의 아이에게 잘해줄 것이라고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네, 너무 신나요. 아빠랑 같이 나와 놀러 나온 게 처음이라서 행복해요."

아이는 순진하게 말하면서 마음속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응, 즐거우면 됐어."

강은채는 한 손에 한 사람씩, 지민이와 지유의 손을 잡고 윤재욱 앞에 왔다.

"전 분명 대표님을 초대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고의니, 유혹이니, 딴소리 없기예요?"

또 그를 유혹하기 위해 계획을 짰다는 말을 듣기 싫어 미리 확실히 으름장을 놓았다.

"의심하면 어쩔 건데, 어쨋든 판을 짠 건 너야."

윤재욱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하! 좋아요, 그럼 내가 짜놓은 판인 걸 알면서도 왜 왔어요?"

강은채는 이번에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잘난 체하는 남자의 생각을 바꿀 수 없으니 아예 그가 어떻게 나올지 되물었다.

"…."

참나!

그녀의 속셈을 다 알면서 왜 굳이 여기에 나타난 건지!

재욱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차가운 눈으로 강은채를 쳐다보기만 했다.

강은채는 오늘 옅은 화장을 하고 나갔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 밖에는 자외선 차단복을 입었다. 머리는 질끈 묶고 챙이 큰 모자를 썼다. 캐주얼한 옷차림의 그녀는 어제의 정장 차림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강은채의 모습이 보기엔 더 편해 보였다.

재욱이 말을 하지 않고 그녀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챈 은채는 반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한 발짝 더 다가가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함부로 절 의심하고 그러지 마시죠."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는 강은채를 보며 윤재욱은 잠깐 넋을 잃고 말았다.

"아참, 여기는 왜 다른 사람들이 없어요?"

강은채는 더 이상 윤재욱과 따지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은채 아가씨, 여기는 저희가 하루 통째로 빌렸어요. 다른 어린이들은 없어요."

권혁수가 강은채에게 대답했다.

"통째로 빌렸다고요? 정말 부자 도련님이 따로 없네?"

강채은의 말투에는 분명히 조롱이 있었고 재벌 2세를 왜 이렇게 키워야 하는지도 몰랐다.

"권 비서님,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놀아주세요."

두 아이는 권혁수가 데리고 한쪽에 가서 놀게 했고 강은채는 오지랖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얘기 좀 할까요?"

강은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얘기?"

윤재욱의 검은 눈동자는 그윽했고 차갑게 눈썹을 찌푸렸다.

"지민이 얘기요. 아직 어린애인데 그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하고 생각이 많아요”

"어제 애가 그랬어요, 대표님 여태껏 유치원에 데리러 간 적 한 번도 없었다면서요? 아들 데리러 갈 시간도 없을 만큼 그동안 그렇게 바빴어요?"

강은채는 어디서든 언제든 아이 얘기만 나오면 할 말이 많았다.

"그건 내 집안일이야,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윤재욱은 냉담하게 대꾸했다. 그는 자신의 집안일에 다른 사람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했다. 만난 지 며칠밖에 안 된 여자는 더더욱 알 권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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