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함께 아침 식사를
윤재욱은 아무 말 없이 은채에게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갔다. 은채는 당황한 기색으로 계속 뒤로 물러났다.
"왜 이러세요?"
강은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별 뜻은 없어요. 그저 은채 씨의 말이 진심인지 확인해 보려는 거야. 은채 씨가 나에게 사심이 없다고 했지만, 왜 이 모든 게 계획된 것처럼 느껴지지? 내가 회식 자리에 나타나자 은채 씨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집에 데려다주자 은채 씨 친구가 갑자기 일이 생겨 떠나고, 이건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아닌가?"
재욱은 은채를 벽까지 몰아붙였고, 가까이서 그녀의 숨결과 함께 희미한 술 냄새가 풍겼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지금 사실을 왜곡하고 계세요."
강은채는 서둘러 부인했다. 남자와의 애매한 접촉을 가장 싫어했던 그녀는, 아이를 낳은 이후로 남자와의 모든 접촉을 차단하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저 아이와 함께 살아가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알게 된 지 며칠도 안 되는 남자가 그녀의 인격을 모독하고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 한 번 더 경고하지만 조심해요."
재욱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윤 대표님, 제발 저랑 거리 좀 유지해 주세요. 대표님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지만, 저한테 최소한의 존중은 해주셔야죠."
은채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번뜩였다.
재욱은 화가 난 은채를 더 강하게 밀어붙였고, 그의 가슴에 닿은 은채의 두 손을 잡아 벽에 강하게 눌렀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위협적이었다.
"엄마..."
지유의 목소리가 그때 들려오자, 은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욱은 은채의 손을 풀었고, 은채는 힘껏 그를 밀어내고는 지유 쪽으로 재빨리 다가갔다.
"벌써 일어났네? 좀 더 자지 그랬어."
"싫어요. 잠이 다 깼어요."
지유는 그렇게 말하며 은채를 지나 재욱에게 다가가 그의 큰 손을 살포시 잡았다.
"아저씨, 고마워요. 정말 잘 잤어요."
아이의 진심 어린 눈빛에 재욱은 잠시 멈칫했다.
"괜찮아."
"지유야, 엄마랑 같이 씻자. 아저씨는 이제 출근해야 돼."
재욱이 말을 마치고 은채를 바라보며 말하려 했으나, 지유가 말을 끊었다.
“아저씨, 엄마가 아침 준비했어요. 식사하고 가세요.”
“지유야.”
은채는 급히 지유를 불렀다. 그녀는 지유의 행동이 재욱에게 또 다른 꿍꿍이로 비칠까 걱정했다.
“엄마, 어젯밤에 술에 취해서 아저씨가 돌봐주셨어요. 저도 잠재워 주셨으니까 당연히 아침 식사는 대접해야죠.”
지유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어른들 사이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잘생긴 아저씨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
“지유야...”
은채는 평소에는 아이를 이렇게 교육했지만, 이번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엄마 어떻게 신세만 져요? 아침 식사라도 대접해야죠.”
지유는 은채가 가르친 대로 이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재욱은 모녀의 대화를 들으며, 여전히 그의 손을 잡고 있는 어린 소녀를 보고 마음 깊은 곳이 흔들렸다. 그는 강은채에게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나서 말했다.
“지유야, 아저씨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해.”
지유에게 말할 때 재욱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재욱은 말을 마치고 떠나려 했지만, 지유의 손은 여전히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아저씨, 엄마가 아침을 안 먹으면 건강에 나쁘다고 했어요. 아저씨도 아침 식사를 하시고 일해야죠.”
지유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아침을 먹는 건 핑계고, 지유는 아저씨와 좀 더 함께 있고 싶었다.
“...”
재욱은 무엇이라고 답할지 몰랐다. 아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남아 있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은채는 불편한 마음으로 아침을 준비했고, 지유는 세수 후 재욱과 거실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저씨, 저는 지민 오빠와 같은 반이에요. 오빠가 저를 잘 챙겨줘요.”
“그래, 오빠니까 그래야지.”
“지유는 몇 살이야?”
재욱이 갑자기 물었다.
“5살이에요.”
“지민이랑 나이가 같네. 생일은 언제야?”
재욱이 계속 질문했다.
“그거... 잊어버렸어요. 엄마가 알고 있어요. 생일이 얼마 전에 지나서 새해 전일 거예요.”
재욱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강지유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생일을 잊어버렸다.
“새해 전? 지민이랑 생일이 비슷하겠네. 지민이도 새해 전이야.”
재욱은 잠시 멈춘 후 계속 질문했다.
“지유라는 이름은 누구 지어줬어?”
“엄마가요. 제 오른쪽 팔에 초승달 모양의 점이 있거든요.”
지유는 기쁜 마음으로 팔을 들어 재욱에게 보여주었다. 재욱은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지유의 오른쪽 팔에 있는 점이 확실히 반달 모양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유...”
재욱이 계속 질문하려는 순간, 은채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식사하세요.”
재욱은 아침을 먹고 회사로 출근했다. 떠나기 전에 은채에게 그의 사무실에 먼저 들르라고 말했다.
그렇게 강은채는 오늘 대표 사무실을 찾은 첫 사람이 되었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은채가 공식적인 말투로 물었다.
“김 팀장이 어제 회의 결과를 보고했어요. 은채 씨가 말씀하신 것도 전달됐고, 이 휴대폰이 고급 기종이 아니어도 괜찮지만, 첫 번째 출시 제품에는 반드시 고급 기종이 있어야 합니다.”
재욱은 업무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목소리가 조금만 더 부드러웠으면 좋았을 텐데.
“대표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YB를 고급 브랜드로 만들고자 하시는 만큼, 제품의 포지셔닝이 낮아서는 안 되죠.”
은채는 항상 일에 신중하며 개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맞아요.”
“윤 대표님께서는 제 의견을 듣고 싶으신 건가요?”
은채가 담담하게 물었다.
“맞아요.”
“제 생각에는 이 기기에 제가 제안한 두 번째 사양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격을 너무 높이지 말고, 이 기기를 주력 상품으로 삼아서 홍보하시고, 고급 기종은 비즈니스 기기로 대체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은채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녀는 이미 깊이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재욱에게 제안할 수 있었다.
“좋은 비즈니스 기기는 신속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며 효율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비즈니스 기기는 빠르고 원활한 통신이 어렵습니다. 이 점만 개선하면 비즈니스 기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은채는 업무에 대해 항상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비록 현재 논의된 업무는 그녀와 반쯤 관련이 있지만, 여전히 진지하게 임했다.
“은채 씨 뜻은 알겠어요. 비즈니스 기기를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만들면 비용이 높아지죠. 비용이 올라가면 신생 브랜드인 우리에게는 불리하고.”
재욱은 은채의 의견을 정리하면서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건 피할 수 없어요. 그러나 비즈니스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몇 만 원 비싸도 상관하지 않아요. 그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성능이죠.”
“윤 대표님, 두 가지 비즈니스 기기도 봤습니다. 디자인은 괜찮아요. 사양에서 약간의 수정을 하면 우리만의 스타일을 창출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은채는 자신의 의견을 말한 후 겸손하게 마무리했다.
“참고할게요.”
재욱은 안정된 목소리로 말하며 은채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윤 대표님, 휴대폰 디자인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미죠.”
“윤 대표님, 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강은채는 이렇게 말한 후,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