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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로의 강경함

윤채원은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을 정리한 후, 문을 향해 걸어갔다. 마지막으로 2년간 자신이 살았던 방을 한 번 돌아보았다.

따뜻하고 깨끗하며, 배진욱이 보내온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호화로웠다.

그리고 그 호화로움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파출부 이형은은 윤채원이 힘겹게 짐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 어눌하게 흔들리는 모습에 마음이 조여왔다. "사모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시는 거예요? 얼른 저한테 주세요!"

"임신이 아홉 달이 되어 몸도 무겁고 피곤하시잖아요! 도련님은 사모님의 아이를 가장 소중히 여기십니다!"

윤채원은 텅 빈 집을 한번 쳐다본 뒤, 그 시선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가 ‘소중히 여긴다’는 말은, 사실 그녀의 아이를 직접 죽이려 했다는 뜻이었다.

눈물이 고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참아냈다.

목소리가 갈라지며 말했다. "형은 이모님, 제발 그에게 한 마디만 전해 주세요! 그냥…"

잠시 말을 멈추고, 마치 가슴이 얼어붙은 것처럼 말을 이었다. "이혼 계약서는 이미 그에게 이메일로 보냈어요. 그리고 저는 어떤 수술도 하지 않을 거예요."

말을 마친 뒤, 뒤에서 이형은이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않고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마치 진흙 속을 걷는 듯 무겁게 느껴졌다.

한때 숨 막히게 더웠던 날씨는 이제 폭풍우로 변했다.

윤채원은 별장 앞에 서서, 비에 젖으며 차가운 공기를 느꼈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 뒤, 고개를 돌리지 않고 비 속으로 걸어갔다.

‘끼이익! 촤아악…’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며, 물웅덩이가 차 바퀴에 눌려 그녀에게 튀었다.

차에서 내려온 남자가 경건하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사모님."

그는 기서준, 배진욱의 비서 중 한 명이었다.

윤채원은 마치 그를 보지 못한 채 공허하게 기서준 옆을 지나쳐 갔다.

기서준은 그녀를 가로막았다.

"대표님께서 병원으로 모시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말을 마친 기서준은 그녀의 짐을 손에 들고, 예의 바르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검소한 검은색 마이바흐, 배진욱의 개인 차였다. 그녀는 그 가치를 알고 있었다. 몇 억 원에 달하는 값비싼 차였다.

수많은 여성들이 그 차에 타고 싶어 했지만, 이 순간 윤채원은 그 차가 장례식으로 가는 차처럼 느껴졌다.

차에 타게 되면, 그녀는 곧바로 지옥으로 끌려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저는 안 가요."

"병원에서 갑자기 사고가 발생하여 수술이 앞당겨졌습니다. 사장님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모님을 모시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사모님, 제발 저를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기서준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그 속에는 은근한 위협이 섞여 있었다.

윤채원의 입가에 슬픔이 스치듯 번졌다.

이 상황을 보니, 가야 해도 가고,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는 아홉 달 된 배를 붙잡고, 어떻게 한 남자와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

차는 병원 방향으로 달렸다.

창밖으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걸 보며,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으나 슬픔을 감추기 어려웠다. "내가 가지 않으면, 그 여자가 죽게 되는 건가요?"

"네."

"그럼 그냥 죽게 놔두세요."

결국 배진욱은 그 여자를 선택했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하지만 배진욱... 그녀가 아홉 달 된 임신을 한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배 속의 아이는 매일 움직이고, 이제 곧 태어날 준비가 되어있었다!

차 안은 더 이상 아무도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윤채원은 깊은 숨을 들이쉬며, 폭풍우에 씻겨가는 대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점점 더 침착해지며 말했다. "그녀는... 누구인가요?"

"... 박소연 씨입니다."

그 말을 들은 윤채원의 몸 속의 피가 모두 얼어붙은 듯했다!

박소연...!? 어떻게 박소연이 될 수 있지? 그녀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눈 속의 모든 무감각과 공허함이 깨지며, 절망과 서글픔이 그녀를 감쌌다.

폭우가 자동차의 앞유리를 때리며, 전방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윤채원은 눈을 뜨고, 눈 속에 가득 찬 분노를 담아 손을 뻗어 방향을 잡았다.

그녀의 의식은, 순간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기서준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무엇 하시는 거예요? 손을 떼세요!"

그 순간, 윤채원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녀의 세계는 어두운 공백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남은 것은 모두 깨지고 부서져서 아무것도 없었다!

손이 본능적으로 힘을 주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차의 앞부분이 대교의 난간을 들이받았다. 차는 완전히 제어를 잃고 바로 강물로 떨어졌고, '쾅!' 거대한 물결이 일었다.

차가 가라앉으며, 차가운 강물이 감각을 자극하며 폐로 들어갔다. 윤채원은 두 손을 펼쳐 차가운 세상에 몸을 맡기며 침묵했다.

그녀의 배가, 갑자기 너무 아팠다.

아이도, 어머니와 함께 버림받은 걸 알고 있었을까? 이제 곧 죽게 되는 걸까?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대교는 이미 막혀 있었다.

경찰 사이렌과 배진욱의 차가 폭풍 속에서 달려왔지만, 그것도 긴 줄을 이룬 차들에 의해 다리 끝에서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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