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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곧, 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잘 맞는 검은 수트를 입은 그는 가까이 다가올수록 접하기 힘든 냉기가 흘렀다.

단번에 알아봤다. 이 남자가 바로 송남우였다.

그는 나를 보지 않고 곧장 강연서 곁으로 걸어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괜찮아? 장 부장가 그러는데, 누군가랑 충돌이 있었다고. 마침 가까운 곳에서 회의 중이라 헬기 타고 바로 왔어."

강연서는 그를 보자마자 오만함이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심지어 억울한 표정까지 보였다.

"별일 아니에요, 대표님. 그냥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랑 부딪쳤을 뿐이에요."

그녀는 잠시 머뭇더니 의미심장하게 나를 쳐다봤다.

"아, 맞다. 이 여자가 자신이 대표님 약혼녀래요."

"약혼녀?"

송남우의 눈에 잠깐 당혹한 빛이 스쳤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 시선은 차갑고 계산적이었다. 마치 스캐너로 나를 훑어보는 듯했다.

잠시 후, 드러난 건 노골적인 혐오였다.

"너, 박서현이냐?"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봤으니 됐어. 집에 가서 어른들께 우리 안 맞는다고 전해. 약혼은 취소다."

강연서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대표님, 정말 약혼녀예요?"

"응."

그는 마지못해 대답하듯 짧게 끄덕였다. 그리고 곧 귀 가까이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태어나기 전에 어른들끼리 정한 약혼이라 효력이 없어."

"내 아내가 될 사람은 반드시 완벽한 사람이어야 해. 저런 몰골로는 내 옆에 설 자격이 없어."

송남우는 내 쪽을 흘끗 보며 일부러 들으라는 듯 덧붙였다.

"매일 땀 냄새나 풍기는 여자가 약속 하나 믿고 우리 송씨 가문에 시집오려고 한다고? 꿈 깨!"

나는 그의 오만한 태도에 웃음이 났다. 이런 주인에 이런 비서라니, 참 잘 어울렸다.

나는 잠시 그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완벽한 약혼자를 고집하는 인간이 내 정체를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송 대표님, 집안 어른들이 저 만나기 전에 저희 집안 상황을 말씀 안 해주셨나요?"

송남우의 눈빛은 더 싸늘해졌다.

"그딴 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송씨보다 위인 집안은 없어."

"경고하는데, 이제 그만 찝쩍대. 알아서 돌아가 약혼 취소라고 전해."

나는 속으로 송씨 가문와 우리 집 규모를 비교하며 피식 웃었다.

'누가 돈이 많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텐데.'

강연서는 내가 웃자 내가 송남우에게 반했다 착각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

"들었지? 대표님께서 말씀하시잖아. 어서 꺼져."

그녀는 다시 장 부장를 명령했다.

"장 부장, 이 여자의 전용 통로 권한 취소야. 다시는 이용 못 하게 해."

장 부장는 바로 허리를 굽혔다.

"예,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강연서는 상대방이 자기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에 매우 흡족해하며, 방금 맞았던 기억을 완전히 잊은 채 다시 의기양양해졌다.

"봤지? 이게 송씨의 힘이야."

"하지만 말이지... 당신의 궁상에 내가 한 번 봐주기로 했어."

"치료비만 내면 봐주지 뭐. 아니면 아주 혼 좀 나야죠."

그녀의 우쭐한 얼굴이 오히려 우습게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휴대폰을 꺼내 그들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는 여유로웠다.

"네, 대장님? 여기에 좀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지금 어떤 개인 비서가 제 전용 통로를 취소하겠답니다. 어떻게 처리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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