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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전용패스를 건드린 대가

11.0K · 완결
은이별이
10
챕터
3.0K
조회수
9.0
평점

개요

특수부대에 있던 내게 집에서 연락이 왔다. 한 번 집에 들르라며, 고모가 맞선을 하나 봐놨다는 거였다. 상대 조건은 흠잡을 데 없었다. 잘생긴 데다, 남부 최연소 상장 회사 대표라 했다. 출발 전, 대장은 직접 항공 관제국에 연락해 내 신상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전면 암호화를 요청했다. 약속한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전용 통로에서 탑승 수속을 밟던 중 누군가가 내 팔을 거세게 잡아챘다. 그리고 내 얼굴로 돈다발이 날아왔다. "전용 통로 이용권, 내가 돈 주고 살 거거든? 이 돈 챙기고 뒤로 가서 줄 서."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물었다. "당신은 군인도 아니고, 긴급 상황도 아닌데 왜 내 전용 통로를 써야 하죠?" 내 반발에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왜냐니? 난 송 대표님의 비서니까." "전용 통로는커녕 활주로라도, 송씨그룹이 원하면 내줘야 하는 거 몰라?"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모가 준 전화번호를 눌러 미팅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신 비서 말에 따르면, 송씨의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는데 이게 사실입니까?"

현대물로맨스물사랑도시걸크러시여주중심사이다

제1화

특수부대에 있던 내게 집에서 연락이 왔다.

한 번 집에 들르라며, 고모가 맞선을 하나 봐놨다는 거였다.

상대 조건은 흠잡을 데 없었다. 잘생긴 데다, 남부 최연소 상장 회사 대표라 했다.

출발 전, 대장은 직접 항공 관제국에 연락해 내 신상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전면 암호화를 요청했다.

약속한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전용 통로에서 탑승 수속을 밟던 중 누군가가 내 팔을 거세게 잡아챘다.

그리고 내 얼굴로 돈다발이 날아왔다.

"전용 통로 이용권, 내가 돈 주고 살 거거든? 이 돈 챙기고 뒤로 가서 줄 서."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물었다.

"당신은 군인도 아니고, 긴급 상황도 아닌데 왜 내 전용 통로를 써야 하죠?"

내 반발에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왜냐니? 난 송 대표님의 비서니까."

"전용 통로는커녕 활주로라도, 송씨그룹이 원하면 내줘야 하는 거 몰라?"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모가 준 전화번호를 눌러 미팅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신 비서 말에 따르면, 송씨의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는데 이게 사실입니까?"

......

그런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현재 부재중입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허, 통화하는 척까지?"

그녀는 내 휴대폰을 확 낚아채더니 화면을 보고 비웃었다.

"하, 뭐 대단한 줄 알았더니. 음성 메시지 갖고 허세 부리냐?"

"대표님 개인 번호 하나 못 건지면서, 감히 나한테 시비야?"

그녀는 휴대폰을 내 품에 던지고, 곧장 승무원에게 탑승권을 내밀었다.

"어서 처리해. 대표님이 기다리신다. 너희 지상팀 내일 전부 짐 쌀 거야?"

승무원은 손이 덜덜 떨렸다.

나를 보다, 다시 그녀를 보고는 거의 울먹였다.

"강 비서님, 이 분은 전용 통로 이용자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저희가 곤란해요......"

"곤란해?"

그녀는 탁자 위를 세게 내리쳤다.

"우리 송씨그룹이 매년 공항에 투자하는 게 얼만지 알아? 이깟 일도 못 해?"

"지금 바로 부장 부르기 전에 알아서 해!"

직원들을 괴롭히는 무례한 태도에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나는 그녀가 승무원 얼굴 앞까지 손가락을 들이밀자 그 손목을 꽉 눌러 잡았다.

"이봐요. 이 통로는 아무나 이용 못 하는 거 아시죠? 내 자리를 뺏으려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네요."

"어머나 세상에, 미쳤나?"

그녀는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군복 한 번 입었다고 뭐 대단한 사람이 된 줄 아는 거야? 싸구려 도시락 처먹다 머리까지 돌았나 봐."

"그리고, 누가 당신 친구래? 난 송 대표님의 전담 비서야. 네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

나는 거의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이리 소란을 피우길래 난 또 얼마나 대단한 고위직인 줄 알았는데, 고작 개인 비서였다니.

하지만 주변에는 이미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비서에 대한 수군거림이 내 귀에 들어왔다.

"저 여자 미쳤나 봐? 강연서, 송남우 대표가 제일 아끼는 사람인데......"

"저번 달에 보안 요원이 비서 캐리어 검사했다가 다음 날 바로 화장실 청소 담당으로 내려갔대!"

보아하니, 권세를 등에 업고 날뛰는 게 하루이틀이 아닌 모양이었다.

부대에 있을 땐 대대장도 나한테 먼저 인사했다.

그런데 지금은 남의 코빵에 의존하는 비서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위세를 부리려 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 곧바로 반박했다.

"송씨가 그리 대단하다면, 어찌하여 기르는 개가 기본 매너조차 없는 거죠?"

내 말에 강연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너 지금 누구한테 개라고 했어?! 네가 감히!"

그녀는 샤넬 가방을 휘두르며 내 머리를 내리치려 했다. 나는 몸을 옆으로 피하며 반대편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비틀었다. 뼈가 어긋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비명과 함께 터져 나왔고, 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했던 강 비서는 아파서 펄쩍 뛰었다.

"이 손 놔! 아아아, 살살해!"

"이제 아픈 건 알겠어?" 나는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아까는 꽤 잘 짖던데?"

그녀는 여전히 아파서 이를 악물고 있었지만, 나는 사실 힘을 완전히 뺀 상태였다.

진심으로 공격했다면, 비명 지를 틈도 없었을 테니까.

사람들이 더 몰려들자, 몇몇 공항 직원이 다급히 뛰어왔다.

그 틈을 타 강연서는 손목을 감싸 물러섰다.

"그래, 계속 잘난 척해봐. 대표님께 다 고할 거야. 두고 봐!"

나는 팔짱을 끼고 비웃었다.

"그래, 나도 한 번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