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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나윤아가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이미 아침 햇살로 가득 찼다.

어젯밤, 이한나와 함께 프랑스 요리를 즐기고, 바에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추다 새벽까지 놀았던 여파가 온몸에 남아 있었다.

숙취는 머리를 짓누르고, 온몸은 차에 치인 듯한 통증으로 가득했다.

"우유 좀 마셔."

이한나가 방으로 들어오며 잔을 건넸다. 그녀의 손에는 우유가 들려 있었지만, 표정은 어딘가 심각해 보였다.

"무슨 일이야?"

나윤아가 우유를 받으며 물었다.

"인터넷이 벌써 난리가 났어."

이한나는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 무슨 일인데? 내 핸드폰 어디 있어?"

나윤아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이한나가 건네준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인터넷을 열자마자, 화면에 뜬 화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제 김민덕 회장의 생일 파티에서 나윤아가 송연희를 연못에 밀어 넣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었다.

댓글들은 대부분 그녀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잔인하다', '교양이 없다'는 표현이 쏟아졌고, 심지어는 그녀의 출신까지 언급하며 "재벌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댓글도 있었다.

더 황당한 건 일부 네티즌들이 "부유한 집안에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글이었다.

재벌가의 스캔들은 대중의 큰 관심사였고, 송연희는 그런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인물이었기에 김 씨 가문은 이미 ‘한국의 카다시안 가족’으로 불리고 있었다.

"윤아야, 이런 댓글들 때문에 너무 신경 쓰지 마."

이한나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위로했다.

"신경 쓴다고?"

나윤아는 가방에서 한 파일을 꺼내 이한나에게 건넸다.

"이게 뭔지 한번 봐."

이한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파일을 열었다. 안에는 커다란 글씨로 쓰인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혼 합의서’

이한나는 놀란 얼굴로 나윤아를 쳐다보더니, 서둘러 문서를 훑어보았다.

"윤아야, 그런데 왜 위자료를 포기한 거야? 이 돈은 김준혁이 마땅히 내야 하는 거잖아!"

"나 그딴 거 필요 없어."

나윤아는 태연하게 대답하며 우유를 단숨에 마셨다. 그녀는 이한나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차 키 줘. 김준혁 사무실로 갈 거야."

화장품 가방을 집어 들고 화장실로 향하며 덧붙였다.

이한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나윤아의 굳은 결의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3년이라는 시간이 나윤아의 모든 인내심을 다 소진시켰다.

한 시간 후, 나윤아는 이혼 합의서를 들고 김준혁의 서울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앉아 있던 김준혁은 이미 비서로부터 나윤아의 도착 소식을 들은 상태였다.

"들어오게 해."

김준혁이 비서에게 차갑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비서는 머리를 숙이며 사무실을 나갔다.

나윤아는 하이힐을 신고 사무실 문 앞까지 걸어갔다. 문을 두드렸지만, 기다리지 않고 바로 문을 열어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 서류를 무심코 던지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일 아침 9시, 이혼 절차를 진행할 거야. 정시에 와."

말을 마친 나윤아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섰다. 머뭇거림이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발걸음이었다.

김준혁은 자리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

그는 손을 뻗어 테이블 위의 이혼 서류를 집어 들었다. 나윤아는 이미 모든 곳에 사인을 해둔 상태였다.

서류 내용은 명확했다. 위자료를 포함해 김준혁의 모든 재산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준혁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이건가?"

그녀는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을 얻었을까.

자신을 욕심 없는 사람으로 보이려는 가식일까? 아니면 정말 그런 걸까?

김준혁은 내일 나윤아가 정말로 이혼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속임수를 부리는 것인지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 가문 사무실을 떠난 나윤아는 기분이 이상하게 평온했다.

이혼을 결심한 오늘, 그녀는 자신이 슬플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실망이 너무 많이 쌓이면, 결국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는 법이었다.

나윤아가 차 옆으로 걸어가 창문을 두드리자, 이한나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나윤아를 보자마자 급히 차 문을 열었다.

나윤아는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안전벨트를 매고 나서 고개를 들자, 이한나가 휴대폰을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야?" 나윤아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병서 아저씨."

나윤아는 순간 멍하니 있었다. 몇 초가 지나서야 그녀는 휴대폰을 받아들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빠."

"3년이 지났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딸이 이제 집에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윤아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3년 전, 그녀는 김준혁과 결혼하겠다고 결심했었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모두 말렸지만, 고집스러운 나윤아는 진심이면 반드시 진심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은 그 믿음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

김준혁이 그녀와 결혼한 이유는 사랑이나 존경 때문이 아니라, 송연희와 결혼할 수 없어서 그녀를 두 번째 선택으로 택했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억눌렀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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