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윤아야, 빨리 일어나렴."
김준혁이 자리를 떠난 후, 그의 어머니인 이수영이 급히 다가와 나윤아를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어머니, 잠시만요."
김준혁이 손을 내밀어 이수영을 제지하더니, 고개를 숙여 나윤아를 향해 차갑게 물었다.
"방금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들었지? 이제야 네가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겠어?"
"김준혁, 난 이미 충분히 말했어. 송연희를 밀어 넘긴 건 내가 아니야. 그러니 잘못한 것도 없어."
나윤아는 몸이 추위에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
"좋아."
김준혁은 비웃으며 집사를 불렀다. "이 여자를 연못으로 데려가. 거기서 뭐가 잘못됐는지 스스로 충분히 생각하게 해."
이수영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윤아는 네 아내야. 어떻게 그런 무례한 짓을 할 수 있니?"
"전 저런 잔인한 아내를 둔 적 없어요."
김준혁의 차가운 대답이 방 안을 가로질렀다.
그 순간, 나윤아의 마음속에 깊은 통증이 밀려들었다. 그녀는 원래 증거를 꺼내 김준혁에게 자신이 억울하다는 걸 알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말 이후,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방을 떠났다.
멀어져 가는 그의 발소리를 들으며, 나윤아는 마음속에 남아있던 김준혁에 대한 감정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집사는 이수영을 잠시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나윤아에게 몸을 숙여 조심스레 말했다.
"윤아 씨, 저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나윤아는 그의 말을 차분하게 끊었다.
"김준혁에게 가서 말하세요. 저는 어디도 가지 않을 겁니다. 방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을 거예요."
그녀는 단호히 일어서더니, 바지에 붙어 있던 깨진 커피 잔 조각을 털어냈다. 집사와 이수영의 놀란 시선을 뒤로하고, 나윤아는 차분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방에 들어선 나윤아는 천천히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자신의 물건들을 하나씩 트렁크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든 일을 마친 후,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빗으며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때, 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
문을 밀치고 들어온 김준혁은 말없이 다가오더니, 나윤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뭐 하는 거야?"
나윤아가 묻기도 전에, 그는 그녀를 세게 끌어당겼고, 그녀는 의자에서 넘어질 뻔하며 중심을 겨우 잡았다.
"김준혁, 너 미쳤어?!"
나윤아가 분노에 차 소리쳤다.
"미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야. 네가 연희한테 상처를 주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잖아!"
김준혁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쏘아붙이듯 말했다.
"나윤아, 네가 연희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지 않으면, 당장 이 집에서 나가!"
"그만해!"
나윤아는 그의 손아귀가 손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아파 몸부림치며 외쳤다.
"나는 송연희를 물에 밀어 넣지 않았어! 그녀가 스스로 뛰어든 거야!"
그 말에 김준혁은 잠시 멈칫했다. 놀란 표정을 짓는 것도 잠깐, 그 틈을 이용해 나윤아는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비틀거리며 일어선 나윤아는 한때 사랑했던 김준혁을 차분히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나를 믿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 그래서... 우리 이혼하자, 김준혁."
김준혁은 분노로 그녀를 압박하면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과는커녕 차갑게 이혼을 요구했다.
나윤아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걸음걸이는 느렸지만 그녀의 자세는 흔들림 없었다.
연못에 빠져 온몸이 젖은 상태에서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한 탓에 온몸이 쑤셨지만, 그녀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문 앞에 도착한 나윤아는 트렁크를 끌며 핸드폰을 꺼내 친한 친구 이한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한나는 빠르게 차를 몰고 나타났다.
차에서 내려 그녀를 본 이한나는 다급히 달려와 물었다.
"윤아야, 왜 혼자 여기 서 있어? 설마 김준혁 그 놈이 널 쫓아낸 거야?"
"아니야, 내가 스스로 떠난 거야."
나윤아는 조용히 대답했다.
"한나야, 나... 김준혁과 이혼할 거야."
"정말이야?"
이한나는 나윤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말이 진심인지 확인하려 했다. 친구로서, 이한나는 나윤아가 김준혁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나윤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한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가 드디어 깨달았구나. 김준혁 같은 사람은 너한테 어림도 없어. 가자, 이제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술집에 가서 시원하게 한잔하면서 털어버리자. 그런 나쁜 새끼는 당장 잊어버리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