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나윤아는 부모님을 떠나 제주도에서 서울로 김준혁과 결혼하려고 혼자 갔다. 그러나 위험에 처했을 때, 김준혁은 아내인 자신에 대신 다른 여자를 구해줬다. 그때서야 나윤아는 깨달았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됐다. 나윤아가 다시 나타났을 때, 김준혁이 생각했던 시골 여자가 아니라 재벌가 CEO가 됐다.
제1장
"연희 씨, 밤중에 준혁 씨에게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말아주세요. 준혁 씨는 이제 제 남편이에요."
나윤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송연희는 김준혁의 첫사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김준혁의 형과 결혼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끊임없이 김준혁에게 연락하며 그를 흔들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나윤아를 괴롭게 했고, 결국 그녀는 직접 송연희와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준혁 씨는 법적으로만 당신의 남편일 뿐이야. 그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
송연희는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비꼬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 곧 준혁 씨가 당신을 떠나게 만들 방법을 보여줄 테니까."
그날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 김씨 그룹 회장 김민덕의 70번째 생일이었다. 별장은 화려한 연회로 북적였고, 모든 이들이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 활기찬 공기는 갑작스러운 하인의 외침으로 인해 찢겨나갔다.
"빨리 사람 좀 불러주세요! 윤아 씨와 연희 씨가 연못에 빠졌어요!"
하인의 다급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놀라 연못 쪽으로 몰려갔다.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김준혁은 이미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아내 나윤아를 외면한 채, 송연희를 끌어안고 연못 밖으로 나왔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로.
남은 사람들은 그의 뒤를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고, 연못가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윤아는 간신히 연못에서 기어올랐다. 그녀는 젖은 몸으로 떨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누구 하나 그녀를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김씨 가문에서 무시당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그 무관심이 유난히 깊고 차갑게 느껴졌다.
방으로 돌아온 나윤아는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목욕을 하고 젖은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김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를 붙잡았다.
"이런 악랄한 여자 같으니라고! 연희를 연못에 밀어 넣다니! 연희가 임신 중인 걸 몰랐어?"
김준혁은 온몸이 젖은 채 나윤아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송연희는 어떻게 됐어? 내 말 좀 들어봐. 나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
나윤아는 간절히 항변했지만, 김준혁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연희의 아이는 이미 없어졌어. 연희가 의식을 잃기 전에, 네가 밀었다고 직접 말했어. 연희가 연못에 빠진 건 네 잘못이라고. 그리고 난 연희가 거짓말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했고, 단호함이 그 말 하나하나에 실려 있었다.
"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어! 왜 나를 믿지 않는 거야?"
나윤아의 눈가가 붉어졌고, 그녀는 김준혁을 간절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차가운 시선은 그녀의 절망을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닥쳐! 네 변명은 할아버지 앞에서나 하라고!"
김준혁은 그녀의 말을 거칠게 끊고 팔을 잡아끌었다.
김민덕 회장이 가장 사랑하는 손자이자, 김씨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계승자로서 김준혁은 항상 공정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아내인 나윤아를 대할 때만큼은 그 어떤 연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나윤아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
"그럼 따라와."
김준혁은 그녀를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고 응접실로 빠르게 걸어갔다.
나윤아는 그의 똑바로 선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슬픔이 밀려들었다.
한때 그녀는 그를 깊이 사랑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녀를 철저히 증오하고 있었다.
응접실에 도착했을 때, 생일 파티는 이미 중단된 상태였다. 장손의 아이를 잃은 사건은 김민덕 회장을 극도로 분노하게 만들었다.
나윤아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김민덕은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그녀를 향해 힘껏 던졌다.
"무릎 꿇어!"
그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나윤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제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하죠?"
김민덕은 분노로 떨리는 손으로 김준혁을 쏘아보며 말했다.
"김준혁, 내가 네 아내에게 직접 설명해야 하냐?"
나윤아가 반박하려는 순간, 김준혁이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잡았다.
"오늘 할아버지를 진정시키지 못하면, 우리는 이혼하자."
그는 그녀의 무릎을 발로 차 억지로 바닥에 무릎을 꿇게 했다.
"나는 당신의 아내야. 어떻게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있어?"
나윤아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속에는 억눌린 분노와 슬픔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이미 김준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 3년 만에 이렇게 냉혹한 대우를 받는 것은 견디기 어려웠다.
무릎을 꿇고 느끼는 고통은 그녀의 마음속 깊은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윤아, 네가 연희에게 사과하고 벌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집에 머무는 걸 허락할 수도 있어."
김민덕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송연희를 밀지 않았어요. 사과할 이유가 없어요."
나윤아는 굳은 목소리로 단호히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민덕은 손에 들고 있던 두 번째 커피잔을 그대로 그녀를 향해 던졌다.
잔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파편이 그녀의 몸을 스쳤다.
하지만 나윤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움직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김준혁, 네 아내를 잘 단속하거라. 연희는 여전히 병원에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민덕은 마지막 말을 차갑게 남긴 뒤 방을 떠났다.
남겨진 방 안, 나윤아는 차가운 공기와 침묵 속에서 홀로 서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비참함과 깊은 고통이 가득 차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