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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 말이 끝나자 도민지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세령 언니, 그게 무슨 뜻이야... 나를 내쫓겠다는 거야?"

도민지는 구원이라도 바라듯 한재준을 올려다봤다.

"재준 오빠, 어떡해! 오빠가 나한테 약속했잖아..."

한재준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나를 바라봤고, 목소리에는 위압감과 피로가 함께 묻어났다.

"세령, 꼭 일을 여기까지 키워야겠어?"

내가 설명을 꺼내기도 전에, 예전 동료들의 비난이 먼저 입을 막았다.

"세령! 너 이건 너무하잖아!"

"민지를 내쫓으면 걔가 어디서 살아. 여자애가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한데!"

"밖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할 거야. 너 진짜 그럴 수 있어?"

김수아도 차마 못 보겠다는 표정으로 도민지 편에 섰다.

"그만하자. 세령... 민지 저렇게 울잖아. 게다가 걔는 너무 불쌍하잖아..."

김수아를 보는 순간,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

예전에 김수아가 경쟁사에게 함정에 빠져 곤경에 처했을 때, 내가 위험을 감수하고 인맥까지 동원해 끌어내 줬고 그때 김수아는 눈물까지 흘리며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김수아는, 내 약혼자와 키스한 여자애 하나를 위해 내 앞에서 나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나는 김수아를 향해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수아야. 우리가 아무리 친해도 이건 우리 집안 일이야. 게다가 나도 이사할 거고 이 집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재준이 끊어냈다.

"됐어. 세령. 수아는 그냥 민지 편에서 공평한 말 한마디 해 주려는 거야."

한재준은 한 손으로는 도민지를 다독이면서, 다른 시선으로는 나를 노려봤다.

"결국 너는 아직도 나랑 민지 일 때문에 앙심 품은 거잖아. 그런데 걔는 충분히 불쌍해, 무슨 일이든 나한테 말해, 민지한테 화풀이할 필요는 없잖아."

끝도 없이 쏟아지는 비난을 듣다 보니, 갑자기 모든 게 지겨워졌다.

나는 설명하려고 삼켰던 말들을 그대로 다시 삼킨 채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도민지가 갑자기 달려들어 내 팔을 붙잡았고, 눈물에 젖은 얼굴로 매달렸다.

"세령 언니, 나한테 화내지 마... 나 앞으로 재준 오빠한테 말 한마디도 안 걸게, 진짜로..."

도민지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손톱이 피부에 파고들 정도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손을 뿌리쳤다.

힘을 준 것도 아니었는데, 도민지는 그대로 크게 휘청이더니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

나는 급히 손을 뻗어 일으키려 했지만, 한재준이 내게서 도민지를 떼어내듯 나를 거칠게 밀쳤다.

"너, 손대지 마."

한재준이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이었고, 그 순간 심장이 그대로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도민지는 울먹이며 발을 움켜쥐었다.

"재준 오빠... 발이 너무 아파, 삔 것 같아..."

한재준은 도민지를 단단히 끌어안고 번쩍 안아 올렸는데, 마치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도 지키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깊은 실망을 드러냈다.

"너는 안정적인 삶이 고아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속 좁게 민지를 다치게 하니?"

그는 도민지를 안은 채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 앞에서 멈춰 섰지만, 그는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고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세령, 너 진짜... 가문의 수치야."

심장이 얼음 송곳에 찔린 것 같았고, 한기가 순식간에 사지로 번졌다.

나는 등을 곧게 세운 채,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대부분이 한재준을 따라 나가 버렸다.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나간 건 어린 직원 하나였는데, 도민지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던 사람이었다.

그는 내 옆을 지나가며 일부러 크게 내뱉었다.

"누가 봐도 민지가 자기보다 인기 많은 게 꼴 보기 싫은 거지, 나이 처먹고도 여자들끼리 경쟁질 하는 거, 진짜 역겨워."

나는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지만, 마지막 남은 체면만은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날 한재준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나는 가문 이사회 자리에서 담당 이사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사님, 지금 프로젝트팀에서는 빠지고 신월 협력 프로젝트로 옮기고 싶습니다."

이사는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곧 회장과 결혼하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그런 신청을 하지?"

나는 씁쓸하게 웃었고, 목 안쪽이 까슬하게 잠긴 채로 겨우 말을 이어 갔다.

"결혼 안 합니다. 저랑 재준은... 더는 가능성이 없어요."

"세령, 지금 뭐라고 했어?"

그제야 나는 전화가 언제 연결됐는지 알아차렸다.

이사는 손짓으로 먼저 전화를 받으라고 했고, 나는 태연한 척 목소리를 눌렀다.

"아무것도 아니야. TV 소리였어."

한재준은 한참 동안 침묵했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늠하는 듯했다.

결국 그는 믿기로 한 듯 더 묻지 않았고, 대신 다른 얘기를 꺼냈다.

"네 맞춤 다이아 팔찌, 우리 집에 두고 갔어. 언제 가지러 올 거야?"

7년 전, 우리가 막 사업을 시작했을 때 한재준이 경쟁자의 악의적인 공격을 대신 맞아 줬고, 그때 혼란 속에서 팔찌가 떨어졌는데 그는 직접 찾아서 내 손목에 다시 채워 줬다.

그때 한재준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내 보호는, 너한테만."

그 뒤로 7년 동안 나는 그 팔찌를 보물처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냥 너희 집에 둬, 나중에 생각할게."

통화를 끊자마자 나는 흑석그룹을 떠나는 절차를 단호하게 밟았고, 신월회와 협력하는 해외 파견도 신청했다.

이사는 내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굳이 붙잡지도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깊게 잠들었다.

눈을 떴을 때, 한재준이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깼어? 네가 걱정돼서 왔고... 그리고 이거, 가져다주려고."

한재준은 탁자 위에 놓인 다이아 팔찌를 가리켰다.

나는 한 번 쳐다보기만 하고, 손을 뻗지 않았다.

"수고했어. 굳이 이렇게 늦게까지 가져올 필요는 없었는데."

한재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 팔찌는 의미가 달라."

그는 팔찌를 보며 지난 시간을 더듬는 듯했고, 말이 길어졌다.

"이걸 보면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들이 떠올라, 수많은 일들을 다 버텨 왔잖아. 그런데 지금은 작은 일 하나로 싸우고 냉전하는 거, 진짜 아깝고... 그럴 가치가 없어."

나도 과거가 떠올랐다.

내가 아팠을 때 그는 폭우를 뚫고 한밤중에 약국을 찾아갔다가 사고가 날 뻔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이사회 징계를 감수하면서도 해외 일정 중에 밤새 달려와 내 곁에서 상을 지켜 줬으며, 내가 그룹 '우수 공헌상'을 받던 날에는 전 직원 앞에서 내가 그의 자랑이라고 선언해 줬다.

그때는 참 좋았다.

나는 몸을 아주 조금 움직였고, 멍과 상처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하지만 한재준은 그걸 못 본 척한 채, 다른 말부터 꺼냈다.

"민지가 회사 안에 도는 소문 때문에 정신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당분간 부서 일을 맡기 어려워."

"네가 이사회에 가서 설명 좀 해 줘, 그날 일은 오해였다고, 민지가 다시 일할 수 있게 해 주면 안 될까?"

나는 놀랍도록 차분하게 물었다.

"한재준, 내가 무슨 자격으로 설명해?"

"네 약혼자야? 그런데 나 너랑 결혼하고 싶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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