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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모든 예기치 않은 만남은 그녀가 오래 전부터 계획한 것이었다

심민아가 혼자 걸어오는 것을 보자, 방금까지 망설이던 기자들이 모두 달려들어 마이크를 들고 각종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다.

심민아의 마른 몸은 인파 속에 끼어 계속해서 밀리고, 떠밀리고, 당겨졌다. 병과 열로 인해 머리가 이미 멍한 상태에서 이 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질문들을 마주하자, 그녀는 마치 산 채로 뜯겨나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혼란 속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카메라가 심민아의 이마에 부딪혔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살을 스쳐 작은 상처가 났다.

붉은 피가 이마에서 눈으로 흘러들어 시야가 온통 붉었다. 너무 따가워서 심민아는 눈을 감아야 했고, 자극에 적응한 뒤에야 눈을 뜰 수 있었다.

앞의 기자들은 그녀가 다친 것을 보지 못한 것처럼 계속해서 다가왔다.

그중 한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했다.

"심민아 씨, 이 대표님이 4년 전에 약혼녀가 있었다고 하는데, 당신이 끼어들어 그들을 갈라놓았다고 하더군요. 이게 사실인가요?"

기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이 술렁거렸다. 심민아와 이재훈은 결혼 4년 동안 한 번도 함께 찍힌 적이 없었고, 모든 사람들은 둘이 정략결혼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다고 추측했는데, 이런 큰 폭로가 있을 줄은 몰랐다.

심민아가 불륜녀라니? 불륜녀는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심민아는 손을 뻗어 이마의 피를 닦았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로 그 카메라들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었지만, 입꼬리가 올라간 웃음이 눈빛으로 이어지자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고, 약간 일그러져 보였다.

심민아의 모든 작은 움직임은 기자들 앞에서 무한히 확대되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인정하는 것이고, 웃으면 조롱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며, 전형적인 뻔뻔한 행동이었다.

그들이 계속 추궁하려 할 때, 심민아는 갑자기 빈 공간에 서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여전히 등을 꼿꼿이 펴고 있었고, 마치 아무것도 그녀를 무너뜨릴 수 없는 것 같았다.

기자들은 잠시 멈칫했다가 곧 흥분했다. 심씨의 큰 딸 심민아가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와 동시에 각종 자극적인 제목들이 각 플랫폼과 인터넷에 쏟아져 나왔다.

#심민아 무릎 꿇고 남편 만류하려 시도, 본처에게 사과#

#심민아 살인범 아버지 대신 참회하며 무릎 꿇어#

#심씨 큰 딸이 불륜녀? 길거리에서 무릎 꿇고 용서 구해#

카메라들이 모두 그녀를 향했고, 그녀가 무릎 꿇은 모습을 찍었다.

"심민아 씨, 지금 심씨가 파산 위기에 처했는데, 이 대표님이 당신과 이혼하시나요?" 기자가 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심민아의 얼굴에 집중되어 그녀의 미세한 표정을 포착하려 했지만, 오랫동안 초점을 맞춰도 심민아는 계속 무표정했다.

주변은 시끄러웠지만 심민아의 눈빛은 공허했다. 고독감이 사방에서 밀려와 마치 그녀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머리 위의 먹구름은 점점 더 두꺼워져서 언제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몇 번의 먹먹한 천둥소리 후에 바람이 일었고, 콩알만 한 빗방울이 심민아의 코끝에 떨어졌다.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카메라맨들은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즉시 장비를 거두었고, 기자들도 차례로 떠나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오직 심민아만이 그 자리에 그대로 무릎 꿇고 있었다.

큰 비가 그녀의 얼굴을 적셨고, 옷은 물에 젖어 몸에 달라붙었다. 매우 추웠다. 마치 피부를 뚫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고, 영혼마저 떨리는 것 같았다.

이재훈은 그녀 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녀가 비 속에서 인형처럼 무릎 꿇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조지훈이 경호원들을 데리고 왔을 때는 이미 사람들이 거의 다 흩어진 뒤였다.

경호원들은 원을 만들어 심민아를 둘러싸고 구경꾼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조지훈은 사정을 모른 채 혀를 차며 이재훈 옆에 서서 물었다.

"심민아 씨가 왜 무릎을 꿇고 계시나요? 얼마나 오래 꿇으시는 거죠?"

"많이는 안 할 거야. 30분이야."

조지훈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 아마도 이재훈이 무릎 꿇게 한 것 같았다. 무엇 때문에 무릎을 꿇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재훈이 30분을 꿇으라고 했으니 정확히 30분이어야 했다. 1초라도 모자라서는 안 됐다. 조지훈은 길 한가운데 있는 여자를 보며 문득 가엾다고 생각했다.

사망자 유가족들이 어디서 심민아가 여기서 무릎 꿇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많은 사람들이 큰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와서 미리 준비해온 쓰레기를 그녀를 향해 던졌다.

녹색 캔이 심민아의 이마 상처를 직접 맞혔고, 누런 액체가 그녀의 피범벅이 된 얼굴을 타고 흘렀다.

공기가 몇 초간 굳어진 후, 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인파 속에서 들려왔다.

"심민아, 네 아버지는 죽어 마땅해! 너도 좋은 년이 아니야! 너희 가족 모두 버러지 같은 놈들이야! 인간쓰레기들!"

"그래, 아버지가 사고를 쳤는데 나흘이나 사라져서 남자랑 연애나 하고."

"심씨 가문에는 좋은 사람이 하나도 없어. 심도현이 죽는 건 지구에서 민폐 덩어리를 없애는 거야. 이렇게 많은 가정을 망쳤으니."

"이봐요, 그냥 막 때려요! 어차피 막을 사람도 없어. 저 뻔뻔한 얼굴을 향해 던져!"

순간 주변 분위기가 들끓었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무엇이든 심민아를 향해 던졌다. 심민아 앞에 서 있던 경호원들도 피해를 입었지만 눈썹만 찌푸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이때의 심민아는 마치 길거리의 쥐처럼 누구나 때리려 드는 대상이 되었고, 그녀의 어깨에 짊어진 존엄성은 조금씩 조금씩 부서져 갔다.

주변은 완전히 혼란스러웠다. 심민아의 마른 몸은 좌우로 흔들렸다. 너무 아팠다. 머리도 아프고, 위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무릎도 아팠다. 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민아의 눈빛은 여전히 공허했고, 연푸른 입술을 꽉 다물고 있었다. 그녀는 코를 훌쩍였고, 찬 공기가 가슴으로 들어갔다. 꼿꼿하게 폈던 등이 점점 제어할 수 없이 구부러져 갔다.

이재훈은 눈썹을 찌푸렸다. 깊은 두 눈은 마치 먹물을 두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칠흑같이 검었고, 아무도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옆의 조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도와드릴까요?"

비가 너무 세게 내려서 방금 전까지 평평했던 땅바닥이 이제는 물웅덩이로 가득했다. 빗방울이 떨어져 물결을 일으켰다. 조지훈은 땅에 무릎 꿇고 있는 심민아를 보며 몸이 저절로 으스스해졌다.

이재훈은 입술을 꽉 다물고 말이 없었다. 시선을 던지자 심민아가 우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물에 대해 그는 늘 무시해왔지만, 오늘은 왜인지 기분이 하늘의 비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이재훈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30분이 되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는 손을 내밀었다.

"우산 줘."

조지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급히 손의 우산을 펴서 건넸다.

이재훈은 우산을 받쳐 들고 천천히 비 속으로 걸어갔다. 큰 비가 우산에 떨어져 똑똑 소리를 냈다. 타고난 기품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심민아 앞에 서서 우산으로 비를 가려주었다. 이때서야 심민아가 약간의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재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치 그를 통해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를 마주보았다. 한 사람은 서 있고, 한 사람은 무릎 꿇고 있었다. 그녀는 흙처럼 천하고, 이재훈은 고고히 서 있었다.

빗물이 눈으로 흘러들어 섞이자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민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쉰 듯이 물었다.

"시간이 됐나요?"

"됐어. 이제 일어나도 돼."

심민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일어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원래도 몸이 약했는데, 나흘 동안 갇혀 있다가 이 큰 비 속에서 30분을 무릎 꿇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 자신도 어떻게 버텨냈는지 알 수 없었다.

무릎에는 한기가 스며들어 마치 바늘 방석 위에 꿇어앉은 것 같았다. 뼈마디 사이로 바늘이 찔렸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한 번 기침했다. 작은 기침 한 번에도 거의 피를 토할 뻔했다.

"이재훈 씨,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지 몇 년이나 됐나요?"

이재훈은 심민아가 추위에 머리가 이상해진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하지만 그는 대답했다.

"6년."

심민아는 고개를 저었고, 뜬금없이 한마디를 했다.

"6년이 아니에요. 16년이에요."

그 해 봄날의 따스한 바람 속에서,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그를 잘 기억하고 사랑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한번 생각한다는 것이 꼬박 16년을 그만을 생각했다.

6년 전의 만남도, 4년 전에 그를 강요해서 결혼한 것도, 모두 그녀가 10년을 계획해서 얻은 것이었다.

다만 그녀는 시작은 계산했지만, 끝맺음은 생각하지 못했다. 6년 전의 그녀는 꿈에서조차 이재훈이 그녀에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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