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좋아한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상처 주고 괴롭히나요
이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고 옷깃을 적셨다. 밖은 완전히 조용해졌고, 그녀는 이재훈이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그녀의 죽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심민아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어지럽게 눈물을 닦고 문을 따라 미끄러져 바닥에 웅크렸다. 이를 손등에 물고 울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
그녀의 청춘, 그녀의 사랑, 그녀의 결혼 모두가 이재훈으로 시작해서 그로 인해 끝났다.
이재훈, 당신을 16년 동안 좋아했어요. 인생에 16년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 어떻게 당신을 향한 제 마음을 이용해서 이렇게 괴롭히나요?
심민아는 괴로운 신음을 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우유만 한 잔 마셨더니 이제 배가 고팠다. 위가 계속 쑤셔서 괴로웠다.
심민아는 남은 힘을 다해 화장실로 뛰어가 변기 앞에 엎드려 구토를 했다. 토해낸 것은 전부 위액이었고 목구멍이 타들어갔다.
토하고 나서도 위는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 심민아는 더는 토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피를 토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입을 꽉 막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
심민아는 방으로 돌아와 서랍을 열어 두 병의 약을 꺼냈다. 앞으로 3일은 이것으로 버텨야 했다. 방에는 생수가 없어서 심민아는 약을 입에 물고 세면대에서 수돗물을 마셔야 했다.
그녀의 식도는 보통 사람보다 좁았다. 마른 알약이 목구멍에 걸려 천천히 진한 쓴맛으로 녹아들었다. 심민아는 자신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구역질을 참으면서도 4알의 약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
약을 삼키자 심민아는 자제할 수 없이 구역질을 했다. 방금 삼킨 약이 다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힘껏 입을 막았고, 입안에는 계속해서 쓴맛이 퍼져나갔다.
심민아는 침대에서 웅크리고 이불을 끌어안은 채 낮부터 밤까지 기다렸다. 원래 무덥던 날씨가 이제는 한겨울처럼 차가워져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심민아의 동공이 불안정하게 떨렸고, 빛이 점점 어두워지자 그녀는 마치 거북이처럼 이불 속으로 숨었다.
밖에서 천둥소리가 들렸고, 번개가 한 줄기 내리쳤다. 밝은 빛이 유리를 통해 순식간에 침실 전체를 비췄다.
평소에는 그녀가 아늑하게 꾸며놓은 침실이 이제는 너무나 무서웠다. 유리창에 빛과 그림자가 교차했고, 또 한 번의 번개가 우레와 함께 떨어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하늘 전체가 찢어질 것 같았다.
"으흑!" 심민아는 비명을 지르며 이불을 끌어안았고, 몸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칠흑같이 어두운 비 오는 밤에는 손 앞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 두려움에 빠지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천장에서 괴물이 나타나 자신을 삼켜버릴 것 같고, 침대 옆에서 손이 나와 자신을 잡아끌 것 같았다. 그녀는 움직일 수도 없어서 그저 더욱 세게 자신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이재훈."
"이재훈."
"이재훈!"
그녀는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에는 떨리는 목소리였다가 마지막에는 목이 쉴 정도로, 마치 이 사람을 마음에서 억지로 도려내려는 것처럼 외쳤다.
텅 빈 방에는 아무도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단지 밖의 먹먹한 천둥소리만 들렸다.
그녀는 마치 버림받은 것 같았다. 아무도 그녀를 원하지 않았고, 기억하지도 않을 것이다.
심민아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것이 생리적인 눈물인지, 심리적인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재훈은 문을 잠그고 반성을 떠났다.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렸고, 그가 꺼내 보니 날씨 예보였다. 저녁에 천둥을 동반한 비가 온다고 했다.
이재훈은 한 번 보고는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그는 하연진이 천둥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기억했다. 심민아는, 그에게 대들 배짱이 있는 마당에 천둥쯤이야 무서워하겠는가?
이재훈은 차를 몰고 하연진의 집으로 향했지만,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심민아 쪽으로 향했다. 온몸의 마음이 불안했고, 마치 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이재훈은 자신이 통제당하는 것이 혐오스러웠다. 그는 핸들을 꽉 잡고,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핸들을 한 번 세게 쳤다.
하연진은 막 병을 앓고 난 후라 얼굴이 약간 초췌했다. 이재훈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녀의 눈에 기쁨이 스쳤다.
원래 창백했던 작은 얼굴이 이재훈이 온 덕분에 생기가 돌았다.
"재훈아, 식사했어?"
"아니."
"그럼 내가 밥 해줄게, 같이 먹자."
이 집은 이재훈이 그녀를 위해 산 것이었고, 냉장고의 식재료도 그가 사람을 시켜 구매한 것이었다. 모두 좋은 재료들이었다.
이재훈은 하연진이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어쩐지 눈앞의 광경이 천천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지며 점점 선명해졌고, 그것은 심민아였다.
그는 심민아가 매우 오랫동안 그를 위해 밥을 해두고 기다렸던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맛보지 않았다.
하연진은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손에는 아직 국자를 들고 있었다. 부엌 밖에 서 있는 이재훈을 보자 그녀는 살짝 웃었다. "재훈아, 거실에 가서 앉아 있어. 너 기름 냄새 싫어하잖아." 그녀는 이재훈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그의 모든 좋고 싫음을 알았다. 이 세상에 그 남자를 그녀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 점만 봐도 심민아는 따라올 수 없었다.
이재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돌아서서 거실로 갔다. 그는 TV를 켰고, 거기서는 가장 인기 있는 예능이 방송되고 있었다. 배경음악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는 전혀 웃기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는 TV를 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심민아 생각이 났다. 울어서 붉어진 눈과 오래된 종이처럼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자 그의 마음이 찌릿했다.
침실을 나올 때, 그는 심민아의 절규하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곧 죽는다고.
신경 쓰지 않았어야 했는데, 왜 갑자기 가슴이 찌르듯 아픈 걸까.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그 잔잔한 통증이 혈관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져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재훈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곳의 힘줄이 계속 뛰고 있었다.
기분이 점점 더 초조해졌다. 이재훈은 소파에 앉아 있었지만, 발끝은 자신도 모르게 현관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하연진이 막 만든 국을 들고 나왔을 때, 자극적인 담배 냄새가 났다. 그녀는 냄새를 따라가 보니 남자가 소파에 누워 있었다. 와이셔츠 소매는 걷어 올려져 탄탄한 팔뚝이 보였고, 마디가 선명한 긴 손가락으로 담배를 쥐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한 모금 빨았고, 푸르스름한 연기가 그의 얼굴을 덮어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