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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녀를 데려오다

어느덧, 또 3년이 흘렀다.

강천 국제공항.

윤가을이 카트를 밀며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영롱한 눈동자가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눈빛에는 나이를 초월한 듯한 담담함이 서려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인파 속에서 '윤가을' 팻말을 들고 있는 남 씨 집안 기사 진중호를 발견했다.

윤가을은 다가가 희미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저씨."

"......"

진중호는 윤가을을 보며 눈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가, 가을 아가씨?"

"네." 윤가을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4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그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살이 많이 빠지고 키도 좀 더 컸다.

"이야, 더 예뻐지셨네요."

짧은 놀라움 뒤에 진중호는 활짝 웃으며 감탄했다.

"과찬이세요."

"자, 어서 차에 타시죠."

간단한 인사를 나눈 진중호는 윤가을을 이끌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차는 바로 앞에 세워뒀습니다. 할머니께서 얼마나 기다리시는지, 며칠 전부터 계속 아가씨 이야기만 하셨어요."

밖으로 나와 윤가을은 차에 올랐다.

차가 출발한 후, 그녀는 마중 나온 사람이 남 씨 집안 기사 한 명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남한강은 오지 않았다.

마침내 차는 천남 요양원 앞에 멈춰 섰다.

남명주 여사는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곧 심장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이것이 3년 만에 윤가을을 다시 부른 이유이기도 했다. 수술에는 항상 위험이 따랐기에, 남명주 여사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술 전에 윤가을을 꼭 한번 보고 싶어 했다.

병실 문 앞에 이르자 안에서 남명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니? 왜 이리 늦었어?"

똑똑.

진중호가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어서 들어오너라!"

진중호는 몸을 옆으로 비켜 윤가을이 먼저 들어가게 했다. "가을 아가씨, 들어가시죠."

"네."

윤가을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가을이냐?"

남명주는 고개를 들어 문가에 선 소녀를 보았다. 어렴풋이 윤가을 같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할머니."

윤가을은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남명주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 오너라, 어서 와서 할미 얼굴 좀 보자."

윤가을은 할머니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다가가 그녀가 자신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좋다, 정말 좋아."

남명주는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꼈다. "다 컸구나, 이제 아가씨가 다 됐어."

3년 전 떠날 때만 해도 앳된 모습이 역력했는데.

"한강 녀석이 너랑 연락도 못 하게 막고, 독립적으로 커야 한다고 하더구나. 역시 사람이 고생을 좀 해야 철이 드나 보다, 그렇지?"

그 말에 윤가을은 순간 멈칫했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 말씀이 맞아요."

그녀가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이자 남명주는 예전 생각이 났는지 더욱 흐뭇해하며 그녀의 손을 토닥였다.

"그동안 성격 많이 죽었지?"

그 말에 윤가을은 또다시 멈칫했다. 그녀는 정면으로 대답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제가 철이 없어서 할머니 마음고생만 시켜드렸어요."

"에휴..."

남명주는 한숨을 쉬었다. "네 예전 성질이 좀 유별나긴 했지."

윤가을은 입술을 깨물 뿐,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

남명주가 윤가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예전과 많이 달라졌구나. 할미가 모질게 굴었던 거 원망 마라.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였어. 앞으로 잘 지내야 한다. 넌 여전히 내가 가장 아끼는 손주며느리야, 알겠지?"

"알았어요, 할머니."

윤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할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 남명주는 금세 기력이 달려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내가 더 붙잡지 않을게. 오늘 막 돌아와서 피곤할 테니, 기사 시켜서 일찍 데려다주라고 할게. 푹 쉬렴."

"네, 할머니."

요양원을 떠나, 진중호는 윤가을을 은탄, 그녀와 남한강의 신혼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가을 아가씨, 푹 쉬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아저씨. 고맙습니다."

은탄의 현관문 앞에 선 채 한참을 머뭇거리던 윤가을은, 마침내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여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갈 곳만 있었다면, 다시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난이 죄였다.

가진 돈은 한 푼이 아쉬웠다. 길에서 노숙하는 한이 있더라도 함부로 쓸 수 없는 돈이었다.

은탄에 머무는 것은 기껏해야 남한강의 눈치를 보는 것뿐.

지난 몇 년간, 그녀가 겪은 냉대가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이골이 날 대로 나 있었다.

현관으로 들어선 윤가을은 캐리어를 구석에 세워두었다.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만 꺼내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었다.

어차피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 며칠만 신세를 지다가 거처를 구하면 바로 떠날 생각이었기에, 번거롭게 짐을 풀고 싶지 않았다.

윤가을은 아래층 손님용 화장실에서 샤워하며 길었던 여정의 피로를 씻어냈다.

날이 저물도록 남한강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엌에 들어가 한참을 뒤진 끝에 겨우 라면 한 봉지를 찾아냈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있었다.

냉장고에는 계란 몇 개가 더 있었다.

냄비에 물을 끓여 윤가을은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라면에 계란 프라이 하나.

"음..." 윤가을은 라면 그릇을 들고 눈을 가늘게 뜨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냄새 좋다."

이렇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몰랐다.

젓가락을 들고 막 한 입 먹으려던 참이었다.

현관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윤가을은 순간 멈칫했다. 그... 남한강, 그가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남한강은 음식 냄새를 맡았다.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냄새야?"

거실과 부엌에 불이 켜져 있었다. 집에 사람이 있나? 어떻게? 도둑이라도 들었나?

은탄의 보안은 최고 수준이라, 쥐 한 마리 얼씬하기 힘든 곳이었다.

"누구야?!"

남한강의 얼굴이 굳어지며 낮게 소리쳤다. "당장 나오지 못해?!"

"나왔어요!"

그 소리에 윤가을이 대답하며 종종걸음으로 나와 그의 앞에 섰다. 두 손은 앞으로 공손히 모은 채였다.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돌아오셨어요."

순간, 남한강은 멍해졌다.

눈앞의 소녀는 키가 훌쩍 크고 가냘펐으며, 특히 영롱하게 빛나는 큰 눈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남한강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누구야?"

"어떻게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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