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
속이 뒤집히는 듯한 구토에 창자까지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너무 심하게 토해서 윤가을은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 저 어디가 안 좋은 건가요?"
검사를 마치고 윤가을은 의사가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를 기다렸다.
의사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 "결혼하셨나요?"
윤가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결혼했어요."
"축하합니다." 의사가 말했다. "임신입니다."
윤가을은 다시 한번 멍해졌다.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의사를 바라봤다.
요즘 날이 더워서 며칠째 입맛이 없고 가끔 메스꺼움을 느끼곤 했다...
원래는 단순한 장염인 줄 알았는데... 설마, 입덧이었던 걸까?
어젯밤 이전이었다면 기뻤겠지만, 지금은...
윤가을은 믿기지 않아 주저하며 의사에게 물었다. "혹시, 잘못된 거 아닐까요? 오진일 수도 있잖아요?"
"지난달 생리는 언제 하셨죠?"
윤가을이 계산해보니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 "일주일 정도... 늦어졌어요."
"그럼 맞네요."
의사가 어깨를 으쓱하며 검사 결과를 그녀 앞에 놓았다. "보세요. 혈액검사는 틀리지 않아요. 확실히 임신하신 겁니다."
윤가을은 보고서를 펼쳤다. 하얀 종이 위에 '초기 임신'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문득, 그녀는 눈을 감았다.
보고서를 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병원을 나서자 여름 햇살이 눈꺼풀에 내리쬐어 눈물이 핑 돌았다.
윤가을은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어떡하지?"
그녀와 남한강은 결혼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고, 잠자리를 한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마저도 늘 서둘러 끝났다.
예전에는 남한강이 그쪽에 별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사실 그녀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항상 너무 아팠기 때문에...
하지만 그가 싫어했던 건 잠자리가 아니라,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몇 번 안 되는 잠자리도 할머니 때문에 마지못해 응해준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하필 이런 때에 임신을 해버리다니!
어떡해야 할까?
이 아이, 낳아야 할까?
윤가을은 이제 겨우 스무 살, 너무 어렸다. 이렇게 큰일을 혼자 결정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그녀는 남한강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어쨌든 그는 아이의 아버지니까.
이 시간, 남한강은 병원에 있었다. 김나래는 유산 후 요양을 위해 입원 중이었다.
그는 그녀를 돌보기 위해 병실로 업무를 가져와 처리하고 있었다.
윤가을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문 앞에서 제지당했다.
남한강의 보디가드 양성호와 양도현이었다. "사모님, 죄송하지만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왜요?" 윤가을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게... 사장님 지시입니다."
남한강의 뜻이라고?
내가 김나래를 해칠까 봐 두려운 걸까, 아니면 김나래가 나를 보고 불쾌해할까 봐 두려운 걸까?
윤가을은 고개를 숙였다. 잿빛 절망 속에서도 연약한 고집이 엿보였다.
주먹을 꽉 쥐고 간청했다. "안 들어갈게요. 그이한테 제가 만나고 싶다고, 할 말이 있다고 좀 전해주세요."
두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알겠습니다."
양도현이 들어가서 남한강에게 전했다.
"안 만나."
남한강은 말을 듣고는 무심하게 한 마디를 뱉어냈다. 그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병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해! 나래 쉬는 데 방해하지 말고!"
"예, 사장님."
양도현은 돌아서서 나가 윤가을에게 그대로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윤가을은 손바닥만 한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꽉 쥔 두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사모님, 돌아가시죠. 김나래 씨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데, 서로 보면 안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 갈게요."
윤가을은 아랫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어 피가 배어 나왔지만,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건물을 나와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안 돼, 이대로 갈 순 없어!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낯선 외국에 가면 더더욱 일을 처리하기 힘들어질 텐데...
그래서 그녀는 문 앞에 서서 남한강을 기다렸다. 언젠가는 나올 테니까.
시간이 흐르고, 윤가을은 다리가 저릴 때까지 서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큰 비가 쏟아졌다.
윤가을은 남한강이 오늘 밤 여기서 묵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가 나왔다.
"한강 씨!"
윤가을은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달려갔다.
남한강이 미간을 찌푸렸다. "쯧, 막아!"
"네!"
윤가을은 중간에 가로막혀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다급하게 소리쳤다. "한강 씨, 정말 중요한 얘기가 있어요!"
하지만 남한강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계단 아래에 차를 세우자 남한강은 곧장 다가가 차 문을 열고 몸을 숙여 올라탔다.
윤가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남한강! 제발요! 정말 할 말이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그는 들은 체도 않고 차 문을 닫으며 기사에게 말했다. "출발해."
차가 출발하자 윤가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았다.
"남한강!"
그 순간, 윤가을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자신을 막고 있던 양성호를 힘껏 밀치고 뒤쫓아갔다.
"한강 씨! 남한강! 차 세워요! 제발, 세워줘요! 흑흑..."
그녀는 쫓아가며 외치고, 울었다.
너무 빨리 달려 차가운 공기가 폐로 밀려 들어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하지만 차는 점점 멀어졌고, 마침내 정문에 다다랐을 때 윤가을은 발이 미끄러져 쿵 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꺄악...!"
윤가을은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차 안에서 양도현이 뒤를 돌아보며 작게 말했다. "사장님, 사모님께서 넘어지셨습니다."
그래?
남한강은 백미러를 힐끗 보았다. 흠뻑 젖은 채 땅에 엎드려 있는 윤가을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넘어진 것뿐이야. 인형도 아니고 무슨 일 있겠어? 빨리 가. 따라와서 또 수작 부리기 전에!"
"네, 사장님."
차가 속도를 높였다. 윤가을이 멍하니 바라보며 눈빛이 조금씩 꺼져갔다.
팔을 짚고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났지만, 하얀 팔과 손바닥은 모두 까졌고 피가 났다. 빗물과 섞여 흘러내리자 격렬한 고통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윤가을은 눈을 감았다. 눈물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처럼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은탄으로 돌아온 윤가을은 심신이 지쳐 씻지도 않고 젖은 옷 그대로 소파에 쓰러졌다.
그녀에게 다른 길이 있을까?
또 누가, 그녀를 도와줄 수 있을까?
문득, 윤가을은 무언가 생각난 듯 휴대폰을 꺼냈다. 주소록을 뒤지지 않고 마음속에 새겨둔 번호를 눌렀다.
번호를 다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울리자 윤가을은 숨을 죽이고 희미한 기대를 품었다.
"여보세요?"
저편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윤가을의 눈빛이 꺼졌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말씀 좀 하세요?"
여자가 거듭 물었다. "말 안 하면 끊습니다."
다음 순간, 통화가 끊겼다.
윤가을은 휴대폰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속절없는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내가 바보였지, 이 전화를 거는 게 아니었는데!
그녀는 휴대폰을 내던지고 쿠션에 머리를 깊이 파묻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초인종 소리가 계속해서 그녀의 귀를 찔렀다.
기다리다 지쳤는지 문이 저절로 열렸고, 남한강이 어두운 얼굴로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