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다른 의미로 부자가 된 건가?

“아가씨, 회장님께서 아가씨가 S 시로 돌아가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F 시에 있는 문 씨 그룹 계열사인 앤젤 그룹의 경영권은 반드시 받으셔야 하고, 올해 그룹의 수익은 반드시 5%를 넘겨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문연아의 손에 든 이혼 증명서를 흘깃 쳐다본 후 유감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회장님께서는 아가씨가 거절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만약 거절할 경우...... 윤 씨 가문에 끔찍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문연아는 이를 꽉 물었다.

윤 씨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그녀는 그에게 윤 씨 가문을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윤 씨 집안이 위기에 처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분명 그녀의 약점을 이용하고 있지만,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앤젤 그룹을 물려받도록 했다.

그가 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걸까?

“알겠어요,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

문연아는 결연히 이름을 사인하고, 카드를 받았다.

검은 금빛이 도는 카드 면을 바라보며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돈이 없어 버스조차 탈 수 없었지만, 이제는 300억이 든 이 카드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게 정말 부자가 된 건가?

문연아는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에 그동안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은행 계좌까지 동결된 상태로 살아야 했다. 시어머니 이영란과 시누이는 그녀를 돈만 밝히는 가난한 사람 취급하며 자신들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으로 무시했었다.

만약 그들이 문 씨 가문의 막내딸이자 억만장자인 ‘문연아’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기억이 돌아오기 전, 문연아는 보육원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위독해지자 무릎을 꿇으며 이영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영란은 플래티넘 카드를 꺼내 자랑만 하며 그녀를 비웃었다.

“문연아, 이거 봐라? 이 카드에 2억이 들어 있어. 너 같은 애는 본 적도 없는 돈이지? 하지만 내가 개 사료를 사더라도 한 푼도 너한테 줄 생각 없어. 네 그 보육원에서 만나 친구 말이야... 내 눈엔 우리집 뽀삐보다도 못하거든.”

그 말을 떠올린 문연아는 주먹을 꽉 쥐며, 마음속에서 불타는 분노를 억눌렀다.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이영란과 시누이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영란이었다.

이영란은 턱을 높이 치켜들고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몇몇 행색이 비슷한 중년 여성들이 그녀의 뒤를 따르며 크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있는 걸 보니, 방금 쇼핑을 마친 듯했다.

문연아는 손에 쥐고 있던 카드를 가방에 넣고는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이영란은 순간 멈칫했다. 문연아의 차가운 태도는 예상 밖이었다. 평소라면 자신 앞에서 벌벌 떨며 두려워했을 텐데.

“네가 누가 나와서 사람들 망신시키랬어! 집안일은 다 끝냈어? 점심 준비는 했고? 만약 우리 귀한 아들이 굶기라도 하면 네 가죽을 벗겨버릴 거야!”

“꼴이 그게 뭐야? 시집온 지 한참이나 됐는데 아직도 궁상맞게 굴고 있네. 사람 망신시키지 말고 빨리 집에 가!”

“제가 망신스러운 건가요?”

문연아는 비웃듯이 말했다.

“제가 윤 씨 집에 시집온 후 당신은 일부러 고용인들을 다 내보냈고, 제가 다니고 있던 직장마저 그만두게 했죠. 당신 아들 옷 빨아주고 밥 해주고, 당신 말이라면 다 따랐어요. 그런데도 어머님은 만족하지 못했고, 점점 더 심하게 저를 괴롭혔죠. 제가 어머님 보석을 훔쳤다고 누명까지 씌우고, 할아버지께서 주신 주식도 압류하고, 폭우 속에서 무릎 꿇게 했던 일들... 그걸 잊으셨나요?”

뒤에 있던 여자들은 혀를 차며 수군거렸다. 평소 이영란이 며느리를 까칠하게 대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자, 여자들은 차례로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떠났다.

“너... 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영란은 몇 번이나 문연아의 말을 끊으려 했지만, 그녀의 빠르고 날카로운 말에 전혀 대응할 수 없었다.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아시겠죠.”

문연아는 차갑고 도도한 표정으로 턱을 높이 들며,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예전엔 많이 참았지만, 앞으로 날 더 건드린다면 내가 겪었던 일들 모두 당신에게 되돌려줄 테니 각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