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나는 한 번도 이현우가 바람을 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걸 알아챈 날이 하필이면, 우리가 서로를 안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교제.
그가 한성그룹 후계자가 되는 동안, 나는 늘 그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십 년 넘게 쌓아 온 관계가… 연습생의 눈물 몇 방울에 무너졌다.
그 무렵 이현우는 늘 "접대가 있다"는 핑계로 새벽에야 들어왔다.
친구가 농담처럼 물었다. 그런 자리면 외도 걱정 안 되냐고.
나는 와인 한 모금을 머금고, 담담하게 웃었다.
"뭐가 걱정이야. 더러워진 남자는 버리면 그만인데."
하지만 나는 이현우의 충성심을 과대평가했고, 내 사랑을 과소평가했다.
남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건… 스스로를 지옥에 던져 넣는 일이다.
내 벌은 결국 제때 찾아왔다.
이현우가 한 연예기획사의 '유망주'에게 무제한 부가 카드를 내줬다는 걸 알게 됐다.
그의 비서가 그룹 회식 자리에서 입을 잘못 놀렸다.
그 순간, 식탁 전체가 얼어붙었다.
그날은 내가 제일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날이다.
그날, 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원래는 회식 자리에서 기쁜 소식을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결국 나는 이성을 잃은 미친 여자처럼, 그 회사로 뛰쳐가 "대체 어느 여자냐"고 따져 물었다.
박혜정을 마주하고 서 있던 순간, 평소엔 내게 센 말 한마디도 못 하던 이현우가… 그녀 앞을 가로막고 나를 꾸짖었다.
"수연아, 너 이제 그만해. 여긴 회사야. 네가 난리 칠 곳이 아니라고."
박혜정도 바로 울먹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수연 언니. 제가 먼저 현우 사장님께 다가간 거예요. 때리든 욕하든… 저한테 하세요."
정신이 끊어질 것 같았다.
나는 이현우를 밀치고 박혜정의, 공들여 화장해 놓고도 불쌍한 척하는 얼굴에 뺨을 날렸다.
이현우는 훌쩍이는 여자를 감싸며 내게 분노로 눈을 부라렸다.
"김수연, 너 진짜 선 넘지 마!"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평소에 나한테 그룹 싸움 끌어들이고, 사업 정리하라고 몰아붙이는 건 됐어. 그런데 내가 걔 한 번 도와주면 뭐가 어때? 걔는 죄 없어!"
그 몇 마디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몸이 분노로 떨렸다.
그날 이후 우리는 냉전에 들어갔다.
모두가 이현우가 먼저 고개 숙일 거라고 생각했다.
잘못은 그에게 있었고, 그는 수년 내내 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대하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결국… 내가 아이를 담보로, 그를 돌아오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