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새 드라마 합류
최강원은 박정인의 어이 없다는 표정을 보며 차갑게 돌아섰다. 박정인은 그의 곧은 뒷모습을 향해 "퉤퉤퉤" 하며 욕을 내뱉었다. 무슨 모든 만남이 인연이니 지껄이는데, 오히려 인연이 없어 마주 보고도 손 잡기 어려운 거겠지.
문아영은 이미 그에게 당한 게 있으니, 이생에서는 더 이상 그와 개똥 같은 인연도 없을 것이다.
김한세의 사무실에서 김한세는 문아영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금 최 회장님 왔다 가셨는데 다들 만났어요?"
김한세는 문아영과 최강원의 과거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문아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김한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방금 계약서를 쓰러 오셨는데, 우리 회사가 최근에 사극을 하나 제작하려고 하거든요. 최 회장님이 투자자시죠."
문아영은 웃으며 김한세를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설마 저보고 이 드라마를 맡으라고 하실 건 아니죠?"
이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김한세가 굳이 최강원이 왜 왔는지 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김한세도 웃으며 말했다.
"이미 눈치채셨으니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그와 만나기 싫으시다면 다른 작가에게 맡기죠."
김한세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작가님은 이 드라마에 매우 적합한 인재입니다. 여주인공 중심의 사극인데, 작가님은 성격이 차분하시고 경험도 풍부하시며, 쓰시는 작품은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죠. 이 드라마가 잘 나오면 대박 날 겁니다."
문아영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김 대표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런 말씀 안 하셔도 맡을 생각이었어요. 일은 일이니까요. 개인적인 감정이 일에 방해되게 하지 않을 거예요."
최강원은 그녀에게 이미 남이었고, 그녀는 한 명의 타인 때문에 경력을 쌓을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몇 년간 그녀는 몇 편의 드라마를 썼지만, 작가로서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정도였다. 만약 대박 드라마를 하나 쓸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성공일 것이다.
"다행이네요."
김한세는 그녀를 매우 좋게 본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1년 전 그들이 만났을 때, 문아영의 눈빛에는 사랑 없는 결혼이 남긴 피로와 상처가 가득했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새로운 자신감과 생기가 넘쳤다.
그녀의 이런 자신감과 최강원을 만난 후의 침착함을 보며, 김한세는 그녀가 일과 최강원과의 만남을 잘 처리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김한세는 이어서 그녀에게 이 드라마의 기획안을 한 부 건네주었다. 문아영은 대충 훑어보고 나서 김한세에게 물었다.
"여주인공이 김예지 씨인가요?"
문아영이 이렇게 물어본 것은 그녀가 김예지를 신경 쓰기 때문이 아니라, 작가로서 여주인공 역을 누가 맡을지 미리 알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대본을 쓸 때 머릿속에 대략적인 윤곽이 잡힐 테니까.
게다가 최강원이 유진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후로 모든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김예지가 맡았기에, 그녀는 당연히 이번 작품도 김예지가 여주인공일 거라 생각했다.
"김예지는 오랫동안 작품을 안 했죠." 김한세는 이렇게 대답한 후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설명을 덧붙였다. "소문에 의하면 최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거라고 하더군요."
문아영은 입꼬리를 올려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렇죠."
그녀와 최강원이 이혼한 지 1년이 됐으니, 최강원이 김예지를 마침내 집으로 데려올 때가 되었나 보다.
이렇게 되니 좋았다. 김예지와 이 드라마에서 마주칠 일도 없고, 많은 어색함과 불필요한 문제들을 피할 수 있을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