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널 미워해
문아영의 목소리는 최강원에게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고,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놀라움이 스쳐 갔다.
무대 아래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도 순간 마이크를 들고 우아하게 무대로 걸어오는 여자에게 쏠렸다. 그녀의 얼굴은 낯설었지만 아름답고 눈부셨다.
그녀는 찰랑이는 붉은 드레스를 입었고, 우아하고 기품 있었다.
무대 아래에는 수많은 톱스타들이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외모와 기품은 전혀 뒤지지 않았다.
스태프가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그녀는 우아하게 말했다. "저는 문아영입니다. 지금은 최강원 회장님의 아내인데요, 최 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래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최 회장님의 아내? 그들의 최 회장님이 결혼을 했다고?
사람들은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말을 의심스러워했지만, 그들의 최 회장님이 차가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서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의 말을 믿게 됐다.
하지만 최 회장님이 결혼했다면, 김예지는 뭐지?
상간녀?
사람들이 아직 최강원이 결혼했다는 사실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그 붉은 드레스의 여자가 무대 아래를 향해 침착하게 미소 지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곧 최 회장님의 아내가 아니게 될 거예요."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문아영은 이미 손에 서류를 들고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최강원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솟구쳤다.
역시나, 문아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최강원 씨, 이혼해요. 이건 내가 변호사한테 부탁해서 만든 이혼합의서예요. 걱정 마세요, 당신과 최씨 집안의 재산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빈털터리로 나갈 테니까."
그녀는 우아하고 침착하게 그를 향해 미소 지으며, 그 합의서를 그의 앞으로 건넸다.
최강원은 이를 악물며 경고했다.
"문아영!"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눈앞에 무언가가 날아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문아영이 그 서류를 그의 얼굴에 던진 것이었다. 최강원은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
"최강원, 네 첫사랑이랑 백년해로하면서 행복하게 살아. 사랑하면서."
그녀는 이 말을 끝내고 드레스 자락을 들고 우아하게 돌아서서 걸어갔다.
몇 걸음 가다가 그녀가 갑자기 몸을 돌려 그를 향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 맞다. 깜빡했네. 최 회장님, 내일 아침 8시 30분에 구청에서 봐요. 이번엔 날 바람 맞히지 말고요."
무대 아래가 발칵 뒤집혔다.
최강원은 무대 위에 서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고 침착한 그녀를 보며 위험하게 눈을 좁혔다.
좋아.
그는 최강원으로 태어나서 사업계에서 이렇게 오래 활동하면서, 그 누구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체면을 구기게 한 적이 없었다.
문아영이 처음이었다.
3년 동안 그녀와 함께 지내면서도, 그녀에게 이렇게 강한 성격의 면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더구나 화려한 옷차림 속에서 그녀가 이렇게 눈부실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문아영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자, 주변 사람들은 최강원이 크게 화를 내며 이 축하 행사를 취소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는 침착하게 행사를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무대를 내려가는 그의 모습에서 감정의 흔적을 읽어내기는 어려웠다.
사람들은 매우 감탄했다. 역시 회장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멘탈이 범상치 않았다. 이혼합의서를 얼굴에 맞았는데도 이렇게 우아하고 침착할 수 있다니.
하지만 이 찰나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최 회장님의 부인은 정말 아름다웠다. 청아하고, 눈부시고, 잊기 어려웠다.
최강원이 다시 자리에 앉자, 그의 옆에 있던 김예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강원 씨, 괜찮아요?"
최강원은 입술을 꽉 다문 채 말이 없었고, 김예지는 분개하며 문아영을 비난했다.
"문아영 씨는 너무 철이 없네요. 이런 자리에서 소란을 피우다니요? 강원 씨 같은 위치에 있는 남자의 체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혀 모르나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