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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진짜로 그를 포기했는가

옆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비서 이영호는 최강원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도 부인께서......”

이영호는 말을 하다 말고 급히 정정했다. “아니, 문아영 씨가 아리아나라는 작가일 줄은 몰랐습니다. 만약 회장님께서 원하지 않으시다면, 바로 김 대표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영호는 최강원을 오랫동안 보좌해 왔기에, 그가 과거 문아영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문아영이 김예지보다 훨씬 더 편하게 느껴졌지만, 감정 문제는 자신 같은 제3자가 끼어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최강원이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어.”

이영호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순간 멈칫했다. 그는 최강원이 문아영을 전혀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문아영이 작가로서 드라마 제작에 관여하게 되면, 앞으로 여러 가지 일로 그녀와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의아했다.

그때 최강원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김 대표가 그렇게 강력히 추천했다면, 당연히 그녀의 능력을 믿어야겠지. 게다가 공적인 일은 공적인 일이고, 사적인 감정은 사적인 거니까.”

그의 말은 자신이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며, 개인적으로 문아영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해서 그녀를 이 프로젝트에서 제외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들은 이영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내일 이 프로젝트에 관한 첫 미팅이 예정되어 있는데, 참석하시겠습니까?”

“응.” 최강원은 이미 다른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지만, 간단히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영호 또한 그의 대답을 확인한 뒤 준비를 위해 곧바로 사무실을 나갔다.

최강원의 가라앉은 눈빛에는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문아영이 만든 대본 기획이 과연 어떤 수준인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강원이 다시 업무에 몰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예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에서 김예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강원 씨, 요즘 너무 나랑 시간 안 보내는 것 같아.”

그러자 최강원이 이마를 손가락으로 지긋이 누르며 답했다. “요즘 일이 좀 많아서 그래.”

“알겠어요.” 김예지는 마치 이해심 많은 사람인 듯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그럼 내일은 스케줄 있어요?”

김예지의 질문에 최강원은 특별히 숨길 필요를 느끼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 “내일 새로운 드라마 프로젝트로 미팅이 있어.”

“드라마 프로젝트?” 전화기 너머로 김예지의 설렘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잘됐다! 나도 같이 갈래요. 요즘 연기는 쉬고 있지만, 이런 건 여전히 관심이 많거든요.”

그 순간 잠시 침묵하던 최강원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지야, 네가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면 계속해도 돼.”

사실 최강원은 김예지에게 연기를 그만두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김예지가 갑자기 연기가 싫어졌다며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예지는 늘 자신이 최강원 때문에 연예계를 떠난 것처럼 아쉬운 태도를 보였고, 그런 모습에 최강원은 전혀 감동을 느끼지 않았다.

최강원은 오히려 짜증이 났다. 당시 연예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굳이 그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고,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도 그녀였기 때문이다.

김예지의 이런 변덕스러움은 최강원을 더욱 지치게 했다. 과거 그녀의 이기적인 결정 하나로 인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예지는 최강원의 갑작스러운 말에 순간 당황했지만, 곧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아, 그러니까 나를 데려갈 건지 말 건지만 말해봐요.”

최강원의 눈에는 잠깐 짜증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김예지도 언제부터 이렇게 돌려 말하며 떠보는 식으로 변했던 거지?

그는 김예지의 말 속에 숨겨진 의도를 모를 만큼 둔감하지 않았다. 또한, 최주희가 문아영이 돌아온 것을 알았다면, 김예지 역시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예지가 기어코 내일 그와 함께 미팅에 참석하겠다고 고집 부리는 진짜 목적이 문아영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면 그와 문아영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른다고 최강원은 생각했다.

결국, 최강원은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래.”

그가 왜 그렇게 동의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했다. 문아영을 자극해 그녀가 정말 자신을 완전히 포기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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